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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월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미국이 당면한 테러, 경제위기, 기후변화의 복합 위협들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가려면 상향식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사용 가능한 모든 힘들을 활용하자면서 외교 개념의 확대를 강조했다. 전통외교와 함께 '21세기 치국책(statecraft)'에 맞는 신외교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21세기형 외교그물망을 어떻게 짤 것인가
우리 외교통상부는 과감한 제도 혁신,외교관 선발의 개혁,
첨단의 경쟁력을 위한 준비가 돼 있는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월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미국이 당면한 테러, 경제위기, 기후변화의 복합 위협들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가려면 상향식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사용 가능한 모든 힘들을 활용하자면서 외교 개념의 확대를 강조했다. 전통외교와 함께 '21세기 치국책(statecraft)'에 맞는 신외교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 논의의 중심에는 클린턴 장관의 혁신 고위자문관인 알렉 로스가 서 있다. 40이 채 안 된 나이로 디지털 경제와 정치에서 창의적인 성과를 올린 그가 이번에는 디지털 시대의 그물망외교 구축실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외교무대를 첨단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국'제에서 '국민'제(國民際)와 '민'제(民際)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외무부와 미 국무부의 인터넷 사이트를 한번 들어가 보면 변화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미 국무부 사이트는 블로그, 트위터, 사회 네트워크 사이트, 유튜브, 텍스트 메시지의 활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물망외교의 그물 짜는 모습이 실감나게 느껴지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노력들을 보다 자세히 파악하려면 지난 부시 정부 말기에 나왔던 변환외교 자문회의의 '2025년 국무부 최종보고서(2008)'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2025년 미국이 당면할 전략 환경을 전망한 다음 국무부를 위해 10대 권고를 하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 중반외교는 주인공과 무대가 과거처럼 국가중심의 군사·경제적 대결뿐만 아니라 국가 밖과 안에 다양한 주인공들의 출현과 특히 폭발적인 과학기술 무대의 확장을 동시에 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중반 국무부는 복합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복합대응 능력을 기르고, 새로운 네트워크 외교를 수행할 수 있도록 외교관들의 선발, 교육, 인사과정에서 네트워크 이론 교육을 강화하고,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한 지식외교를 추진하고, 외교 인력과 예산을 대규모로 확충하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뒤늦었지만 선진 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외교경쟁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해서 외교아카데미 설립, 외교안보연구원 혁신, 외교통상부 인사 및 제도 개선, 외교인력 확충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대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경쟁 상대들이 이미 부지런히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중반 미래외교 구상들에 대한 구체적 파악이 우선해야 한다. 잘못하면 21세기가 아니라 20세기 경쟁력강화 방안이 될 위험성이 높다.

 

한국판 '2025년 외교통상부'의 전략 환경 분석은 3중적 새로움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경제위기 이후 신세계질서의 외교무대는 현재 미국이 비교적 정확하게 읽고 신외교혁명을 추진하고 있듯이 20세기 외교와는 상당히 다른 면모를 드러낼 것이다. 동시에 청일전쟁 이후 백 년 만에 일본을 추월한 중국의 부상, 그리고 세계질서 주도 국가의 권좌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하는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외교는 복잡한 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남북한 관계도 북핵문제 해결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21세기의 3중적 새로움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외교통상부', '새로운 외교관 선발제도', 그리고 '새로운 외교안보연구원'의 탄생이 필요하다. 외교통상부는 3중적 탈바꿈을 해야 한다. 21세기 신외교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게 과감한 제도 혁신이 있어야 하며 보다 치열해질 동아시아 외교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변 4강외교의 강화, 그리고 새로운 북한선진화 외교가 필요하다.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외교관을 선발하고 양성하기 위한 국립아카데미 설립은 그 자체가 비경쟁적 성격을 가지게 되므로 자칫하면 20세기적 경쟁력강화방안의 대표적 상징이 될 위험성이 높다. 오히려 현재와 같이 구시대의 과거제도 같은 외무고시제도를 21세기형 선발과정으로 바꾸면 국내 교육기관 모두가 경쟁적으로 새로운 21세기형 외교관을 양성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외교안보연구원의 혁신방안도 21세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선 연구와 교육의 수준이 국내의 해당 분야에서 첨단의 경쟁력을 가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다음에 2차적으로는 국제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의 외교경쟁력 강화노력이 신시대에 걸맞지 않은 구시대적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미래지향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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