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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2000년대 말 광명성 2호 이후의 '보즈워스 프로세스'도 운명의 궤도에 진입한 순간 기대와는 달리 무사귀환에는 실패하게 될지 모른다.

2000년대 말 광명성 2호 이후의 '보즈워스 프로세스'도 운명의 궤도에 진입한 순간 기대와는 달리 무사귀환에는 실패하게 될지 모른다.

 

세계정치의 4월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으로 문을 연다. 세계의 관심은 이미 런던에 집중해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어두운 세계경제의 앞날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4월은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와 함께 시작된다. 북핵을 포함한 북한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G20 정상회담과 광명성 2호 발사 이후의 한반도와 세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G20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재무장관회의 참석 길에 세계은행 총재 로버트 졸릭은 언론원탁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미국 혼자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므로 새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각생(各生)하려다 공사(共死)하지 않으려면 세계의 무역금융, 경기부양, 금융규제 강화를 위해 IMF와 WTO의 적극적 역할과 G20의 국제공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중에도 G20의 성공을 위해서는 주요 2개국(G2)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졸릭 총재가 말하는 G2는 누구인가. 냉전시기에는 미국과 소련이 G2였다. 많은 국제정치전문가들은 소련의 해체와 함께 다가온 탈냉전시대는 미국 단독의 G1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예상과 달리 21세기의 9·11 테러와 세계경제위기는 G 0(제로) 시대의 도래를 걱정하면서 다양한 힘을 활용하려는 똘똘이(smart) 외교 시대를 불러왔다.


미국은 똘똘이 외교의 G2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놀랄 일은 아니다. 중국의 국민총생산(GNP)은 이미 작년에 4조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2009년은 기억해야 할 해다. G20의 대부분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의 어려움을 겪는 속에도 중국은 여전히 6.7%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드디어 GDP 규모에서 세계 2위의 일본을 추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업과 불평등의 정치적 위험만 제대로 관리하면 중국의 고속성장은 2010년대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 후 동아시아 권력구도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그때쯤이면 중국의 똘똘이 외교도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다.

 

4월 2일 런던정상회담과 함께 4월 4일쯤에 광명성 2호 발사가 예상되고 있다. 주변 당사국들은 이미 발사 이후 국제공조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형 똘똘이 외교를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민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화'라는 악수의 손을 바로 잡지 않고 북한은 일단 미국 얼굴에 위성을 쏜 다음 바로 대화라는 껴안기 작전을 시도할 예정이다.

 

상대적 힘의 쇠퇴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 똘똘이 외교를 새로운 기본원칙으로 내세운 오바마 외교는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가능한 모든 길을 다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 한계 내에서 경고 내지 제재 노력을 하고, 동시에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 아래 '선(先) 6자회담 후(後) 2자회담'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똘똘이 외교의 원칙에 따르자면 발사 이후 북한이 내놓을 '선 2자회담 후 6자회담'의 제안을 무작정 외면하기도 어렵다.

 

1990년대 말 광명성 1호 이후의 '페리 프로세스'와 같이 2000년대 말 광명성 2호 이후의 '보즈워스 프로세스'도 비슷한 운명의 궤도에 진입할 공산이 크다. 진입 순간의 기대와는 달리 무사 귀환에는 실패하는 것이다.

 

북한의 선군정치가 지난 10년 동안 사고와 정책의 기본원칙에 본질적 변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단기적 똘똘이 외교는 결국 장기적 멍청이 외교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4월의 세계와 한반도에서는 똘똘이 외교의 치열한 경연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외교에도 본격적 실험의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한국대표팀은 세계의 야구팬들이 놀랄 만큼 멋진 승부를 펼쳤다. 강속구와 슬로 커브, 그리고 홈런과 번트의 절묘한 배합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한국외교도 똘똘이 외교를 넘어서는 지혜 외교를 펼치려면 하드 외교와 소프트 외교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구사할 줄 아는 묘를 하루빨리 터득해야 한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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