![[EAI 이슈브리핑] 한국인의 한미일-북중러 블록화 인식과 핵무장 지지 여론 분석: 2025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결과 분석](/data/bbs/kor_issuebriefing/20250618164549318615794.png)
[EAI 이슈브리핑] 한국인의 한미일-북중러 블록화 인식과 핵무장 지지 여론 분석: 2025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결과 분석
논평·이슈브리핑 | 2025-06-18
김양규
국방대학교 교수
오인환
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김양규 국방대 교수와 오인환 EAI 수석연구원은 2025년 동아시아 인식조사에서 드러난 추세들을 중심으로 작년까지 확인되었던 핵무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음과 미중 경쟁 속 강화되는 블록화 인식을 확인하고 양자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김 교수와 오 연구원은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율에 미중 경쟁 속에서 선명해지고 있는 블록화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을 새롭게 제시합니다. 저자들은 이 분석결과를 토대로 신냉전 혹은 블록화 담론이 힘을 얻을수록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핵무장 지지여론이 과열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이재명 정부가 과거 냉전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21세기 미중 경쟁 구도를 보다 정교한 정책 언어로 설명하고 핵무장 여론을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합니다.
Ⅰ. 이재명 정부 출범과 최고치를 기록한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율
[그림 1] 북핵 위협 지속시 한국 핵보유 찬반 (2016-2025)
2025년 6월 4일, 역대 최다 득표이자 49.42%의 최종 득표율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수인 171석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입법부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한 이른바 ‘슈퍼 여당'이 탄생하였다(연합뉴스 2025a; 연합뉴스 2025b). 강력한 국정 운영 동력을 바탕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초기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 대표적으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북한도 이에 호응하여 대남 소음 방송을 중지하는 등의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연합뉴스 2025c; 연합뉴스 2025d). 이러한 변화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는 북핵 위협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 출범은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도에 중요한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되었다. 일례로 2018년 ‘평창의 봄’ 당시 한국인의 핵무장 찬성 비율은 43.3%까지 낮아졌으며, 이는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인의 외교안보 인식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핵무장 반대 여론(50.3%)이 찬성을 앞지른 사례였다([그림 1]).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2025년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율은 다시 2024년의 수치를 상회하며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림 1]과 [그림 2]에서 확인되듯,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경우 한국은 핵무장을 해야한다”는 명제에 대체로 동의하거나, 전적으로 동의하는 비율은 작년의 71.4%보다 3.7% 증가한 75.1%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체로 동의한다는 비율은 34.8%에서 34.9%로 변화해 0.1% 밖에 증가하지 않은 반면,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비율은 36.6%에서 40.2%로 나타나 3.6%의 증가폭을 보였다. 이는 자체 핵무장에 대한 강력한 지지층이 더욱 공고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역대 최대치의 핵무장 지지 여론 형성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속되고 있는 미중경쟁과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블록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본 이슈브리핑은 2025년 동아시아인식조사에서 드러난 새로운 추세들을 중심으로 작년까지 확인되었던 핵무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음과 미중 경쟁 속 블록화 인식이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양자간의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작년과 비교하여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은 증가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뚜렷하게 나타난 가운데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가 감소하였기 때문에, 한편으로 증가한 핵무장지지율은 현재 악화된 남북관계와 미국이 제공하게 되어있는 확장억제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과거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다수응답은 한국인의 북한 문제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보여준다.
[그림 2]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동의 정도 (2024-2025)
Ⅱ. 2025년 조사결과 특징: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 미중 전략경쟁의 선명성, 그리고 북러의 밀착
올해의 핵무장 지지율이 작년보다 높아졌다고 해서 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작년보다 더 부정적으로 변하거나 미래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더 낮아진 것은 아니다. 2023년 12월 말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천명 이후 표면적으로 최악의 남북관계 속에서도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와 10년후 남북관계 전망에 있어서는 2024년에 비해 올해 다소 개선된 모습이 나타났다. [그림 3]에서 보듯, 현재의 남북관계 평가에 대해서 “매우” 또는 “약간 나쁘다”고 대답한 비율은 작년의 83.2%에서 올해 76.3%로 6.9% 감소한 반면, “보통이다”와 “약간 좋다”는 응답률을 합친 비율은 16.5%에서 23.4%로 6.9% 증가하였다. 남북간의 대립이 깊어질 것이라는 응답률도 15.8%에서 13.4%로 미세하게 줄어든 한편,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의 비중은 22.5%에서 31.2%로 8.7% 증가하였다([그림 4]). 특히 남북관계 개선 전망은 진보층(47.2%)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보수층은 19.6%에 그쳤다.
