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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때 아닌 '좌클릭-우클릭' 논란이 뜨겁다. 여권에서는 기득권층이 아닌 고통받는 서민·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당내의 전통적인 보수 성향의원들로부터 "무책임한 좌클릭"이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반면 야권에서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와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정당' 주장에 대해 "야성(野性)을 상실한 우클릭이며 지지층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야권의 경우 4.29 재보궐 선거 패배의 원인을 놓고 당의 '과도한 우클릭' 이나 반대로 '불충분한 우클릭'에서 문제를 찾는 등 상반된 견해가 충돌했다.

단일 프레임 넘어 '지지층 결집'과 '중간층 확대' 위한 듀얼 프레임 필요
역대 대선에서 주류 주자는 '중도 확장', 비주류 주자는 '진지전'에 방점
2017년 대선은 새 방정식 실험무대… "여야 대선주자 중 누가 풀 것인가?"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칼럼] 때 아닌 '좌클릭-우클릭' 논란이 뜨겁다. 여권에서는 기득권층이 아닌 고통받는 서민·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당내의 전통적인 보수 성향의원들로부터 "무책임한 좌클릭"이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반면 야권에서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와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정당' 주장에 대해 "야성(野性)을 상실한 우클릭이며 지지층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야권의 경우 4.29 재보궐 선거 패배의 원인을 놓고 당의 '과도한 우클릭' 이나 반대로 '불충분한 우클릭'에서 문제를 찾는 등 상반된 견해가 충돌했다.

 

재점화된 '좌향좌-우향우' 논쟁은 소모적

 

선거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좌클릭-우클릭 논쟁은 오래된 주류 선거 이론의 패러다임 중 하나인 공간 모델(spatial model)의 분석틀에 근거하고 있다. 하나의 수직선 위에 가운데를 중도로 놓고 양 극단에 각각 진보-보수의 입장을 상정하고, 각 후보 혹은 정당이 점해야 할 이념적 포지션이 어디인지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다. 기본적인 논쟁 축은 이념적 방향성을 선명히 해서 자기 진영의 결집을 기반으로 중도를 견인해야 한다는 '당파적 접근법'(방향성 이론)과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중도 위치로 이동해야 한다는 '합리적 접근법'(근접성 이론) 사이의 대결이다. 언론 등에서는 전자를 진영 결집을 우선하는 '진영 노선 전략' 혹은 '집토끼 전략'으로, 후자를 '중도 노선 전략' 혹은 '산토끼 전략'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중도 노선으로의 이동은 진보 진영에서는 우클릭으로, 보수 진영에서는 좌클릭으로 불린다.

 

지지층 결집과 중간층 확대 위한 듀얼 전략 필요

 

두 접근법은 국내뿐 아니라 선거 연구의 진원지인 세계 정치학계에서도 각 국의 선거 행태를 분석하는 유용한 분석틀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현실 정치에서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념적 포지션을 둘러싼 좌-우 클릭 논쟁이 발견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좌클릭-우클릭' 논쟁은 훨씬 더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비화되곤 한다.

 

왜 한국의 좌클릭-우클릭 논쟁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가? 무엇보다 좌클릭-우클릭 논쟁이 정당과 각 후보가 제시할 비전과 정책 포지션을 찾아가는 문제 해결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접근법 중 하나를 절대화하는 흑백 논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지층 결집이 현실적으로 검증된 유일한 선거 전략인 양 곡해하거나 중도 노선이 무조건 다수 득표를 보장하는 것처럼 맹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이 문제는 야권에서 더욱 빈번하게, 소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서 선거를 치러오면서 진영 결집 노선의 영향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 선거 사례나 국내 선거 연구 결과들을 살펴봐도 어떤 지표를 사용하여 분석했는지, 분석 대상이 되는 시기와 사례가 무엇인지에 따라 때론 당파적 접근법이 더 유용하기도 하고, 때론 중도적 접근법이 보다 큰 설명력을 갖는다. 한국 선거 사례에서도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은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

 

또 중간지대 유권자층의 확대와 발언권 강화로 단순한 진영 대결 전략은 한계를 갖는다. 특정 이념 성향과 지지 정당을 가진 당파적 유권자층과 비당파적 중간 유권자층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정당이나 후보 캠프는 지지층 결집 전략과 중간층으로의 외연 확대 전략이 동시에 필요하다. 과거처럼 중도 유권자들의 다수가 정치적 무관심층일 때와 달리 갈수록 자신의 분명한 정치적 선호를 가지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이들은 일방적인 동원의 대상이 아니다. 중간 유권자층이 두 진영 사이의 힘 대결로 쉽게 견인되는 존재가 아니라 선거 정국의 변수를 만들어내는 집단이라는 것은 2007년 중도층의 이명박 후보 지지로의 쏠림, 2012년 대선에서의 '안철수 돌풍' 등으로 입증된 바 있다. 단일 타깃을 대상으로 한 선거 프레임으론 자력 승리의 방정식이 도출되지 않는다. '듀얼 프레임' 선거 전략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역대 선거의 포지션 이동… 전략 선택의 제1기준은 '주제 파악'

 

