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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인간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자연은 무한히 아름답고 인간에게 필요한 많은 것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러나 성난 자연의 모습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바로 이웃 일본 열도를 마구 뒤흔들고 휩쓸어 간 대지진과 해일의 파괴력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면서 자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새삼 실감하고 있다.

인간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자연은 무한히 아름답고 인간에게 필요한 많은 것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러나 성난 자연의 모습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바로 이웃 일본 열도를 마구 뒤흔들고 휩쓸어 간 대지진과 해일의 파괴력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면서 자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새삼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재앙에 부딪혀 있는 우리 이웃이 앞날을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지금은 망연자실하고 있지만 보다 원천적인 문제, 즉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여유가 곧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혜라 하겠다.

 

우선 자연 앞에서 겸허한 인간상(人間像)을 되찾는 노력이 시급하다.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한계를 망각하는, 거대한 천재지변과 맞부딪힌 인간의 꿈과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 사상누각이 돼 버리는지를 잊어버린 채 애써 외면하고 살아가는 우매함으로부터 인간은 빨리 벗어나야 한다. 더불어 인간이 자연을 정복했다는 오만한 성취감도 절제 있게 정리해야 될 단계에 이르렀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인간은 자연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산업화와 시장의 세계화 과정을 지나면서 자연의 이용과 활용을 넘어 자연자원의 무차별적 남용으로 이어졌다. 물질만능주의와 극단적 이윤추구가 지구촌 문화의 주류로 작동한 20세기는 결국 자연자원의 고갈과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위험한 수준의 기후변화를 초래했다. 유엔기후변화 보고서는 “인류가 멸종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 올라서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는 21세기 지구촌의 최대 과제로 자연의 이용 못지않은 보전이 부상하게 됐다.

 

한편 자연의 파괴가 일상화된 근대산업문명은 빠른 속도로 인간성의 파괴라는 심각한 자멸의 위기로 이어지고 말았다. 생명을 사랑하며 자본과 기술을 이용하기보다는 성장과 발전을 위해 생명이 이용되는 비인간화가 거리낌 없이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인류 파멸로의 행진을 막고 인간성 회복과 공동체의식 복원을 위해서는 자연 보전과 더불어 인간 보전 및 공동체 보전을 새로운 역사의 창조로 인식하는 사고(思考)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고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베이징대의 고등인문연구원장 두웨이밍 교수가 ‘21세기 유교인본주의:중국의 새로운 문화정체성 모색’이란 강연을 했다. 휴머니즘은 인간과 자연 본연의 가치를 가장 소중한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며 21세기를 맞게 된 유교인본주의는 보편성과 공익성을 원칙으로 하여 국가나 지역의 경계를 넘어 지구촌 전체와의 열린 대화를 통해 새롭게 다듬어질 때 역사적 의의와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자연의 연계를 우주 본연의 이치로 파악한 유교문화의 부흥이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대결구도를 완화하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지구촌 미래를 설계하는 데 보다 큰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자연환경 파괴와 정보기술 발전이 동시적으로 가속도가 붙은 전환시대의 심각한 문제점과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를 넘어서 생명자본주의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령 교수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서로 얽혀진 그물망에서 공동운명체로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서로를 살리려는 노력을 지속할 때만이 지구생명공동체는 제 기능을 발휘하며 공생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녹색성장의 원리 역시 자연과 공감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보전의 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자연과 인간의 보전을 통한 지구촌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지만 당장 부딪힌 일본의 불행은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을 역사상 처음으로 경험했던 일본이 66년이 지난 지금 대지진과 해일에 이은 원전 폭발로 또다시 미증유의 시련을 겪고 있다.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수록 내년 4월 서울에서 열릴 ‘핵안보정상회의’와 9월 제주에서 개최되는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오늘의 아픔을 이겨내고 보다 안전한,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보전되는 지구촌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만전의 방책을 강구해야겠다.

 

이홍구 전 총리·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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