[그림 3] 현재의 남북관계 (2024-2025)
[그림 4] 10년 후 남북관계 전망 (2024-2025)
따라서 남북관계 자체에 대한 평가나 미래 전망은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율 상승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올해 역대 최대 핵무장 지지율을 견인하였을까? 한국이 당면한 최대위협과 가장 중요한 외교관계에 대해 올해 응답자들의 보여준 새로운 모습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림 5]에서 선명하게 나타나듯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한국이 당면한 최대 위협요인으로 꼽은 응답자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에 최고치인 56.3%를 기록했다가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며 올해에는 33.2%를 기록해 2021년과 비슷한 수치로 회귀하였다. 반면 미중 전략경쟁과 갈등을 한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요인으로 꼽은 응답률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며 최근 5년간 최고치인 64.9%에 이르렀다. [그림 6]에서도 한국에 가장 중요한 외교 관계를 한미관계로 뽑은 비중이 올해 90.7%에 달하며 최고치를 경신하였고 남북관계와 한중관계를 꼽은 비중은 각각 42.2%와 43.2%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그림 5] 한국이 당면한 최대위협 (2021-2025)
[그림 6] 한국에 가장 중요한 외교관계 (2021-2025)
종합해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막론하고 미중 경쟁의 선명성이 지속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상황이 핵무장 지지율의 상승과 일정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본고는 회귀분석을 통해 기존 연구들이 강조하는 핵무장 지지요인들(위협인식, 동맹변수, 정치이념 및 당파성, 연령 변수 등)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블록화에 대한 인식과 핵무장 지지율의 급증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Ⅲ. 통계분석: 2025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여론과 한미일 대 북중러 블록화 인식
올해 동아시아 인식조사는 2025년 4월말의 인구통계정보에 근거해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한 1509명 패널에 대한 웹조사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대선 직후인 6월 4일과 5일에 걸쳐 시행되었다. 구체적인 여론조사 개요는 [표1]과 같다. 미중경쟁 속 한국인의 블록화 인식과 관련해서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지지를 묻는 기존 문항에 더하여,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어떤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였다. 먼저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확인하기 위해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2024년 EAI 이슈브리핑 분석(김양규 2024)에서 확인했던 주요 변수의 영향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과 동일하게 밀착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일수록,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양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표 1] 2025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2025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
|
모집단 |
전국의 만 18 세 이상 일반 국민 |
표집틀 |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 (97만여 명) 중 정치사회패널 (7만여 명) |
표집방법 |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 할당 (2025년 4월 말 인구통계정보) |
표본크기 |
1,509명 |
표본오차 |
무작위추출 전제,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2.5%p |
조사방법 |
웹 조사 |
응답률 |
22.5%(6,701명에게 발송하여 1,509명 최종 응답) |
조사일시 |
2025.6.4.~2025.6.5. |
조사기관 |
㈜한국리서치 (대표이사 노익상) |
응답자 구성 |
[성별] 남성 49.6%; 여성 50.4% [연령] 18~29세: 15.3% 30대: 15.0% 40대: 17.4% 50대: 19.5% 60대: 17.8% 70대 이상: 15.1% |
1.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북핵위협, 확장억지 신뢰성, 블록화 인식
확장억지 신뢰성과 핵확산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안보 위협, 동맹국이 제공하는 안전보장 확약(commitment)의 신뢰성(credibility), 핵무기 보유국이 가지는 국제정치적 지위(status)와 명예(prestige), 핵무장을 옹호하는 국내정치세력 등을 핵무장 여론 활성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아왔다(Sagan 1996-1997; Singh and Way 2004; Jo and Gartzke 2007; Solingen 2007; Kroenig 2009; Bleek 2010). 2024년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은 (1) 북핵에 대한 위협인식, (2)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3) 국내정치지형에서 보수적 성향이 강해질수록 핵무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확인하였다(김양규 2024). 올해 조사에서도 이러한 변수들의 영향력과 함께, 한미일 대 북중러 블록화 인식이 핵무장 지지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를 살펴보고자 순서형 로지스틱스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한국의 핵무장 지지도는 5점 척도로 측정하였고, 통계분석 결과는 [표2]와 같다.
