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보수가 '폭망'? 분열 했어도 죽진 않았다
| 2017-06-02
"연구에서 크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는 정말 망했는가. 보수가 나뉘었다면 왜 나누어졌는가'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이번 대선에서) 보수가 몰락했다거나 약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보수의 자기 변화 과정, 새로운 보수적 가치를 찾아 나가기 위한 자기 해체 과정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층은 몰락한 걸까, 아닐까. 결과만 놓고 보면 몰락한 것 같지만,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가 각 대선 후보 지지자들을 살펴본 뒤 내린 답은 '아니다'였다. 그에 따르면 보수층은 잠시 분열했을 뿐, '폭망(폭삭 망한다는 뜻의 신조어)'하지는 않았다.
강 교수는 1일 국회입법조사처·동아시아연구원(EAI) 등이 공동주최해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17년 대선과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발표 초반 "지금이 한국의 보수 유권자·보수 정치를 보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왜냐면 망했으니까. 이번에도 (보수) 찍었으면 진짜"라며 강한 발언으로 시작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론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보수 후보가 참패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르다는 것이 강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홍준표·유승민 후보를 합쳐도 (득표율) 30.8%밖에 안 된다. 87년 대선 후 보수 후보 중 최저 득표"라면서도 "그러나 여기 안철수 후보를 포함하면 총 52%를 넘는다. 여전히 과반 득표를 보수 진영이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안 후보 지지자들의 이념적 특성이 매우 애매하긴 하지만, 중도 성향을 흡수한 건 맞다"며 "(보수층 중) 60대 이상은 홍준표 지지, 50대 전후는 안철수 지지, 40대 이하는 유승민 지지로 보수표가 분열됐다. 세대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수층 지지자들이 각기 세대별로, 지지하는 후보를 다르게 선택했다는 얘기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나 탄핵을 보는 시각도 매우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유승민을 지지한 보수는 이전의 전통적 보수와는 상이한 정체성이 보였다"며 재차 "이번 대선에서 보수 유권자는 분명히 분열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수 유권자가 크게 이탈하지는 않았으므로, 보수의 '몰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또 "촛불 집회가 박근혜 탄핵 여파 속에서 치러졌고, 10년 만에 진보 정권이 돌아왔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뉘었는데 이 둘은 같은 정당인가, 아닌가. 결합이 가능할까"라 질문했다.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였다.
"홍준표-유승민 지지자, 서로 전혀 달라... 한국당-바른정당 재결합 어렵다"
그는 "홍준표 지지자가 박근혜·새누리 지지자 중에서도 전통적 보수 강경파, 어마어마하게 강한 보수라고 하면 유승민 지지자는 '전혀 다른' 보수, 강하지는 않은 보수였다"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적폐청산 등 민감한 이슈별로 살펴볼 때, 두 지지층은 둘 다 보수를 표방하긴 하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강경파·온건파 등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과거와 달리 '박정희 세대·패러다임'이 약화됐다고 봤다. 그는 발표 말미 "특히 이번 대선에서 '박정희 세대·보수'의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라며 "따라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재결합도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는 지방선거(2018년 6월) 전, 두 정당이 서로 통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주택 두 채 이상 소유자는 홍준표 지지가 높고, 주택이 없는 무주택자는 문재인 지지가 높은 등 소유별로 지지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이전의 진보-보수 갈등은 대북정책 등 전통적 안보이슈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경제 정책 등을 둘러싸고 보다 분명하게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회입법조사처 등이 주최한 학술세미나는 오전 10시부터 6시간 넘게 진행됐다. 세미나는 '촛불 집회 시민참여(김보미 성균관대 교수)'·'5당 체제의 등장 배경과 진로(정한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등 1부 발표 및 '19대 대선 특징과 지역주의(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유권자 이념변화 분석(강원택 교수)' 등으로 진행됐다. 자료집은 입법조사처 홈페이지(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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