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성장하며 붕괴하는 북한 경제](../images/bg_tmp.jpg)
[중앙시평] 성장하며 붕괴하는 북한 경제
| 2009-07-22
조동호
북한 경제는 성장하며 붕괴하고 있다. 이 무슨 앞뒤 안 맞는 황당한 소리인가 하시겠지만, 그렇게밖에 오늘의 북한 경제를 진단할 수 없다. 경제의 성장이란, 쉽게 말하자면 생산의 증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북한이 생산해 내는 부가가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라는 이야기다.
경제의 성장이란, 쉽게 말하자면 생산의 증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북한이 생산해 내는 부가가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라는 이야기다.
물론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사실 북한은 1960년대 중반 이래 경제 지표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북한 스스로 내놓는 경제 통계라고는 최고인민회의에 보고하는 예산 규모와 간헐적으로 국제기구에 제출하는 국민소득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예산은 전년 대비 증가율만 밝힘으로써 실제 규모를 파악하기 불가능하고, 국제기구 제출 통계는 하도 오락가락해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아직도 식량조차 부족하다는데, 게다가 외부 지원도 거의 끊겼는데 무슨 근거로 플러스 성장이라 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성장의 핵심은 바로 북한 주민들의 시장 활동에 있다. 국가경제가 어려워지고 배급제가 거의 붕괴함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시장과 그 주변에서의 장사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의 90%는 시장과 직·간접적 관계를 갖고 생활하고 있을 정도인 것이다. 심지어 북한의 시골마을에서 생일 케이크를 먹어본 남한 사람도 있다. 방북 중 생일을 맞았다고 하자 북측 안내원이 시장 이곳저곳을 수소문해서 케이크를 구해 온 것이다. 물론 케이크 가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있으면 집에서 만들어 파는 개인 장사였다.
이러한 장사행위는 당연히 생산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국가가 밀가루 100원어치를 생산해 배급하면 그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밀가루를 그냥 소비하지 않고 빵이나 국수를 만들어 12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20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한 것이고, 그만큼 국민소득과 경제성장률은 증가하게 된다.
그러면 성장하고 있다면서 왜 붕괴하느냐고 또 의아해하실 것이다. 그 이유는 이러한 장사 행위가 계획경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경제란 생산에서 소비까지 국가가 계획하고 통제하는 경제를 뜻한다. 그런데 장사란 국가의 계획 밖에서 벌어진다. 계획할 수도 없다. 결국 공식적인 계획 부문은 줄어들고 통제 불가능한 사적 부문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장사가 다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북한은 ‘7·1 조치’의 일환으로 2003년 시장의 개설을 허용했고, 따라서 시장 내의 장사는 합법이 되었다. 그러나 시장의 허용은 자연스레 더 커다란 불법적인 시장을 낳았다. 시장에서는 거래가 금지된 물건을 사고팔 공간이 필요했고, 시장에 매대를 얻지 못한 주민은 주변에 불법 거래터를 만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과 거리가 먼 지역에서는 아예 불법 시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긴 시장 안의 합법적 장사라 하더라도 계획경제의 틀 밖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시장의 영역이 커지면서 북한 주민들은 시장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출근해 봐야 일거리도 없고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 먹고살기 위해서는 장사라도 해야 했던 것이다. 주민들은 공장에서 훔친 재료로 물건을 만들어 팔기도 했고, 공장들은 주어진 목표량보다는 시장에 판매할 물건 생산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국가가 책임져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야 했으므로. 그렇게 북한 경제 시스템은 허물어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성장이 붕괴를 가져오고 붕괴가 성장을 촉진하는 이 비극적인 아이러니. 물론 북한 당국으로서야 그대로 용인할 수 없는 성장이고 결코 방관할 수 없는 붕괴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시장을 폐쇄하려 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국가가 배급을 재개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시장부터 폐쇄한다면 경제적 혼란과 곤경만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돈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계획경제를 부활시킬 수 있다. 핵을 통한 체제보장이 권력세습의 대외 조건이라면, 계획경제의 안정은 주민 지지를 위한 대내 조건이기도 하다. 북한은 개성공단의 문을 닫을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도 노동자를 계속해 추가 공급하는 알쏭달쏭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오히려 개성공단 사업의 지속은 물론이고 공단 수준을 넘어서는 더 큰 협력과 지원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로, 턱도 없이 들리는 5억 달러 요구는 바로 그 협력과 지원의 상징적 액수로 읽히는 것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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