[표 2]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독립 변수 |
모델 1 |
모델 2 |
모델 3 |
모델 4 |
모델 5 |
북한의 선제타격 가능성 인식 |
0.572*** |
0.561*** |
0.492*** |
0.477*** |
0.489*** |
미국의 확장억제 충분 인식 |
-0.281*** |
-0.271*** |
-0.257*** |
-0.263*** |
-0.273*** |
현 남북관계 평가 |
-0.0992 |
-0.108 |
-0.0739 |
-0.0260 |
|
미래 남북관계 평가 |
-0.0872 |
-0.0453 |
-0.0160 |
-0.0212 |
|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지지 |
0.421*** |
0.352*** |
0.323*** |
||
북한이 대러·대중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인식 |
0.353*** |
0.328** |
0.290** |
||
더불어민주당 지지 |
0.00858 |
0.0386 |
|||
국민의힘 지지 |
0.760*** |
0.442* |
|||
지지정당 없음 |
0.0669 |
-0.0278 |
|||
세대 |
0.140*** |
||||
정치성향 (진보→보수) |
0.0919** |
||||
성별 (남→여) |
-0.0448 |
||||
Cut 1 |
-1.678*** |
-2.194*** |
-0.593 |
-0.599 |
0.136 |
Cut 2 |
-0.375* |
-0.891** |
0.767* |
0.766 |
1.508*** |
Cut 3 |
-0.0710 |
-0.587 |
1.084** |
1.086** |
1.832*** |
Cut 4 |
1.635*** |
1.123*** |
2.879*** |
2.909*** |
3.687*** |
관측수 (Observations) |
1509 |
1509 |
1509 |
1509 |
1509 |
* p<0.05, ** p<0.01, *** p<0.001
괄호 안은 t 값
예상되는 대로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과 미국의 확장억제가 충분한가에 대한 인식은 핵무장 인식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모델 1-5).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 선제공격이 가능성이 크다고 믿을수록, 미국의 확장억제가 북핵위협에 대응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믿을수록 한국의 독자적 핵능력 보유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와 미래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 분석에서 새롭게 주목한 블록화 인식은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지지도와 북한이 향후 어떠한 대중 및 대러 전략을 펼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을 통해 측정하고자 하였다. 두 변수 모두 꾸준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수임이 확인된다(모델 3-5). 이는 (1)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2) 북한이 대러, 대중 관계를 동시에 강화하며 중러 블록에 편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하는 경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세대, 그리고 정치이념 성향 변수도 유의미한 요인임이 확인된다(모델 4-5). 국민의힘을 지지할수록, 고령일수록, 또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질수록 핵무장을 지지하는 경향이 작년에 이어 올해 조사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된다.
2.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그렇다면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한미일 안보협력 지지를 종속변수로 놓고, 대만해협에서 유사 사태 발생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군사적 지원(탄약지원~파병)을 선택한 응답자와 한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은 미중갈등이라는 선지를 선택한 응답자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미중갈등 인식 모델을 기존의 모델에 더해 독립변수로 추가해보았다([표 3]).
[표 3]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지지요인
변수 |
모델1 |
모델2 |
모델3 |
모델4 |
모델5 |
북한 선제공격 인식 |
0.375*** |
0.345*** |
0.280*** |
0.268*** |
|
북한 위협 인식 |
0.619*** |
0.719*** |
0.422** |
0.356* |
|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지원 |
0.926*** |
0.791*** (6.77) |
0.688*** (5.79) |
0.635*** |
|
미중 갈등 위협 인식 |
0.054 |
0.293** |
0.245* |
0.220 |
|
더불어민주당 지지 |
-0.217 |
-0.103 |
|||
국민의힘 지지 |
1.324*** |
0.993*** |
|||
지지정당 없음 |
0.413** |
0.333* |
|||
세대 |
0.051 (1.60) |
||||
정치 성향 |
0.140*** |
||||
성별 |
-0.162 |
||||
cut1 |
-1.770*** |
-2.833*** |
-1.621*** |
-1.737*** |
-1.248*** |
cut2 |
-0.136 |
-1.245*** |
0.026 |
-0.057 |
0.433 |
cut3 |
0.220 |
-0.904*** |
0.389** (2.71) |
0.319 |
0.814** |
cut4 |
2.647*** |
1.443*** |
2.888*** |
2.989*** |
3.533*** |
관측수 (N) |
1509 |
1509 |
1509 |
1509 |
1509 |
* p<0.05, ** p<0.01, *** p<0.001
괄호 안은 t 값
대만에서 미중간 군사적 충돌 발생 시 한국이 군사적으로 지원하며 개입해야 한다고 보는 이들일수록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더욱 강하게 지지하는 경향이 있음이 모델 2-5에 걸쳐 확인되었다. 한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미중 갈등이라고 답한 사람 일수록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강화를 지지하는 경향성이 있음이 확인되었으나(모델3-4), 다른 통제변수들이 포함된 모델에서는 그 통계적 유의미성이 사라졌다.
