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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20대 남자, 그리고 민주주의
| 2025-02-18
국민일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탄핵 때까지 국회 앞을 뒤덮었던 ‘K팝 응원봉 시위대’의 주축은 2030여성이었다. 최근 만난 정치인은 “이들이 주도한 응원봉 시위대는 특정 정치인의 팬덤과도 또 달랐다”며 이들이 ‘K민주주의’의 또 다른 챕터를 열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20대 남성들이다. 그들은 자기 목소리를 광장에 나와서 낼 줄 모른다”고 걱정했다.
최근 광장의 풍경은 달라졌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 현장마다 젊은 남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일각에선 서울서부지법 폭력 시위에 가담했던 일부를 가져와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넘어선 극우화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극단값에 속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20대 전체로 확대해 해석하고 싶진 않다.
20대 남성의 보수화가 한국 사회, 무엇보다 정치권 이슈가 된 시점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였다. 문재인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던 남성을 겨냥한 정책과 메시지를 보수 진영이 내놓으며 ‘이대남’은 보수, ‘이대녀’는 진보와 같은 등식이 등장했다. 당시 진짜 20대 남성의 생각이 궁금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기획을 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건 군 복무에 대한 피해의식이었다. 초·중·고교 시절 여학생과 학업 경쟁에서 치이고, 군대를 다녀오면 취업 전선에서 뒤처지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했다. 기성세대 남성과 달리 자기들은 또래 여성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려본 적이 없는데도 사회에선 남녀차별 프레임을 들어 여성에 대한 배려만 요구하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했던 청년의 목소리도 기억이 난다.
세대와 젠더 문제를 다루기가 어려운 건, 각자 속한 세대의 특정한 경험과 이렇게 형성된 관점으로 상대방을 보는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또 “20대 남자들은 왜 그래?”라는 질문이 곳곳에서 나오는 걸 들으면서 역시나 진짜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20대 남자들은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친중 노선을 견지했던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감, 아울러 윤 대통령과 극한 대립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강한 비호감을 표현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시위에 나가고 목소리도 내 봤지만, 내 삶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촛불혁명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민주당 집권으로 이어졌지만 조국 사태가 벌어졌고, 치솟는 부동산값에 우리는 영끌이란 선택지로 내몰렸다.” 이를 2017년 탄핵에 대한 부정적 효능감이라 불러야 할지, ‘탄핵 학습효과’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이 같은 부정적 정서를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동아시아연구원의 ‘양극화와 한국 민주주의’ 연구에서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2016년과 2024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란 글에서 현 상황이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보였던 당파적 대립에서 더 나아가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로 확산하고 있다고 짚는다. 민주주의 체제에 관한 인식 변화 조사 결과 “민주주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약화는 20, 30대 남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이들은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항상 낫다’는 인식이 가장 낮고 ‘상황에 따라서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이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은 이미 저마다 이런 현상의 유불리를 따져 움직이기 바쁘다. 하지만 세대와 젠더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교묘히 그 틈을 파고드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 정치권이 현상의 진짜 원인을 외면하고, 이를 만들어낸 구조에 눈을 감는 한, 20대 남자들의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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