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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선 칼럼] 한국 미래사 대박 내기
| 2010-09-30
하영선
미얀마로 가는 길은 멀었다. 같은 동아시아에 자리 잡고 있지만 하루 온종일 걸렸다. 뉴욕 가는 만큼의 시간이다. 그런데도 한국·미얀마 협력포럼에 참석하러 초행길을 나선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얀마 가는 길은 단순히 미얀마 가는 길이 아니다.
더 넓고 더 깊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北처럼 실패한 국가 미얀마, 최단시간에
G20이 된 한국… 가슴과 가슴으로 만날 시기
동남아 국가 중에 잘나가던 미얀마가 1962년 이래 미얀마식 사회주의 고행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최근에는 1인당 연 국민소득이 500달러로 떨어졌다. 아세안 10개국 중 최하위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빈국(最貧國) 회원이 됐다. 이런 수모를 벗어나기 위해 최단기간에 세계 최빈국 클럽을 벗어나서 G20의 일원이 된 한국의 체험이 미얀마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따져보기 위한 모임이었다. 회의에서는 한국과 미얀마가 함께할 수 있는 지식공유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을 따져 볼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성과들이 있었다.
그러나 미얀마 가는 길은 멀 뿐만 아니라 험하다. 지식공유 프로그램의 작은 씨앗이 거목(巨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개의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우선 미얀마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미얀마에 대한 기존의 제재 정책을 조심스럽게 재검토한 후 '실용적 포용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재와 포용정책을 동시에 적용해 보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미얀마 고위 관료들과의 적극적 만남을 통해서 민주화의 진정성을 확인하면 제재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미얀마도 이러한 기회의 창(窓)을 적극 활용해서 미얀마 나름의 실용적 표용정책을 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국운은 누가 지구 공간을 넓고 깊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얀마가 제재(制裁)의 그물망을 피해서 아세안에 참여하는 정도의 새끼 그물망 치기에 머물러서는 미래사 개척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 미얀마와 미국의 어려운 현실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한국은 두 나라의 실용적 포용정책이 만나도록 하는 중개 역할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미얀마 중심도시인 양곤의 시내에는 높이 100m를 자랑하는 황금빛의 장엄한 쉐다곤 파고다가 우뚝 서 있다. 한마디로 불교 대국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불심(佛心) 깊은 인구 6000만명, 한반도 3배 크기의 땅, 그리고 가스·나무·보석 같은 자원의 축복을 받은 미얀마가 20세기 부강 국가 건설에 실패해서 아세안의 우등생이 아니라 낙제생 대접을 받고 있다.
세상은 다시 한 번 변하고 있다. 이제 세계 각국은 부강국가 건설이라는 근대 프로젝트 대신 복합국가 건설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다. 미얀마가 또 한 번 뼈아픈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미얀마처럼 식민지를 거쳐서 뒤늦게 뛰기 시작했으나 부지런히 근대의 숙제를 마무리하면서 미래의 과제를 예습하느라고 정신없는 한국과 머리를 맞대고 압축 성장의 역사적 체험을 진지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김정일 후계체제 마련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북의 후계체제는 21세기 신(新)생존전략을 제대로 구상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런 노력과 한국과 주변 열강들의 공존·공영 노력이 맞물릴 수 있는 묘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반도 동아시아 그물망의 남쪽 코를 제대로 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0년 만에 금년 11월 총선거를 치를 미얀마 역시 21세기 신생존전략을 제대로 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머리에서 머리로 전해지는 지식 이전 프로젝트가 아니라 가슴과 가슴이 만나서 서로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는 지식 공유의 노력이 절실하다.
한반도가 놓여 있는 동아시아 북쪽의 북한과 남쪽의 미얀마가 모두 21세기 신국가경륜을 펼치면서 한국과 함께 신시대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면 한반도 역사의 대박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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