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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일본이 사상 최악의 강진과 쓰나미에 이어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의 격려와 지원 속에서 일본은 놀랄 만큼 침착하게 천재(天災)와 인재(人災)를 극복하고 있다. 한국의 일본 돕기 열기도 뜨겁다. 대통령부터 일반국민, 심지어 일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까지 일본의 어려움을 같이 가슴 아파하고 도울 길을 찾고 있다. 일본의 어려움 속에서 역설적으로 한·일관계는 새 시대의 문을 열어나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원자력 안전관리 위한 동아시아 복합네트워크 만들어야 하는데

"독도는 일본 땅" 日 중학 교과서 검정 초읽기…

韓·日관계 다시 되돌릴 것인가

 

일본이 사상 최악의 강진과 쓰나미에 이어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의 격려와 지원 속에서 일본은 놀랄 만큼 침착하게 천재(天災)와 인재(人災)를 극복하고 있다. 한국의 일본 돕기 열기도 뜨겁다. 대통령부터 일반국민, 심지어 일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까지 일본의 어려움을 같이 가슴 아파하고 도울 길을 찾고 있다. 일본의 어려움 속에서 역설적으로 한·일관계는 새 시대의 문을 열어나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처럼의 역사적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양국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과 꼭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방사능 피해도 중요하지만 보다 심각한 '에너지 쓰나미'의 위험성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심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자로 442기의 분포는 미국(104기), 프랑스(58기), 일본(54기), 러시아(32기), 한국(21기)의 순위다. 중국(13기)은 현재 11위이지만 건설 중인 원자로 27기를 완성하면 세계 4위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원자력이 총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한국이 35%, 일본이 30%, 중국이 2%다. 문제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경제성 있는 대체 에너지의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동아시아 3국의 원자력 의존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

 

제3의 대안은 한·중·일의 공동 주도로 원자력의 안전성·환경성·경제성을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관리하는 동아시아 복합 네트워크를 하루빨리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 교토에서 열린 한·일·중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미 원자력 안전 분야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원칙적 합의를 했으므로 의제를 본격적으로 구체화해서 다가오는 3국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를 하고 금년에 첫발을 내디디는 3국 협력사무국에서 첫 실무 과제로서 다루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일본의 주도적 역할이다. 대규모의 원전사고를 자국(自國) 중심으로 수습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의 귀중한 체험을 기반으로 원자력 안전을 위한 일본의 동아시아 돕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게는 동아시아 원자력산업의 장래가 걸려 있고, 크게는 동아시아 3국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좌우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각생(各生)의 동아시아가 공생(共生)의 동아시아로 진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문부과학성의 중학교 검정 교과서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발표가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시한 문부성의 신학습 지도 요령에 따른 첫 번째 검정이기 때문이다. 일단 원래 예정대로 발표되면 한국에서는 모처럼 공감대를 형성한 일본 돕기 열기가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일본 비판의 찬물 세례를 맞고 식어버리는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다.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라 한·일 지식인 26명은 '한·일 신시대 공동 연구'를 2년 동안 진행하고 지난 가을 양국 정부에 신시대 한·일관계를 위한 제언을 하면서 '공생을 위한 복합 네트워크'의 구축을 강조했다. 제언서 작성을 위한 한·일간의 긴 논의 과정에서 얻은 결론은 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한·일관계의 청룡열차에서 탈출하는 단기적 해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한국인, 일본인 그리고 중국인이 개별국가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가지는 동시에 동아시아인의 정체성을 키워나가는 한방 치료가 불가피하며, 그 과정에서 양국 간의 예민한 의제들을 최대한 국내 정치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양의(洋醫) 처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아픔은 동시에 동아시아의 아픔이다. 따라서 치유와 재발 방지도 일본 혼자가 아니라 동아시아가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동아시아가 공동체로 움직이기에는 아직까지 한마음이 되기 위한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원자력 안전을 위한 동아시아 복합 네트워크 건설은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중요한 시기에 한·일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한·일 양국은 일본 중학교 검정 교과서 발표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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