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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베트남은 우리에게 남다른 감정을 주는 나라이다. 국경을 접하면서도 중국이 한번도 복속시켜 본 적이 없는 강인한 민족이란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프랑스 식민지로 전락하고 곧 이어 분단을 경험하면서 우리와 동병상련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40여년 전에는 우리 젊은이들이 ‘용병’이라는 혐의를 쓰면서 동맹을 위해, 특수를 위해 피 흘렸던 나라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아릿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요즘은 수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우리 농촌에 아이들 소리를 듣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어서 고마운 감정을 갖게 한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남다른 감정을 주는 나라이다. 국경을 접하면서도 중국이 한번도 복속시켜 본 적이 없는 강인한 민족이란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프랑스 식민지로 전락하고 곧 이어 분단을 경험하면서 우리와 동병상련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40여년 전에는 우리 젊은이들이 ‘용병’이라는 혐의를 쓰면서 동맹을 위해, 특수를 위해 피 흘렸던 나라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아릿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요즘은 수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우리 농촌에 아이들 소리를 듣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어서 고마운 감정을 갖게 한다.

그런데 베트남이 북한에도 남다른 인연으로 다가서고 있음을 확인케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달 16일 농 득 마인 공산당 서기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1957년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이 평양을 방문한 이래 실로 반세기 만의 방북이었다. 양국 관계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때 북한이 월맹을 지원함으로써 혈맹으로 불릴 만큼 긴밀했다. 그러나 1978년 통일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략하면서 양국 관계는 소원해지기 시작했고, 86년 베트남이 도이머이(개혁) 정책을 취하면서 더욱 멀어졌다. 이런 점에서 이번 방문은 30년 만에 두 나라 관계 회복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의 의미는 외교적 관계 복원에만 있지 않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알려짐으로써 북한식 개혁·개방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마인 서기장의 평양 방문에 이어 김영일 북한 내각 총리가 베트남을 방문했다. 그는 베트남의 정치적인 수도 하노이를 방문하자마자 국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투자부를 방문하여 베트남의 개방과 경제정책에 대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관광과 농업 부문에서의 개발 현장과 호찌민시를 방문하여 주로 경제 관련 현장답사를 했다고 알려졌다.

김 총리가 베트남을 방문한 직후 역시 동남아의 신흥발전국인 말레이시아, 그리고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잇달아 방문하는 것도 북한이 동남아의 경제개발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해석된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6자회담에서 진전을 보고 있는 핵협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북미 간에 핵 문제가 타결되면 북한이 본격적인 경제 추스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국제금융기구에 접근할 수 있고, 주변국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도이머이는 중국식의 개혁·개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공산당 독재는 유지하되 시장화와 대외개방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차이가 있다면 중국은 특구를 엔진으로 해서 과감하고 효과적으로 개방했다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북한이 중국식보다는 베트남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어서 마치 두 방식이 다른 것처럼 보이게 한다.

2001년 상하이를 방문한 김 위원장은 “천지가 개벽했다”는 말로 중국의 개방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고 나서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지정하려 했으나 양빈 사건으로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김정일이 정말로 신의주를 선전이나 홍콩을 모델로 하는 경제특구로 만들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그러한 아이디어는 갖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을 성공시키려 했다면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서 보다 더 체계적으로 준비했어야 한다. 북한판 개혁조치인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도 그렇다. 그것이 시장화까지 내다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불완전한 개혁에 그치고 말았다. 베트남과의 긴밀한 경제협력을 보면서 베트남이 북한에 개혁과 개방의 교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류길재 EAI 북한연구패널 위원장,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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