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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변화'를 전면에 내세운 오바마(Obama)의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까.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선거 때 내세웠던 미·북 직접대화를 통해 북핵(北核)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오바마, 미(美)경제 우선… 한반도정책 철저히 실리 위주로 갈 것"

국제정세와 韓·美관계

하영선, 주한미군 감축·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논란될듯
북핵 포기 유도할 새 韓·美 대북협상안 필요

 

김병국, 우선 순위에 한반도·북핵문제 밀릴 가능성
'오바마 채널' 만들겠다며 조급하지 말아야

 

'변화'를 전면에 내세운 오바마(Obama)의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까.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선거 때 내세웠던 미·북 직접대화를 통해 북핵(北核)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하영선(河英善) 서울대 교수와 김병국(金炳局) 고려대 교수(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가 5일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대담을 갖고 이 같은 현안들에 대해 답을 찾아봤다.

 

하영선=이번 미국 대선은 일찌감치 결과가 예상됐기 때문에 결과 자체보다 출구조사 과정의 설문을 더 관심있게 봤다. "투표할 때 뭐가 가장 우선 고려사항이었나"는 질문에 미 국민들 60%가 '경제'라고 답했다. 그 뒤로 '이라크전' '테러문제' '의료보험'이 각각 10% 정도씩이었다. 앞으로 오바마(Obama) 행정부를 내다보고 한·미관계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그 '6:1:1:1'의 구도를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김병국=2008년이 부시 행정부의 '동면기(冬眠期)'였다면 2009년은 오바마 행정부 주도의 '전환기'가 시작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에 오바마는 모험과 실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신참인 그에게 '변화'는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이고, 또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힘도 얻었다. 실물경제는 침체되고 세계 금융은 아직 혼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라크에서 철군하지만 어떤 과정·절차로 할지 정해진 게 없고, 아프가니스탄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큰 결정, 큰 모험, 큰 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당선된 것이다.

=오바마 인수팀이 결성될 경우 기본 원칙은 ①선(先)경제, 후(後)외교·안보 ②이라크전 과오 되풀이 방지 ③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암초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경제문제에서는 금융위기 후 글로벌 리더십 재편 과정에서 과연 미국이 겸손하게 유럽·아시아를 껴안고 돌파할 수 있느냐가 의문이다. 또 이라크에서 빨리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중점을 두겠다고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그의 바람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WMD문제에서도 '직접 대화'라는 새로운 수단을 제시하고 있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는 이전의 미국 정책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경제 쪽에서 오바마가 어떤 실험을 할 것인지는 예측 가능한 것 같다. 1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인수위팀에서 흘러나오고, 15일 열리는 G20 회의에서 부시는 어떤 형식으로든 당선자 오바마와 깊은 협의를 가질 것이다. 하지만 통상 부문, 북핵, 아프가니스탄 등에 대해 어떤 대안을 고려하고 있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오바마는 상황에 밀려서라도 모험과 실험에 나서게 될 것이지만 그 모험과 실험에서 아직 그가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게 될 것이다.

=오바마가 겪을 어려움은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 경제위기가 해소되지 않으면 우선 국방비 감축문제가 대두될 것이고, 그때 주한미군문제나 방위비 분담문제가 본격 논의될 우려가 있다. 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면서 '글로벌한 레벨에서 책임을 분담하자'는 명분을 내세우며 우리에게도 파병 등을 요청해올 경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외교 분야에서 오바마가 뭘 할지는 오바마 자신도 아직 잘 모를 것이다. 다만 주류 정치인으로 안정감을 주고 지금까지 미국이 걸어온 외교 정책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람인 바이든(Biden)을 부통령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볼 때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노선은 지금까지의 외교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은 1기 부시 행정부에서 거의 대외정책을 주도적으로 집행했던 체니(Cheney)가 아니기 때문에 바이든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까지일지는 의문이다.

 

=오바마팀이 미·북간 직접대화의 속도를 내면 남북관계가 지체되고 소위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전략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오바마팀은 아직 구체적인 준비는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G20 회의 등을 계기로 오바마도 미국이 더 이상 일방주의로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일방주의가 아니라 다자주의를 선호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국제기구 등을 통해 행사하는 식의 방향이 예상된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오바마 행정부가 동맹국들에 '책임'을 더 요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마 일방주의 시대에서 봤던 미국의 적극적 모습을 우리는 이제 다자주의라는 포맷으로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한·미가 북핵문제에 대한 실험에서 얻은 교훈은 한쪽(당근)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쪽(채찍)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와 오바마팀은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코리안 패키지'(대북 협상안)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김=오바마는 6자 회담 틀은 계속 이어가지만 훨씬 더 적극적으로 '중국 카드'를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파트너로 끌어들여 위기 해소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이전 정부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이 이에 호응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하
=오바마측에서 미·북 직접대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란에 제시하고 있는 '패키지'를 보면 북한에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인센티브로 핵 폐기를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의 전통적 '당근과 채찍' 접근방법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런 제안을 접할 북한 김정일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서 직접대화 등의 기대를 크게 가졌는데 막상 핵 포기로 받는 보따리는 (부시 행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것이라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핵문제가 쉽게 돌파구를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충만해 있지만 현실은 험난할 것이다. 미·북 간에는 건너기 어려운 강이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2009년 오바마의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북핵이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에게는 경제위기라는 더 큰 도전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향후 수십년 세계 각국의 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새로운 브레튼우즈체제가 논의되고 있고, 미국 국내적으로도 '뉴딜'이 다시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오바마에게는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우선이다. 북핵 자체의 어려움도 문제지만 우리가 노력해도 미국의 관심이 (북핵에 대해)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은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국에 새 팀이 들어 왔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통일정책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밖에 안됐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강대국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우리 외교의 '현실'이다.

=2008년 부시 대통령은 이미 산전수전 다 겪으며 미국의 힘의 한계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고, 또 아주 어려운 한·미관계를 거쳤기 때문에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 호의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한·미)동맹관계에서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던 사람이다. 반면 오바마 당선자는 그러한 '역사'가 없을 뿐더러 변화에 대한 미국 국민의 욕구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실리 중심의 대한(對韓) 외교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정권) 변화 속에서 우리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저쪽은 정권 인수 때문에 바빠지겠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바빠져야 한다.

='바쁨'과 '조급'은 다르다. 우리는 2000년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클린턴에서 부시 정부로 정권이 바뀔 때 당시 우리 (김대중) 정부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정상회담을 서둘러 추진해 오히려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줬다. 이 시점에서 지양해야 할 것은 '채널'을 만들겠다며 준비되지 않은 '정책'을 내는 것이다. 또 미국에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 왔으니 새로운 '인맥'을 구축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인맥 자체보다) 우리의 '메시지'이다. 경제·군사·안보와 글로벌 파트가 같이 모여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정부 내 태스크포스가 더 강화돼야 한다. 지금같이 이분법적으로 치고 받고 하는 싸움으로 나가면 향후 한·미관계는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공감한다. 일단 오바마의 측근들은 대부분 국내 경제·정치에서 경력을 쌓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하는 그런 인맥은 없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이런 인맥을 통해 미국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미국의 정책은 철저하게 국익에 의해 움직인다. 인맥 찾을 시간에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미국의 대(對)아시아정책 그림을 그려 놔야 한다. 오바마가 동아시아정책에 있어 사실상 거의 백지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의 아이디어를 갖고 소통하며 미국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미국은 앞으로 몇 달 간은 경제문제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직 시간이 있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ㆍ김병국 전외교안보수석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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