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새 간판 붙인다고 달라지나](../images/bg_tmp.jpg)
[중앙시평] 새 간판 붙인다고 달라지나
| 2011-12-09
강원택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석을 떠는 모습을 보며 이 질문이 떠올랐다. 현재의 당 모습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희망을 찾을 수 없으니 한나라당을 폐기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적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 입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에 창당된 한나라당은 그래도 우리 정치사에서는 비교적 오랫동안 생존해온 정당이다.
①평화민주당 ②새정치국민회의 ③새천년민주당 ④통일국민당. 아마도 젊은 세대들에게는 최고 난도의 문제가 될 수 있는 이 퀴즈의 정답은 ④통일국민당이다. 통일국민당은 1992년 총선을 앞두고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이 만든 정당이고, 나머지 세 정당은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돼 있는 정당들이다.
평화민주당은 민주화 이후 양김의 결별과 함께 김대중이 만든 정당이고, 새정치국민회의는 정치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던 김대중이 정치 복귀를 하며 만든 정당이다. 새천년민주당은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다수 여당을 만들겠다고 김대중이 만든 정당이다. 그런데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평화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은 같은 정당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새로운 정당일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답은 너무나 자명하다.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석을 떠는 모습을 보며 이 질문이 떠올랐다. 현재의 당 모습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희망을 찾을 수 없으니 한나라당을 폐기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적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 입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에 창당된 한나라당은 그래도 우리 정치사에서는 비교적 오랫동안 생존해온 정당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의 폐기와 재창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걸 보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갖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알 것 같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기에는 한나라당을 없애고 새 정당을 만든다고 해도 별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의 예처럼 새정치국민회의를 없애고 만든 새천년민주당은 전혀 새로운 정당으로 보였을까? 신당 이야기를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이른바 ‘안철수 바람’과 함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커졌고, 그런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정당이 스스로의 변혁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한나라당이 이처럼 부산을 떠는 것도 그런 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방식으로는 떠나버린 유권자의 마음을 다시 찾아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당 이름이 아니라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는 모습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사람이 정치적 소통의 부재, 사회적 양극화, 젊은 세대의 취업난, 시민적 자유의 침해에 대해 지적했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부자·특권층·대기업 편인 것 같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이미 그런 민심이 표를 통해 표출되었다. 그와 같은 지적과 사전 경고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꿋꿋하게 버텼다.
그렇다면 그동안 왜 귀를 막고 있었는지, 왜 그렇게 거만하고 교만했는지, 당 내에 무엇이 잘못되는지에 대한 논의와 반성이 적어도 지금쯤이면 나타나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나라당 개혁 논의 속에 자신들의 잘못과 실수에 대한 진지하고 고통스러운 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 내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진정성의 결여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과거에 대한 반성과 질책 없이 새로운 방향으로의 변화는 가능하지 않다. 스스로 기득권을 버리고 자기를 희생하고 잘못을 책임지려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잘못과 책임을 회피하고 서로 남 탓만 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자기희생 없는 변화의 모색’에서 과연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까. 지금 한나라당은 마치 학교에서 잘못을 저지르고도 꾀를 내 벌을 피해 나가려는 학생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올해의 단어로 꼽힐 만한 것 중의 하나가 ‘꼼수’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간의 잘못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새로운 변화를 위한 고통 없이 그저 당명 바꾸고 새 정당 만들어 ‘우린 한나라당 모릅니다’, ‘우리는 전혀 새로운 정당입니다’라고 국민들에게 말하려고 하는 그 태도야말로 꼼수 중 꼼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떠들어도 그런 태도로는 결코 변화와 감동을 만들어낼 수 없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솔직하고 진지한 반성과 자기희생의 각오를 보여주는 일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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