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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던 보수층 표심, 안철수에서 홍준표로 이동

 

2017년 대선 판도가 바뀌고 있다. '문재인 대 안철수'라는 양강 구도는 깨졌다. '문재인 독주'에 '안철수 대 홍준표' 2위 경쟁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대선 판도 변화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급격히 빠진 반면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급상승했다.

 

안철수는 빠지고, 홍준표는 올라오고

 

CBS노컷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4월 27~29일 실시, 30일 공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2.6% 지지율로 1위를 굳건히 지켰다.

 

2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0.9% 지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관의 4월 10일 일간조사에서 38.2%로 최고치를 찍었던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3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율은 16.7%로 조사됐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안철수 후보를 턱밑까지 쫓아온 형국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4월 28~29일 실시해 30일 공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도 유사했다.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43.1%로 1위였다. 전주 44.4%에서 1.3%포인트 소폭 하락한 정도였다.

 

그러나 2위 안철수 후보는 전주 32.5%에서 무려 9.5%포인트가 빠진 23.0%로 조사됐다. 반면 3위 홍준표 후보는 9%포인트가 오른 17.4%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4월 28일 발표한 4월 4주차(25~27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문재인 후보는 40%로 1위를 유지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6%포인트 급락한 24%로 집계됐다. 안철수 후보는 4월 2주차(11~13일) 조사에서는 37%를 얻으며 문재인 후보를 오차 범위 내에서 위협했다. 그러나 2주 만에 13%포인트가 빠져 나갔다. 3위 홍준표 후보는 3%포인트 오른 12%였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위, 3위 자리가 바뀔 가능성도 충분하다.

 

방황하던 보수층 표심, 안철수에서 홍준표로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변동은 보수층 표심 변화가 견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갤럽 4월 3주차 조사에서 이념 성향별로 볼 때 안철수 후보는 보수층에서 45%로 압도적 1위였다. 홍준표 후보는 20%였다. 그러나 4월 4주차 조사에서는 역전됐다. 보수층에서 홍준표 후보는 16%포인트 오른 36%를 얻어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16%포인트 하락한 29%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앞서 제시된 리얼미터 조사도 비슷한 양상이다. 안철수 후보는 보수층에서 6.1%포인트(25.1%→19.0%)가 빠져 나갔다. 반대로 홍준표 후보는 8.3%포인트(38.5%→46.8%)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존재감이 미약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여전히 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4월 27일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여론브리핑 제142호에 실린 '2017 EAI 대선패널 1차조사 주요결과 및 평가'(배진석 고려대 국제교육원 연구교수)를 보면 이러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패널조사는 4월 18~20일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유권자 패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34.2%였다. 반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는 24.9%로 집계됐다. 2012년 대선 3주 전에 실시된 패널조사 때는 '진보'가 23.3%, '보수'는 24.9%였다. '진보'는 10.9%포인트 늘고 '보수'는 9.0%포인트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관적 자기이념 평가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비롯한 주요 쟁점이슈에 대한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드 배치 '찬성' 응답자는 57.2%, '반대'는 37.9%였다.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적폐청산' 대 '국민통합' 이슈에서는 '국민통합'이 55.1%로 '적폐청산'(42.1%)보다 1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관적 자기이념 평가에서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대폭 늘어났지만, 주요 이슈에서는 그 변화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불일치는 자기이념 평가가 구체적 이슈에 대한 관점에 기반하기보다는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반대 등 절차적 민주주의 혹은 준법문제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유권자 이념 성향이 진보로 이동했다는 가설은 제한적 설명력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현실 세계에 온존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 표심은 이번 대선에서 마음 둘 곳 없이 방황해 왔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층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국무총리를 거쳐 대거 안철수 후보로 이동해 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는 응답자 중 41.5%,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지지했다는 응답자 중 39.4%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를 그리고 있던 안철수 후보 역시 보수층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사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고 '반기문 외교특사', '박근혜 사면 가능성'을 거론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탈락한 것도 안철수 후보에게는 호재였다.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국민의당 대선후보 확정 이후 문재인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단설유치원 설립 자제" 발언 파문과 부인 김미경 교수 문제 등이 겹치면서 경쟁력에 타격을 입었고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없다면 보수층 유권자들이 더 이상 안철수 후보에게 '비판적 지지'를 보낼 이유는 없게 된다. 결국 이들 표심이 기존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홍준표 후보로 쏠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실제로 대선 판도는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치열한 2위 싸움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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