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의 4중 딜레마와 복합 해결책
| 2007-06-24
하영선
지난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평양 방문 이후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팀들의 걸음걸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올 2월 13일, 6자회담은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의 초기 이행에 뒤늦게 합의하고 비핵화 등정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그러나 북한의 불법 자금 동결 해제와 송금 문제라는 악천후 때문에 지난 4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지난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평양 방문 이후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팀들의 걸음걸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올 2월 13일, 6자회담은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의 초기 이행에 뒤늦게 합의하고 비핵화 등정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그러나 북한의 불법 자금 동결 해제와 송금 문제라는 악천후 때문에 지난 4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힐 차관보는 평양에서 돌아와 가진 서울 기자회견에서 밝은 표정으로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즉각 폐쇄할 의사가 있으며 불능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불능화에 대해서는 상세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북·미 평양회담에서 금융거래 협력강화 방안, 2·13 합의의 다음 단계 행동조치를 위한 의견 교환, 6자회담과 6자 외무장관회의 개최를 논의했다고 밝히고 문제 토의는 “포괄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평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베이스캠프부터 중간 쉼터까지의 등반로가 조금 더 분명해졌다. 우선 그동안 지연됐던 1단계 일정인 영변 핵시설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이 행해지고 이에 따라 한국이 중유 5만t을 공급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6자회담과 6자 외무장관의 만남도 있을 것이다. 2단계의 일부인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 논의도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중간 쉼터인 2단계에 도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라는 험한 길에는 아무런 등산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험준한 네 난관을 돌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쉽게 길이 보이지 않는다.
첫 번째 관문은 북한의 핵선군주의와 비핵화의 모순이다. 핵선군주의가 핵을 포기할 수는 없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핵선군주의를 버려야 한다. 그러나 핵선군주의의 포기는 단순한 전략적 결단이 아니다. 북한 김정일 수령 체제를 옹위하는 권력구조의 변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관문은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과 대북 관계정상화 정책의 우선순위 문제다.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포괄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에 따른 비핵화다. 반면에 미국의 본격적 대북 관계정상화 정책은 북한의 명실상부한 비핵화가 진행돼야 비로소 가능하다.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만으로 북한이 기대하는 “조·미 관계정상화”는 불가능하다.
세 번째 관문은 중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과 북한 체제의 안정성 문제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제재에 동참했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끝까지 비핵화를 거부하는 경우에 미국과는 달리 중국은 대단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화에 못지않게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기대하는 중국의 공조는 조심스럽다. 네 번째 관문은 한국의 포용정책과 북한의 비핵화 문제다. 북한의 핵무기는 수령체제의 마지막 담보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정치·경제적 대가로 포기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두고 있는 참여정부는 과감한 대북 지원과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꿈을 실현해 보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네 딜레마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하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등반은 마지막 3단계인 비핵화의 정상에 오를 수 없다. 6자회담에서 각국이 동상이몽으로 꿈꾸고 있는 해결방안은 충분히 ‘포괄적’이지 못하다. 냉전시기의 국내적 해결이나 탈냉전시기의 국제적 해결방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국내 차원의 북한 개혁·개방 체제의 등장과 국제 차원의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번영체제 구축을 함께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명실상부한 복합 해결방안의 모색이 새롭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21세기 세계 질서의 변환을 제대로 이해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 새 리더십 찾기의 첫걸음은 새로운 복합 해결방안을 구상할 수 있는 새 대통령 뽑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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