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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장 훈 | 중앙대 교수
한나라, 실용 이슈 독점에서 ‘평화’ 이슈와 경쟁 구도로
한나라 “선거용” 비판은 단세포 반응… 경선 후 숨 고를 기회 없어져
범여권에 단기적으론 긍정적 영향, 대선까지는 못 갈 것
DJ 영향력 커지면서 범여권 결속 방향 안개 속으로

강 원 택 | 숭실대 교수
한나라 예선·본선의 ‘게임의 법칙’ 달라져… 대북정책 수정 가능성
정상회담이 가시적 성과 낼 땐 한나라당 진짜 어려워질 수도
‘노무현 아젠다로 남느냐, 범여권의 공동 아젠다 되느냐’ 기로
DJㆍ노 대통령 잇는 연결고리 역할… 범여권 대야 공세 펼칠 기회

“한나라 후보엔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범여권엔 ‘군소 후보’ 걸러낼 1차 관문”

장 훈

한나라, 실용 이슈 독점에서 ‘평화’ 이슈와 경쟁 구도로
한나라 “선거용” 비판은 단세포 반응… 경선 후 숨 고를 기회 없어져
범여권에 단기적으론 긍정적 영향, 대선까지는 못 갈 것
DJ 영향력 커지면서 범여권 결속 방향 안개 속으로

강 원 택
한나라 예선·본선의 ‘게임의 법칙’ 달라져… 대북정책 수정 가능성
정상회담이 가시적 성과 낼 땐 한나라당 진짜 어려워질 수도
‘노무현 아젠다로 남느냐, 범여권의 공동 아젠다 되느냐’ 기로
DJㆍ노 대통령 잇는 연결고리 역할… 범여권 대야 공세 펼칠 기회

 

강원택, EAI 시민정치패널 위원장,  숭실대학교 교수 · 장 훈,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중앙대학교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8월 8일 남북한이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자 범여권은 일제히 환영했고, 한나라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선(大選)을 4개월 앞둔 시점, 더군다나 한나라당으로서는 후보를 뽑은 뒤 8일 만에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과연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강원택 숭실대 교수와 장훈 중앙대 교수가 긴급 대담을 가졌다. 두 교수는 한나라당 경선에는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대선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훈] 2차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대형 이슈이긴 하지만 대선 본선에서 직접적이고 폭발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당장 눈앞에 있는 한나라당의 경선에 일정한 수준의 영향을 미칠 겁니다. 우선 역사적인 정상회담으로서의 의미가 2000년 당시에 미치지 못합니다. ‘역치(逆値)의 법칙’ 혹은 ‘한계 충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죠. 정상회담의 명분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만, 지금의 남북관계 상황에서 정치적 레토릭(rethoric·수사)을 뛰어넘는 구체적인 해법이나 커다란 역사적 합의를 이뤄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선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런 겁니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어떤 아젠다(agenda)를 누가 설정하느냐의 싸움인데, 지금까지는 한나라당이 실용주의와 경제 살리기, 정국 운영문제 같은 이슈를 내세우며 주도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계기로 당분간은 한나라당의 실용적 이슈와 평화·남북협력이라는 범여권의 거대담론이 공존하며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 주도의 원사이드 게임의 단계는 지나간다는 말이죠. 남북정상회담 자체에 대해 반대하건 비판하건, 한나라당은 정상회담 틀 안에서 얘기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강원택] 한나라당이 민생문제, 경제성장과 고용 등 이슈를 독점해온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덕분에 적잖은 이익도 챙겨왔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계기로 평화체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새롭게 늘어날 겁니다. 상황은 그런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한 범여권에 일단 유리해 보입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그 동안 북한에 대해 보여온 태도에 있어 어느 정도의 정책적 수정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수세에 몰린 범여권이 공세적 입장으로 돌아서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죠. 한나라당의 경우 얼마 전 정형근 의원에 대한 ‘계란 투척’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당 안팎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노무현이라는 ‘공동의 적(敵)’을 앞에 놓고 단합해온 한나라당은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결집력과 단합의 힘이 현저히 약해지고 있는데,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범여권의 경우 남북정상회담으로 지지율이 일정 정도 상승하고, 친노(親盧) 진영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범여권의 문제는 이 아젠다를 어떻게 공유하고 확대시킬 것인가에 있습니다. 정상회담 이슈가 손학규와 정동영의 아젠다로 변할 수 있느냐, 노무현의 아젠다로 남아있을 것인가. 범여권의 매우 중요한 기로가 될 겁니다.

