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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전영선 건국대학교 교수는 북한 지도층이 낮은 충성심과 희미한 투쟁 의식을 지닌 청년 세대를 체제의 근원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체제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상·문화 교양 사업을 ‘인간 개조’의 일환으로 전면화하고 있으며, △ 공산주의 문화관의 정립 △ 외부 문화에 대한 법적·제도적 차단 △ 모범 사례 및 ‘청년 영웅’의 활용 등을 통해 청년들에게 사회주의적 도덕성과 문화 규범을 내면화시키고자 한다고 전 교수는 진단합니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이러한 교양 정책들이 청년들로 하여금 "애국"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행동으로 표출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음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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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체제 위기와 청년세대

 

최근 북한 문화정책은 청년 교양에 맞추어져 있다.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북한 당국의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다. 청년세대는 혁명도 잘 모르고, 전쟁도 겪지 않았다. 성장 과정에서 장마당을 통해 국경을 넘어온 물건과 문화를 접한 경험도 많다. 간접적이지만 북한 밖의 문화를 경험하였다. 당이나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이전 세대보다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항일혁명 투쟁을 배웠지만 할아버지 세대를 넘은 먼 이야기이며 혁명 투쟁은 교과서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청년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장마당을 통해 배운 엄혹한 현실이었다. 사상보다는 자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익힌 세대이기 때문이다.

 

청년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북한 언론의 보도로 확인된다. 2018년 1월 20일 『로동신문』은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짓부셔버려야 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내용은 "제국주의자들은 자라나는 새 세대들을 썩어빠진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의 기본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한다. 제국주의가 청년들을 침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새 세대'들이 "감수성이 빠르며 새것에 아주 민감"하기에, "그들의 머릿속에 반동사상문화를 주입시키려고 교활하게 책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들이 즐겨보고 리용하는 영화, 신문, 잡지, 콤퓨터망을 비롯한 각종 선전수단들을 통하여 그들을 부패 타락시키고 저들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러 나라들에서 제도교체, 정부전복과 같은 비정상적인 사태들이 발생하고 그 앞장에 청년들이 서 있은 것"도 "그들이 바로 제국주의의 반동사상문화에 물젖었기 때문이다"라고도 서술하였다 (『로동신문』 01/20/2018).

 

<사진 1, 2> UCC: "우리는 사회주의 애국청년"

 

김정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년들의 사상과 문화'를 언급하면서, '청년들의 사상문화를 건전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청년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체제 위기 상황과 맞물리자, 당 8차 대회를 계기로 청년에 대한 '인간 개조' 사업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청년세대를 교양하여,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간으로 개조'하겠다는 것이 노동당의 주요 정책이 된 것이다.

 

최대 위기 상황에서 노동당은 주요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게 된다. 2021년 1월에 노동당은 최대 행사인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하였다. 이어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가 열렸고, 2021년 4월에는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개최가 있었다.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김정은은 "청년교양 문제를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운명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 사업에 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로동신문』 04/09/2021).

 

노동당의 정책을 최일선에서 인민들에게 전달하는 세포비서들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말단 조직을 책임진 세포 조직에서, 청년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잘못된 길로 빠지게 하는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현상을 비롯하여, '반동사상 문화'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요소'들을 제거하는데 나서 달라는 주장이다.

 

김정은의 요구는 외부 문화를 독소로 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제정에 이어서, 청년 세대의 '교양 사업 보장'을 명시한 「청년교양보장법」(2021년)이 채택되는 형태로 현실화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언어생활에서 '괴뢰' 문화를 발본색원하겠다는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이 연이어 제정되었다.

 

<사진 3, 4> 청년영웅을 소개하는 북한 방송물

 

II. 청년 개조 사업

 

김정은 체제에서 청년 정신을 개조하는 사업은 다음 몇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인간 개조' 사업의 기본은 '올바른 공산주의 문화관'을 정립시키는 것이다. 북한 체제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문화를 청년들에게 교육하여, 스스로 올바른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의식을 형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에서 말하는 '우리 식 도덕기풍'을 바로 잡는 것이다.

 

북한에서 강조하는 아름답고, 건건한 문화는 인민대중이 이룩한 문화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민족문화는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절멸될 상황이었는데, 김일성 수령이 지켜주었다는 것이 민족문화에 대한 기본 시각이다. 김정은 체제에서도 제국주의자들이 사회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한 문화 침투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로동신문』 01/20/2018).

 

나쁜 문화로 물들게 되면 전통문화를 지켜갈 수 없다. 아름답고 건전한 우리(식) 문화를 지켜야 하는 임무가 청년에게 부여된다. 어렵게 지켜온 "우리의 문화를 청년들이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노동신문의 일부가 이러한 관점을 잘 보여준다.

 

우리 공화국은 사람들이 정신도덕적으로 건전하고 덕과 정이 차넘치는 사회주의대가정이다.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장군님을 생존 시에나 서거 후에나 변함없이 높이 우러러 모시는 인민들의 숭고한 도덕의리의 세계가 펼쳐지고 혁명선배들을 존대하고 웃사람과 스승을 존경하는 기풍이 차넘치고 있으며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풍조가 공기처럼 흐르고 있는 것은 그 뚜렷한 증시로 된다. 적대세력들의 장기간의 야만적인 봉쇄속에서도 순수한 인간미와 고상한 도덕 륜리를 견지하고 화목하게 사는 것은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세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도덕 기강을 세우는 사업을 사회주의의 운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로 내세우고 정력적으로 이끌어온 당의 현명한 령도의 결실이다(『로동신문』 03/19/2019).

