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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강원택 숭실대교수·정치학 거침없이 달려온 한나라당의 대선 가도에 적색등이 켜졌다고나 할까?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차기 대권을 차지할 것으로 굳게 믿어온 한나라당이 4·25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이미 당 지도부 개편 논의가 나오고 있고, 패배를 둘러싼 당내 책임 공방 등 마찰음도 들리고 있다.

거침없이 달려온 한나라당의 대선 가도에 적색등이 켜졌다고나 할까?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차기 대권을 차지할 것으로 굳게 믿어온 한나라당이 4·25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이미 당 지도부 개편 논의가 나오고 있고, 패배를 둘러싼 당내 책임 공방 등 마찰음도 들리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한나라당에 충격적인 것은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당에 대한 50% 이상의 지지가 도대체 뭘 의미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선 드는 궁금증은 50%의 ‘지지자들’이 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답했을까 하는 점이다. 아마도 대다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싫어서’라고 답했을 것 같다. 이 50% 지지자들의 대다수가 공감하는 지지의 이유는 ‘반노(反盧)’이며, 노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야당인 한나라당에 반사적 이익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애초부터 노무현이라는 독립변수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종속변수였던 셈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고전한 이유도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고 한·미 FTA 합의 이후 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치러졌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즉 ‘노무현 벌주기’로서의 의미가 이번 재·보선에서는 부각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노무현 벌주기’의 의미가 더욱 퇴색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대선에서 현 정부에 대한 회고적인(retrospective) 평가보다 미래를 염두에 둔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를 해 왔다. 유권자의 판단 기준이 미래지향적으로 변한다면 지난날의 문제는 투표 결정의 중요한 고려사항에서 밀려나게 된다. 5년 전 김대중 정부가 대북송금 문제 등으로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도 노무현 돌풍이 일었고, 10년 전 외환위기로 김영삼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았을 때도 이회창 후보는 YS 정부와 무관한 존재로 보았다. 전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보다는 차기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유권자의 선택을 좌우해 온 것이다. 그런 만큼 한나라당이 현 정부의 낮은 인기로 인해 누려온 프리미엄은 정작 대선에서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도 유권자들이 이제 차기 대선을 의식한 전망적인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한편, 50% 이상의 지지라고 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 기반이 결코 견고하지 않다는 사실도 이번 재·보선 결과 드러났다. 그 50%의 ‘지지자들’ 중에는 정치 상황으로 인해 한나라당에 잠시 마음을 의탁한 이들이 적지 않으며, 이들은 한나라당이 자만과 구태, 퇴행적 행태를 보인다면 언제라도 떠나갈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과거 선거에서 YS와 DJ를 추종하던 열렬 지지층과는 근본적으로 지지의 강도가 다른 것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50%의 당 지지도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에 스스로 도취해 있었던 것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대선을 향한 진정한 승부가 사실상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을 열망한다면 50%의 당 지지도와 이명박·박근혜의 70% 지지도를 모두 무시하고, 2002년 대선 직후에 가졌던 좌절감, 패배감의 기억을 되찾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흥청망청 누려온 잔치는 이제 끝이 났다.

 

강원택 EAI 시민정치패널 위원장 · 숭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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