[장훈] 남북정상회담은 범여권에 단기적으로, 앞으로 1~2개월 정도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겁니다. 그 동안 범여권이 지리멸렬한 것은 절대적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었기도 했지만 범여권의 주요 이슈가 생명력을 잃으면서 중심축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흩어진 이슈를 모으고 세워나가는 중심축의 역할을 이번 정상회담이 맡을 것이라고 봅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범여권 경선과 후보단일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 입장에서도 상당한 호재(好材)입니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영향은 길게 잡아도 지금부터 한두 달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9월 추석 때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의문입니다. 12월에 있을 본선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남북정상회담의 관심이 고조되는 지금 이 시기가 한나라당에선 가장 민감한 후보 경선과 맞물려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한나라당으로서는 8월 20일 대선 후보를 결정한 뒤 잠깐이라도 쉬면서 숨을 고를 기회를 날린 셈입니다. 휴식을 취하며 더 큰 싸움을 준비할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죠.

[강원택]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두 경선 후보의 고민은 ‘예선’과 ‘본선’에서 만나는 대상이 다르고, 그들의 생각도 다르다는 점에 있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북정책에 대해 비교적 동질적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포커스를 맞춘다면 정상회담을 비판하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유리할 겁니다.

그런데 본선을 생각하면, 더욱이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경우를 가정하면 대응 양상은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선을 겨냥해서 세게 한 발언이 자칫 본선에서 ‘덫’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저 사람은 수구다’ ‘여전히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고 본선을 겨냥해서 유화적인 자세로만 나간다면 정체성을 의심 받아 예선에서의 당선 가능성 자체가 떨어지게 됩니다. 예선과 본선의 ‘게임의 법칙’이 다르다는 점, 바로 여기에 두 후보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예선에서는 이념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 주로 참여하고 결정권도 큰데, 본선에서는 탈(脫)이데올로기적·중도적 성향이 강한 중간층·부동층에 의해 승부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메이(May)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죠. 박근혜 후보는 그 동안 북한에 대해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고, 반면 이명박 후보는 개성공단 등의 여지를 두며 상대적으로 실용적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발표로 현저하게 달라진 정치적 상황을 이들이 어떻게 뚫고 나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박 후보의 입장에서는 눈앞에 다가온 경선이 더 급한 상황이 될 겁니다. 대북정책과 관련, 좀 더 강도 높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관측되는 배경입니다.

[장훈] 이·박 두 후보는 ‘집토끼’를 지키느냐 ‘들토끼’를 잡으로 나갈 것이냐의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선택 결과는 후보들 발언의 내용과 수위, 방식에 바로 나타나겠죠. 두 후보가 당원과 대의원, 일반 여론그룹으로부터 받는 지지도 역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행보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남북정상회담 이슈는 한나라당 주요 대선 주자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검증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우선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이·박 두 경선 후보가 보이는 반응이 중요합니다. 역사적 명분과 정치적 실리, 짧은 시기에 결정하는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겁니다. 범여권 주자보다 시점상 급박하다는 점도 이들에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원택] 후보자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이명박의 한나라당과 박근혜의 한나라당, 강재섭의 한나라당이 별도로 존재하는 상황이 계속될 겁니다. 한나라당 안에서 여러 개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박 두 경선 후보에 대한 영향을 놓고 본다면, 최근 아프간 피랍사건처럼 일방적인 유불리를 따질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반응하느냐, 이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겁니다.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정치 쇼 아니냐’ 같은 비판을 노 대통령을 향해 내놓을 수 있지만, 만약 회담에서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나라당은 정말 어려워질 겁니다. 회담 이후에 나타난 성과를 비판하는 정도겠죠. 역시 남의 이슈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프레임에 들어가는 겁니다.

