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Editor's Note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조치로 제2의 복지 논쟁이 불붙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맞춤형 복지-경제 민주화 이슈를 내세우며 일단락 되었던 복지논쟁이 2015년 박근혜 정부 임기 반환점을 전후로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바심마당]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정치학 박사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조치로 제2의 복지 논쟁이 불붙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맞춤형 복지-경제 민주화 이슈를 내세우며 일단락 되었던 복지논쟁이 2015년 박근혜 정부 임기 반환점을 전후로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논쟁의 1라운드 시작은 야당이 주도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무상급식 공약은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고, 야당이 승리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중단 주민투표 무산을 거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며 복지이슈를 야당이 선점하는가 했다. 그러나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은 복지이슈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현재 진행되는 복지논쟁은 흡사 2011년 1차 논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하다. 여당에서는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반대라는 명분과 선별복지노선에 대한 여론을 등에 업고 복지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야당 역시 보편복지 확대를 내세우고, 홍 지사의 선별급식이 수혜자에 대한 낙인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1라운드와 달라진 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논쟁 구도다. 이대로라면 2차 복지논쟁은 복고 논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논쟁과정에서 보여주었듯이 국민들이 복지문제를 진보 대 보수라는 이념적인 쟁점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진보-보수를 떠나 복지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면서 복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즉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한국현실에서 성장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한국사회의 다수 여론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한국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은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진보의 가치에 동조한다. 이들은 선별복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혜 계층에 대한 낙인과 사회적 배제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시작한 대전광역시 ⓒ대전광역시

 

그렇다면 여론은 일방적으로 진보의 편을 드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복지확대라는 명분에는 진보의 손을 들어주지만, 복지를 추구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진보의 보편복지론 보다 보수의 선별복지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선별복지의 낙인효과에 대해 우려하지만 동시에 보편복지 재원을 위한 증세에 큰 우려와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연구원이 2011년 무상급식 논쟁 당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보편복지 확대가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었다. 종합하면 이미 한국은 복지국가라며 복지 확대 요구를 포퓰리즘으로 치부하는 정부여당의 입장에도, 현실적인 재정확보 방안에 대한 대책 없는 진보의 주장에도 동조하지 않는다.

 

▲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정치학 박사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및 선별급식으로 전환 결정은 선별복지론에 대한 다수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그러나 선별복지가 다수인 여론만을 보고, 복지 확대를 바라는 복지여론의 양면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여론의 역풍은 불가피하다. 2011년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세훈 시장이 내세운 주민투표안에 대한 지지는 높았지만, 정작 국민들의 복지확대에 대한 기대를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면서 오세훈 전 시장이 주장한 주민투표에는 다수가 불참하였다. 반대로 야당은 국민들의 복지 확대 요구를 정확히 의제화하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이를 보편-무상복지에 대한 지지로 확대 해석하면서 국민들의 여론과는 멀어져 갔다.

 

지금까지 복지 여론의 양면성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 복지정책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세운 “맞춤형 복지”노선이었다. 그러나 집권 3년차를 맞이하여 정부여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3년전 박근혜 후보가 주장한 맞춤형 복지노선 궤도에서 이탈하여 반포퓰리즘-선별복지 조합의 전통적인 보수적 입장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야당 역시 복지 확대를 바라는 민심만 강조할 뿐 재정부담에 대한 우려에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상급식에서 무상교복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차 논쟁에서 정치권이 어떤 성찰이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복지가 무엇일지 기대가 사라지기도 전에 복고 논쟁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할 수 밖에 없다. 이제라도 한 걸음 나아간 논쟁을 기대해본다.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