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후보의 수준미달 국제정치관(觀)
| 2007-11-02
하영선
정부의 이라크 파병연장 담화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찬성하고 정동영 후보는 반대했다. 문제는 두 후보가 찬성과 반대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보여 주고 있는 국제정치관이다. 한마디로 수준 이하다. 급기야 논쟁은 ‘용병론’의 시비까지 치닫고 있다. 새 대통령을 꿈꾸는 두 후보의 국제정치관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5년의 한국 국제정치는 대단히 걱정스럽다.
정부의 이라크 파병연장 담화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찬성하고 정동영 후보는 반대했다. 문제는 두 후보가 찬성과 반대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보여 주고 있는 국제정치관이다. 한마디로 수준 이하다. 급기야 논쟁은 ‘용병론’의 시비까지 치닫고 있다. 새 대통령을 꿈꾸는 두 후보의 국제정치관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5년의 한국 국제정치는 대단히 걱정스럽다.
파병연장 시비는 동맹관(觀)의 차이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세계는 20세기 냉전과 탈냉전 동맹 논리를 넘어서서 이미 복합동맹 논리의 시대에 들어선 지 꽤 시간이 흘렀다. 한국전쟁 이래 오래 익숙한 한미혈맹론으로 21세기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확보하기는 더 이상 어렵다. 미국이 이미 냉전동맹 질서를 벗어나서 21세기 신질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냉전 동맹론도 21세기 한국의 대안이 되기는 불가능하다. 남북한과 동아시아가 냉전 시대를 졸업하고 탈냉전 시대에 입학했으므로 19세기식 ‘자강(自强)과 균세(均勢, balance of power)’ 정책으로 21세기 생존번영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꿈을 깨야 한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주인공과 무대는 훨씬 복잡하다. 한반도의 남과 북은 두 번의 정상회담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핵문제를 포함한 본격적 긴장완화의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교류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 지구 차원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질서 주도국들은 탈냉전에 따른 평화의 세기를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복잡해진 생존 위협의 주인공들과 무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새로운 복합동맹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정동영 후보의 자주명분론이나 이명박 후보의 경제실리론과 같은 단순 논리로는 이런 3중의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불가능하다.
두 대선후보의 국내선거용 이라크 파병연장 시비와는 달리 미국의 이라크 파병감축 논의는 훨씬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한 해 앞두고 부시 공화당 정부는 9·11테러에 따른 반 대량살상무기 테러전은 계속하되 이라크전의 정책실패를 만회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 이라크의 현지사정이 개선되고 있으므로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 페트레우스 장군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현재의 이란 주둔 미군 16만명을 내년 7월까지 13만명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병력감축 결정의 원칙으로서 ‘성공해서 돌아오기(return on success)’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11월까지는 추가철군이 예상된다. 민주당 대선후보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 상원의원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최근 기고한 글에서 이라크전의 종전이 미국의 세계지도력 회복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60일 이내에 철군계획을 마련하고 동시에 적극적 외교방안으로 핵심동맹국가, 다른 주요국가, 이라크 주변국가들로 구성된 지역안정그룹을 유엔과 협력하여 운영해서 이라크 안정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라크 파병연장 논의도 복합동맹의 시각에서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우선 급한 것은 우리의 삶과 번영을 위협할 수 있는 한반도, 동아시아, 지구의 3중 위협구조를 보다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3중 위협을 자력 해결과 동맹과의 주고받음을 통한 해결을 적절히 섞어서 풀 줄 알아야 한다. 21세기 한국의 위협구조를 보면 여전히 미국의 활용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라크 자이툰부대는 단순한 경제실리나 ‘용병’으로 파병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26개국 1만2000명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것이다. 다국적군도 이라크 주둔 미군의 감축 및 철수와 연동하여 불가피하게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국내정치적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움직여서 동맹의 권리를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자이툰부대는 단순한 경제실리를 위한 것이 아닌 훨씬 다목적 성격의 부대다.
두 후보가 본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대통령이 되고 평화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하루 빨리 21세기 세계정치를 제대로 학습해야 한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
[리셋 코리아] 미·중 디커플링 충격 대비에 사활 걸어야
중앙일보 | 2007-11-02
윤석열 이후 노골화한 `혐오·선동 정치`, 이걸 없애려면
오마이뉴스 | 2007-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