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3 북핵 합의 그후 한달
| 2007-03-13
전재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13 합의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초기 조치 이행 시한이 60일이고 보면 꼭 절반이 지난 것이다. 이번 주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금융제재를 해제하면 "행동 대 행동"의 첫걸음이 드디어 시작된다. 1993년 3월 북핵 위기가 처음 시작된 지 14년 만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13 합의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초기 조치 이행 시한이 60일이고 보면 꼭 절반이 지난 것이다. 이번 주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금융제재를 해제하면 "행동 대 행동"의 첫걸음이 드디어 시작된다. 1993년 3월 북핵 위기가 처음 시작된 지 14년 만이다.
냉전 종식 이후 세계의 모든 나라가 21세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때 우리는 북핵 문제에 발목이 잡혀 엄청난 에너지를 소진해 왔다. 앞으로 14년 후면 2020년이다. 많은 국가가 희망을 갖고 바라보는 2020년을 우울하게 맞지 않으려면 현재 국면에서 우리는 어떤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인가?
북핵을 둘러싼 최근의 사태 진행이 원만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해 얻게 될 이익이 늘어났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실감하고 나서 긴장보다는 타협을 통해 "21세기 강성대국"으로 살아남는 데 필요한 자원과 외교적 환경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핵시설 불능화 단계의 추진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한국의 대선 정국에 영향력을 발휘할 생각도 하고 있다. 또 부시 행정부 임기 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실현해 생존에 필요한 외교환경도 만들고자 한다. 이 모두를 통해 북한은 김정일 정권의 공고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역시 악화 일로를 걷는 이라크 사태와 지난해 중간선거 패배, 이란 핵문제를 경험하면서 북한에 관한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했다. 북핵 폐기를 발판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체제를 공고히 하는 한편, "악의 축" 세 국가 중 하나인 북한과 타협해 악의 축 다루기라는 정치적 성과를 내려고 한다. 내년 대선에서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의 성과가 필요한 부시 행정부로서는 북핵 문제 해결이 국익과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 모두 북핵 너머의 장기적 국익을 염두에 두고 현재 국면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인가? 2.13 합의는 북한의 핵 폐기 결단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을 뿐 결단 위에서 성립된 합의는 아니다. 따라서 후속 조치 이행 과정에서 해결 과정이 지연되거나 난관에 부닥칠 경우에 대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대북정책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타협적일 때만 탄력을 받아왔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핵 너머 대북 포용의 길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포용은 제재를 동반할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 2.13 합의가 주는 교훈 중 하나다. 2.13 합의를 놓고 북한은 국제시회가 핵실험에 굴복한 결과라고 볼 것이고, 미국은 금융제재와 국제사회의 노력이 주효했다고 볼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이후에도 북한을 국제사회의 규범과 한국의 청사진에 맞도록 계속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포용과 제재의 동반 전략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북핵 사태 해결 이후의 대북정책을 고려해 현 국면을 바라봐야 한다. 핵을 포기한 북한이 자연스럽게 개혁.개방으로 나아가고, 한국의 품으로 안겨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북한은 경제회복과 국제사회 진출을 통해 여전히 강성대국을 건설하려 할 것이고,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고 남한과 경쟁하려 할 것이다. 경쟁의 군사화를 막으려면 지금부터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적 평화체제가 아니라 장기적 평화를 위한 진정한 평화체제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는 대선의 해다. 대북 정책의 시간표가 정치일정에 다급하게 맞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북 정책의 정파적 오용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오직 국민에게 있다. 단기적 이슈에서의 반짝 성과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전재성 NSP 간사위원 ·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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