 

둘째, 청년들이 빠져들 수 있는 '부정적인 환경'을 차단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에 수 차례 반동사상문화를 겨냥한 법들을 개정했고, 결국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여 청년에 대한 반동사상문화 통제를 강화하여, '괴뢰 문화'로 통칭하는 외부 문화의 유입,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2023년에 제정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규정은 '괴뢰'로 규정한 '비규범적 언어 (문법이나 형식, 표현에서 맞지 않은 언어)'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 북한에서 한류 현상은 여러 경로로 확인된다. 특히 청년 세대에게 한국문화는 낯설지도 않으며 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청년세대의 언어습관을 바로 잡아, 일상에서부터 외부 문화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입법이다.

 

셋째, 모범 청년 사례를 발굴하여 본받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은 당에서 요구하는 바람직한 청년 문화의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따라 배우도록 하고 있다. 청년들이 본받아야 할 우선 대상은 '전승세대'(전쟁에서 싸워 승리한 세대)이다. '전승세대'를 '수령결사옹위'의 본보기로 제시한다. 2019년 김정은은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수령은 인민과 동고동락하는 존재'라고 하였다. 전승세대는 '인민들이 자발적으로 지킨 세대'의 본보기로 강조한다.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고 한 이후 수령을 지킨 인민의 본보기로 전승세대를 활용한 교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물 <전승세대의 삶은 혁명적 인생관의 교과서이다>, 예술영화 <하루낮 하루밤>(2022)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2023년부터는 6월 25일이 '6.25미제반대투쟁의 날'로 정해졌고, 전쟁 체험자, 전쟁 노병과 청년세대의 상봉 모임이 진행되었다. 이후로는 주요 명절 행사의 하나로 '전쟁노병'과 청년세대의 상봉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본보기는 '청년 영웅'이다. 2012년에 있었던 대홍수 때 수령의 초상을 안고 죽어서, "수령결사옹위의 한길에 청춘을 바친" 모범이 된 한현경 학생, 2019년 4월 4일 '혁명열사릉'으로 산불이 확산되지 않게 불을 끄다가 사상한 리정덕, 서려명, 최현일 학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북한은 이들을 '수령결사옹위'의 본보기로 소개하고 교양 소재로 활용한다.

 

<사진 5> [사이프로편집물] 전승세대의 삶은 혁명적 인생관의 교과서이다.

 

III. '애국'의 실천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지속적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치명타를 맞았고 보건 위기 상황이 맞물려 경제도 침체되었다. 위기 상황을 돌파할 대안도 없었다.

 

위기 상황에서 김정은은 위기의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외부의 위기를 확대하고, 이를 내부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수령으로서 개인의 영도력을 뒤로 하고, '국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 국가'가 제일이라는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노동당의 모든 정책이 인민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정책이라는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제시되었다.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는 노동당의 정책일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신념이 되었다. 인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사업은 북한 주민 모두가 노동당의 정책이 '인민대중을 위한 최고의 정책'이라는 것을 믿고 이런 정책을 펼치는 김정은 수령이 이끄는 우리 국가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강요이다.

 

'애국'을 주제로 한 교양 사업과 함께 북한은 인민들에게 애국의 실천을 요구한다. 북한에서 인민들은 당의 정책을 거부할 수 없다. 애국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 되면, 인민들은 끊임없이 애국을 실천해야 한다. '아름답고 고상한 우리 식 문화'와 '도덕'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기준으로 제시한 '애국'을 실천하기 위해 말할 때도 '국어'인 '평양문화어'를 사용하고 옷을 입어도 우리 옷을 입고, 노래를 불러도 '우리 노래'를 불러야 한다. 북한 주민 "누구나 우리의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언어생활을 비롯한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확고히 고수"해 나가기 위해서는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에 언제나 각성을 높이며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생활양식을 반대하여 견결히 투쟁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로동신문』 05/22/2020).

 

'애국'은 경제와 관련된다. 경제에서 애국을 실천하는 방법은 국산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방 발전 전략도 애국을 바탕으로 한다. 지방 경제 발전 전략에 따라 세워지는 공장은 식품, 피복, 학용품, 일용품, 신발 공장 등의 소비재 공장이 중심이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나무 책가방, 민들레 학습장, 국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는 것이 바로 애국을 실천하는 것이다.

 

IV. 결론

 

언급했듯이 북한의 젊은 세대는 간접적이나마 북한 외부의 정보에 노출된 경험이 있으며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정은 정권의 청년교양정책이 얼마나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청년교양정책이 실제로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2019년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타격을 입은 김정은 정권의 국내적 체제정당성의 문제가 다소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추론해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에 크게 와 닿지 않을 것 같은 김정은 정권의 청년교양정책이 모종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향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용일. 2019. "아름답고 고상한 도덕기풍이 국풍으로 되도록 하는것은 현실발전의 요구."『로동신문』 3월 19일.

 

『로동신문』. 2018.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짓부셔버려야 한다." 1월 20일.

 

『로동신문』. 2020. "청년들을 당의 사상과 위업에 끝없이 충실한 전위투사로 튼튼히 준비시키자." 5월 22일.

 

『로동신문』. 2021.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로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결론 《현시기 당세포강화에서 나서는 중요과업에 대하여》를 하시였다." 4월 9일.

 


 

전영선_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담당 및 편집:김채린, EAI 연구보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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