어떤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범여권의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난쟁이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골라내느냐에 대해 그 동안 마땅한 기준이 없지 않았습니까. 정상회담 이슈는 범여권 지지자들이 후보자를 선정하는 1차적 기준을 설정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봅니다. 개별 후보를 놓고 말한다면 일단 손학규·정동영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봅니다. 손학규씨는 개성공단사업이나 평양에 가서 모내기를 하는 등 이벤트를 꾸준히 해왔고, 정동영씨는 알다시피 통일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장훈]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노 대통령의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정상회담의 핵심 아젠다는 비핵화, 교류협력, 평화체제 문제입니다. 과연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획기적 합의가 나올 수 있을까요? 나온다 하더라도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선언적 의미 정도가 아닐까요. 대화를 위한 대화, 정상회담을 위한 정상회담을 넘어 실질적 결과를 도출하는 회담으로 이끄는 것이 노 대통령에게 떨어진 과제입니다.

[강원택] 저는 구체적 성과가 없더라도, 일단 두 정상이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 동안 북·미 관계의 개선, 북·미 접촉이 가시화되고 지속되고 있는데, 우리는 한 발 뒤처져서 구경하는 모습을 보여오지 않았습니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우리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변화 속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은 상당한 명분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나라당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습니다.

[장훈] 상대적으로 DJ의 영향력이 증대된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DJ의 의중이 어디로 가느냐에 의해 대선 구도 자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범여권의 결속은 이뤄지지만 결속의 방향을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지 않을까요.

[강원택] 그렇습니다. 범여권이 몰려가야 할 방향이 대충 설정되겠지만 그 결과가 통합으로 나타날지, 분열로 나타날지는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DJ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유산을 계승·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든 DJ와 노 대통령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장훈] 정상회담을 통해 노 대통령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하는 정치적 효과를 거둘 것이란 데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노 대통령에게 분명히 득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우선 나올 수 있는 질문으로, 노 대통령이 이번 일을 추진할 만한 정치적 위임을 받았고, 실제 그런 정치적 여건이 마련돼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대북 관리능력에 대해 유권자들의 지지도 상당히 낮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잠깐은 노 대통령이 주도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치적 절차, 즉 당내·대국회·대야당·대국민 관계처럼 여러 차원에서 벌어지는 논란과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가, 결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도 문제입니다. 그건 여전히 미지수죠.

[강원택] 국민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는가도 대선 국면에서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평화체제와 북핵문제 해결 등 필요한 정책 현안을 풀기 위해 불가피한 방안’이라는 식으로 국민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한나라당이 단순히 ‘선거용’이라고 주장하며 여기에 저항해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얘깁니다.

[장훈] 한나라당이 ‘선거용’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너무 단세포적인 반응입니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정상회담이 갖고 올 실질적 효과가 무엇인지부터 차분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정상회담에 대한 찬반 논의와 비판으로 몇 달이라는 시간을 보낼 텐데 그런 비용을 지불하면서 상징적 효과만 얻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실질적 합의나 내용이 담겨야 합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슈화하고 경선 과정이나 여야 관계에서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효과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끌고 가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강원택] DJ가 2000년 1차 정상회담을 했을 때는 총선에 임박해서 선거용이라는 것이 훤히 보였습니다. 그래서 총선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시점상 대선에 훨씬 앞서 있고, 두 번째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더 적지 않을까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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