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선 칼럼] 김정일의 세 마리 토끼 잡기](../images/bg_tmp.jpg)
[하영선 칼럼] 김정일의 세 마리 토끼 잡기
| 2011-05-26
하영선
김정일 위원장은 25일 베이징에서 북(北)·중(中) 정상회담을 가졌다. 같은 시간에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이끄는 북한 식량실태 조사단 일행은 평양에 도착해 방북 일정을 시작했다. 한편 서울에서는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연설 이후 대남 비방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속에 5·24 남북경협 단절조치 1년을 맞이하여 대북정책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과시용 정상회담 제안보다 북측 사과와 교류 동시 추진… 비공개 접촉 제대로 이뤄져야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의 해'를 앞두고 북핵문제·경제문제·후계문제의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 및 한국과의 관계에서 개선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삼중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북·중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번 회담에서 과거보다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나 최종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상회담에 마주 앉은 김정일 위원장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북·중 관계를 바라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최우선 과제는 김정일 후계체제를 위한 안보와 경제 문제의 해결이다. 반면에 중국의 최대과제는 일차적으로 중국의 경제발전이며, 이차적으로 이를 위한 주변지역의 안정이다. 따라서 북한과 중국은 기본정책의 변화가 없는 한 서로 상대방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기간 동안 미국의 식량실태 조사반이 북한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조사반의 이번 방문이 중단되어 있는 대북 식량원조의 재개를 비롯한 미·북 관계 개선의 신호탄 역할을 하게 될지를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미국의 대북정책 핵심은 무엇보다도 북한의 비핵화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지난 2007년 2월 6자회담에서 합의한 '불능화, 신고 및 검증, 비핵화'의 3단계 절차에 따르려는 진정성을 보이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현실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본격적인 경제 및 외교 관계의 개선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속사정은 훨씬 복잡하다. 3단계 절차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선군(先軍)정치의 포기를 의미한다. 따라서 김정일 후계체제는 명실상부하게 선군 주도세력을 넘어서서 새로운 실용 주도세력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핵 없는 안보정책의 모색 대신에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의 포기를 '조선반도 비핵화'의 첫 단계로 삼고 북·미 평화협정과 핵군축 회담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할 것이다.
북한의 최근 대남 비방 수위는 우리말 욕설의 풍요로움을 실감시킬 만큼 높아지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북은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서, 그리고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연설을 통해서 모두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려면 현재처럼 국내 및 국제 정치용의 공개제안보다 사과와 교류협력을 동시에 추진하는 비공개 접촉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 시작되고 있는 대북정책 재검토 논의도 현재로서는 대단히 진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0여년의 역사적 체험을 통해서 과거 정부들의 소박한 햇볕정책이나 현 정부의 원칙 있는 포용정책 모두가 북한의 비핵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알게 됐다. 제3의 길은 두 역사적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롭게 찾아야 한다. 우선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북한은 불가피하게 김정일 후계체제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후계체제가 아버지처럼 잘못된 선택으로 핵 선군정치의 유훈(遺訓) 통치를 지속하지 않고, 21세기 새로운 생존전략으로서 핵 없는 안보체제와 북한이 감당할 수 있는 개혁개방 체제를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 이러한 새로운 변화가 오게 하려면 북한 후계체제의 올바른 선택을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김정일식의 세 마리 토끼 잡기는 핵정책의 악순환, 경제성장의 부진, 후계체제 구축의 지연 등으로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불가능하다. 유일한 대안은 동아시아의 여섯 나라가 공동으로 노력해서 북한의 새 후계체제가 사생결단으로 비핵 안보번영 전략을 새롭게 선택하고,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관련 5개 당사국도 전략적 결단을 통해 북한의 새 후계체제가 제대로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국제 안보번영 질서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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