듀얼 프레임 전략은 진영 결집 전략과 중도 확장 전략을 기계적으로 평균내거나 단순 병행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선순위와 무게중심이 있어야 한다. 우선순위와 무게중심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특정 정치세력 혹은 후보가 양 전략 중 어떠한 전략을 택해야 하는지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주제 파악에서 시작된다. 전략 구사의 주체가 갖고 있는 힘의 크기에 따라 각 전략이 줄 수 있는 비용편익계산은 달라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 것인가의 문제보다 포지션 이동을 스스로 주도할 것인가, 아니면 특정 포지션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릴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특정 정당, 특정 진영을 주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편의상 '주류에 속한 정치인'과 '비주류에 속한 정치인'으로 표현하자)에 대한 자기 평가가 우선이다. 특정 진영을 주도하는 세력에 속해 있고,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진 후보라면 다수 득표를 위해 과감하게 포지션을 이동하는 전략을 주도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류 전략은 "중도 확장"… 1997년 DJ와 2012년 박근혜

 

포지션 이동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를 꼽을 수 있다. 1987년 대선 이래 김대중 후보는 강한 급진적 이미지를 넘어서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뉴DJ 플랜'에서 시작하여 유신본당이라 자처한 김종필 총재와의 연합까지 이끌며 지지층 확대를 꾀했다. 이념적 선명성과 강성 야당만을 내세워서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2007년에는 당 대표 기간 구축된 강한 당내 기반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선거 전략으로 일관하다 중도층에서 강력한 지지 확장을 이뤄낸 이명박 후보에게 대권을 넘겨주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영남과 보수층에서의 강한 지지에 안주하지 않고, 전통적인 보수 포지션인 '줄푸세' 대신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내세워 중원으로 포지션을 이동했다. 박 후보는 이를 기반으로 안철수 돌풍과 강한 정권 심판론의 위기 상황에서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김대중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당시 진영 내 주류 지도자가 아니고, 진영 내 강력한 자신의 지지 기반을 갖지 못했다면 그들의 중도 포지션 이동 전략은 '지지층 이반'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비주류 선택은 진지전… 2002년 노풍(盧風)이 성공 사례

 

반면 당내 소수파이자 비주류가 주류 후보의 포지션에서 경쟁하거나 스스로 포지션을 이동하는 전략은 위험하다. 진영 내 소수파이자 비주류라는 의미 자체가 스스로 정국을 주도할 역량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주류 주자는 자신의 포지션을 일관되게 강조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다수파-주류 후보가 실패할 경우 때가 올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2002년 노무현 후보를 꼽을 수 있겠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는 그해 초까지 당내 소수파이자 '이인제 대세론'에 밀려 있던 후발 주자였지만, 개혁성을 내세워 진보 진영에 어필하는 포지션을 일관되게 고수했다. 대세론을 이끌던 이인제 후보가 어설픈 우향우 행보로 지지층의 반감을 산 것을 계기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당시 이인제 후보 역시 노무현 후보처럼 비주류였지만 대세론에 현혹되어 '박정희 향수 캠페인'으로 중도층 지지도 확보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지층의 이반을 가져왔다.

 

김무성 대표는 보수의 주류 주자… 유승민 원내대표는 '비주류'

 

5년 단임제의 정치 사이클을 고려하면 이제 한국 정치의 시계는 본격적으로 차기 대선 쪽으로 급격하게 무게중심을 이동하게 될 것이다. 여권 상황을 보면 현재까지는 당 대표로서 2014년 지방선거와 4.29 재보궐 선거를 이끈 김무성 대표가 보수층에서 호감도가 가장 높은 선두 주자이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층에서 호감 간다는 비율이 40% 이상으로 김문수 후보나 다른 후보들에 비해 보수층에서의 지지율이 높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는 보수의 주류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조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의 경우 당내 세력 분포로 보나 대중적 인지도로 보나 비주류의 포지션에서 전략 구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화제가 되었던 원내대표 연설은 보수당의 비주류 후보로서 보수개혁의 포지션을 고수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행보이다.

 

야권 주류 문재인 대표, 박원순 시장과의 '우클릭 경쟁'에서 우위

 

야권의 대선주자 경쟁은 문재인 대표의 우클릭과 당 대표 선거 이전까지 줄곧 선두를 지켜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우클릭의 희비가 엇갈렸다. 문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 박정희 묘소 참배, '안보정당' 표방 등으로 적극적인 중도 확장 전략을 추진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야권 및 전체 차기 대선 주자 중 지지율과 호감도에서 크게 앞서 가던 박원순 시장 역시 지난 연말부터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성소수자 지지 철회 발언’ ‘재향군인회 지원’ 결정 등 일련의 우향우 행보를 걸어왔다. 모두 중도층의 지지 확장을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달랐다. 여러 요인이 복합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현재 당내 기반과 세력을 가지고 있는 문 대표의 경우 포지션 이동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반면 야권 및 진보 진영 내 세력 기반이 취약한 박 시장의 우향우는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를 놓치는 것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비주류의 전략을 구사해야 할 박 시장이 주류의 전략을 채택한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그림2).

 

 

2017년은 새로운 대선 방정식 실험무대… "누가 풀 것인가?"

 

물론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는 최종 본선은 물론 여야 예선의 승자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4.29 재보선 이후 야권의 경우 제1야당의 내분으로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서 현재까지의 성적표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적지 않은 후보들의 명멸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좌클릭-우클릭 논란의 문제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모적 논쟁에 매몰된 후보는 예선에서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2017년 대선은 지지층과 중간층을 동시에 만족시킬 새로운 대선 방정식의 실험 무대가 될 것이다. 맹목적인 진영론과 중도 노선 만능론에서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2017년 대선 방정식을 누가 풀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프로필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정치학박사(고려대)- 동아시아연구원(EAI) 사무국장·여론분석센터 수석연구원(현), 주한미군사령관 민간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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