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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강원택]대통령이 답해야 할 것들
| 2010-06-14
강원택
이명박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나선다. 오늘 아침 TV 라디오 인터넷 생방송 연설에서 한나라당 패배로 끝난 지방선거에 대한 소회와 국정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선거 직후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를 다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고 했지만 한나라당 선거 패배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이러한 ‘애매한 표현’이 여권으로부터 등 돌리고 떠나가는 민심을 붙잡기에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나라 공천 실패로만은 설명 안돼
사람 바꿔 분명한 의지 보여야
이명박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나선다. 오늘 아침 TV 라디오 인터넷 생방송 연설에서 한나라당 패배로 끝난 지방선거에 대한 소회와 국정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선거 직후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를 다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고 했지만 한나라당 선거 패배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이러한 ‘애매한 표현’이 여권으로부터 등 돌리고 떠나가는 민심을 붙잡기에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이 입을 굳게 닫은 사이 2012년 4월로 예정된 다음 차례의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강남 3구와 중랑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의 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한 사실은 수도권 출신 의원에게는 가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선거 전까지는 여론조사에서의 우위와 야당의 무기력으로 다음 선거 승리를 너무도 쉽게 생각했을 것이다. 선거 직후 당 지도부가 사임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침묵과 한나라당의 분주함 간의 대비 속에는 이번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의 패배 원인을 한나라당의 공천 잘못에서 찾는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기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당선 가능성을 무시한 잘못된 공천을 했고 그것이 패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일부 지역에서의 기초단체 선거 패배를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오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런 시각으로는 현직 시장이 재출마한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신승, 인천시장 선거에서의 패배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이런 논리대로라면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의 전패와 강원, 경남도지사 선거 패배 역시 공천 잘못 때문으로 설명해야 한다.
더욱이 이런 주장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불만이 이 대통령, 한나라당 등 집권세력을 향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잘못 공천한’ 개별 후보자를 향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선거 패배 원인을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는 태도 속에는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않으려는 오만함이 느껴진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선거 패배의 일차적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한다. 선거 결과는 그동안 추진한 정책의 근본적 방향이 잘못되었거나 최소한 국민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여당과 청와대 사이의 책임 공방을 보면 그동안 중요한 국정운영의 결정이나 집행 과정에 한나라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으로 당정 협의회를 가졌을지는 모르지만 정책의 근본적 문제점이나 집행에 대한 유보, 반대 주장까지를 포함한 제대로 된 민심 전달의 역할을 당이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선거 결과 직전까지도 민심 흐름을 이토록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집권 세력 내부의 의사소통 구조가 무척 편협했음을 보여준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정책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고쳐야 하고, 소통 구조에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한 변화는 역시 청와대와 내각의 대대적인 인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민심의 요구를 받아들여 임기 후반기를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마음으로 과감하면서도 통합적인 방향으로 새로운 인물을 충원할 필요가 있다. 인사 쇄신이야말로 가장 분명하게 변화의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12일 만의 침묵 끝에 나올 이 대통령의 대답이 궁금하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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