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硏 연속강좌 '역사 속의 젊은 그들'] 연암 박지원](../images/bg_tmp.jpg)
[동아시아硏 연속강좌 '역사 속의 젊은 그들'] 연암 박지원
| 2010-03-09
곽아람기자
"한국의 중국 전문가는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후손이어야 합니다. 서구가 읽을 수 없는 중국을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태생적인 자원은 우리 혈관 속에 흐르는 '연암 DNA'일 것입니다. '중국을 제대로 보려면 연암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가 오늘 강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뛰어난 국제정치학자
중국 외교정책의 복잡성 '열하일기'의 분석 보면 현대 학자들도 놀랄 안목
'사이비 세상'에 우울증
해학 돋보이는 초기 작품 타고난 유머라기보다 心病극복 위한 노력인 듯
"한국의 중국 전문가는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후손이어야 합니다. 서구가 읽을 수 없는 중국을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태생적인 자원은 우리 혈관 속에 흐르는 '연암 DNA'일 것입니다. '중국을 제대로 보려면 연암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가 오늘 강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대회의실에 120명에 가까운 청중이 몰려들었다. 하영선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의 연속강좌 '역사 속의 젊은 그들: 18세기 실학파에서 21세기 복합파까지'의 첫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이 주최하고 조선일보와 동북아역사재단이 후원하는 연속강좌의 이날 주제는 '연암 박지원'. 하 교수의 열띤 강연이 펼쳐진 2시간여 동안 청중은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PPT 자료에 몰입했다.
이날 강의는 조선 후기 북학파 실학자의 대표인물인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국제정치학적 시각에서 바라봤다. 하 교수는 "국내 중국 전문가들에게 《열하일기》를 읽었느냐고 물어보면 '미국 책을 많이 읽었는데 굳이 《열하일기》를 읽을 필요가 있느냐'는 답이 돌아온다"면서 "국제정치학자들이 우리 선조가 남긴 귀한 기록을 통해 현재 중국의 원형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선조들에게 죄송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하 교수는 연암이 관심을 가졌던 중국 관련 이슈를 ▲존화양이론(尊華攘夷論) ▲청나라 대외정책의 복합성 ▲조선의 대청(對淸) 외교론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하 교수는 "청의 대외정책과 관련해서는 《열하일기》 중 1780년 연암이 지금의 청더(承德)에 해당하는 열하에 있는 건륭제의 피서산장(避暑山莊)을 방문한 기록이 특히 주목된다"고 했다. "연암은 피서산장 인근에 있는 라마교 사원 외팔묘(外八廟)를 유심히 봅니다. 이는 피서산장에서 해마다 몽골에 대한 무력시위를 겸한 사냥대회가 열렸던 사실과 대비되는데요. 연암은 이를 청이 주변세력에 대해 한편으로 강경책을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 '소프트 파워 디플로머시(soft power diplomacy·회유책)'를 쓰는 것으로 분석하지요. 음풍농월(吟風弄月)하는 것 같았던 연암이 18세기 복잡한 중국의 외교정책을 오늘날의 국제정치학자보다 훨씬 나은 안목으로 지적하는 것을 보고 섬뜩했습니다."
하 교수는 연암의 사상을 삶과 연관시켜 설명했다. 그는 "연암이 심병(心病), 즉 우울증 증세를 여러 번 호소한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면서 "연암이 괴로워했던 이유는 사이비(似而非) 세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가 "연암의 초기 글에 해학과 골계미가 돋보여서 사람들은 그가 이에 재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달리 보면 연암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웃기는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하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연이 모두 끝나자 청중석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고려대 국제학부 3학년 장예준(21)씨는 "연암이 청조 대외정책의 복합성을 알아차렸다고 말씀했는데 과거에도 현재처럼 '소프트 파워'가 중요했느냐"고 물었다. 하 교수는 "'천하질서(天下秩序)'라고 일컬어진 동양의 중국 중심 국제질서는 예(禮)와 명분(名分)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서양보다 훨씬 부드럽고 우회적이었다"고 답했다. '권문세가의 자손인 연암이 왜 양반사회를 비판했는가?' '현재 우리의 대중(對中)정책을 연암이 본다면 어떤 입장을 밝히겠는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이날 청중은 대부분이 정치 및 국제관계를 전공하는 20~30대 대학·대학원생들이었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이상도 일부 있었다. 조선일보 사고(社告)를 보고 참석했다는 이호중(58·무역업)씨는 "우리가 이제까지 세계를 보는 관점이 너무 미국적이었는데 연암을 통해 한국적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서울대 외교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송지예(27)씨는 "개인의 인생사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고 현대를 재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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