이외에도, 북한 위협인식, 국민의힘 지지, 무당층, 보수적인 정치성향들은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지지와 통계적으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본 변수들은 모두 앞선 회귀분석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되었던 변수들로써, 이들 변수가 두 회귀분석 모두의 통제변수로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다중공선성(multicollinearity)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본 연구는 분석에 활용된 독립변수를 대상으로 선형회귀(linear regression) 모형을 별도로 수행한 뒤, 분산팽창계수(VIF: Variance Inflation Factor)를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 모든 변수의 VIF 값은 2.29 이하로 나타나,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5~10 이상의 값을 훨씬 하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덜 지지하는 경향성은 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 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중도 혹은 부동층으로도 볼 수 있는 무당층도 민주당 지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 지지하는 경향성이 확인되었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한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선택한 이들도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음이 모델 1, 3, 4, 5에 걸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통해 입증되었다.
종합하면, 북핵을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거나 대만 해협에서 미중 충돌시 한국이 군사적인 지원을 하며 개입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한미일 삼자 군사협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한국인 중에서 북핵에 대한 위협인식 또는 미중갈등과 대만위기라는 블록화 인식이 강할수록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지지할 개연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3. 북한의 신냉전 전략 추진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앞서 살펴본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라는 블록화 인식의 또 다른 축은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는 인식일 것이다. 북한이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고 러시아와 상호군사지원을 위한 군사조약을 맺는 등 최근 북한의 행보는 한국인들의 블록화 인식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쳤을 것으로 가정하여 추가로 회귀분석을 실시해보았다([표 4]).
올해 새롭게 추가된 문항 47에서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동일하게 밀착할 것이라는 선지를 선택하는 응답에 영향을 미친 변수들을 확인해 보았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 선제공격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하는 사람인 경우, 북한이 대중, 대러와 밀착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인식하였고, 북한의 위협을 한국이 직면한 안보위협 중 가장 큰 위협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북중러 블록화의 형성을 강하게 인지하는 경향이 보였다. 그러나 모델 4와 모델 5에서 나타나듯 다른 통제변수를 추가할 때 그 유의성이 약화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지지에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지원 변수는 모델 3-5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석하면, 대만에서 미중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때 한국이 적극적으로 군사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여 강한 블록을 형성할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직관적으로는 대만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인 한국의 개입을 지지할 정도로 한미동맹 또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북중러의 연대 혹은 블록화 경향이 유지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인식하는 것일 수 있다. 한편 국민의힘 지지자와 고령층은 북중러 블록 형성 인식에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모델 4에서만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나머지 변수들을 포함시킨 모델에서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Ⅳ. 결론 및 정책적 함의
이상의 2025년 동아시아 인식조사에 대한 회귀분석을 통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한국인의 핵무장 지지율에 미중 경쟁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고 있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블록화 경향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신정부의 출범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특히 정치이념적으로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 사이에서 확인되지만, 녹록지 않은 안보 현실과 미중 경쟁이 추동하는 블록화 인식과 함께, 국민의힘 지지자층, 고령층, 그리고 보수층을 중심으로 핵무장 지지 여론은 작년보다 더욱 높게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지하는 정당이 따로 없는 무당파 층에 속한 응답자들 사이에서도 핵무장 지지 경향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핵무장 지지 여론을 고려할 때, 신냉전 혹은 블록화 담론이 힘을 얻을수록 핵무장 선호가 더욱 과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는 과거 냉전시기의 이념 대립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은 더 이상 자유주의 진영의 맏형 역할을 자임하지 않고, 동맹국에 대해서도 거래주의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북중러 연대에서 실질적인 역량을 제공하는 핵심국가는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다. 또한 미중 전략 경쟁 역시 현재 어느 측도 절대적으로 공고화할 수 있는 일방적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를 단순히 이데올로기적 대결로 환원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과거 냉전 시기와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21세기형 미중 경쟁구도를 보다 정교한 정책 언어로 설명하고, 한국 내 핵무장 여론을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선 회귀분석 결과에서 확인되었듯, 한국인의 인식 속에서 미중 경쟁이 심화될수록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와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지지가 함께 높아지는 경향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북중러 협력 강화 및 블록화 인식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님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미 한국인들은 ‘한미일 대 북중러’ 또는 ‘신냉전’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복합적인 동아시아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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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규_국방대학교 교수.
오인환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 담당 및 편집: 오인환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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