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타의 크리스마스 선물
| 2006-11-20
하영선
북한의 추석 선물은 핵실험이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6자회담의 정상들은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의 재확인과 더불어 다가오는 12월에 열릴 모임에서 북한이 핵 포기를 하면 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미리 챙겼다.
북한의 추석 선물은 핵실험이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6자회담의 정상들은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의 재확인과 더불어 다가오는 12월에 열릴 모임에서 북한이 핵 포기를 하면 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미리 챙겼다.
지난해 회담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모든 참가국이 원하는 선물들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희망 찬 2007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섭섭하게 들리겠지만 12월 베이징(北京) 6자회담은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선물을 열어 보기 전에 우선 지난해 9월 19일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공동성명의 합의를 역사적 쾌거이며 한국 외교의 승리라고 흥분했었다. 그러나 공동성명을 조금만 제대로 읽을 줄 알면 성명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이행 불가능한 비극의 불구아였던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은 죽어도 선(先)핵포기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미국은 죽어도 북한의 선핵포기를 양보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핵 포기, 관계 개선, 경제 지원, 평화체제 구축의 4각 관계는 풀릴 수 없는 "마(魔)의 4각 관계"였다. 따라서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달리 북 핵실험과 대북 제재를 거쳐 오늘의 북핵 위기로 악화됐다.
12월의 6자회담이 눈앞에 다가온 현재까지 관련 당사국들은 "마의 4각 관계"를 풀 수 있는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왜 안 풀리는지조차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열쇠를 찾기 위해 우선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부터 열어 보자. 북한은 6자회담 복귀 자체를 큰 선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선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정책 담당자들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의 선핵포기나 병행 핵포기는 경제 지원이나 체제 안전보장의 선물과 함께 교환할 수 있는 선물 품목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김정일 수령체제 수호의 마지막 보루이자 주춧돌이다. 따라서 수령체제의 새로운 통치이념인 선군(先軍)주의의 변경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제 지원으로 선핵포기를 바라는 것은 북한의 눈에서 보면 돈으로 남의 목숨을 사겠다는 어리석음이다. 체제 안전보장도 마찬가지다. 북.미 간의 적대 관계에서는 "내 삶의 안전보장은 너의 죽음"이라는 고전적인 전쟁 논리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 북한의 김정일 체제에 선핵포기는 전략적 선택을 넘어선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다.
미국의 선물 보따리에도 지나친 기대는 버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0월 26일 헤리티지 재단 강연에서 북 핵실험과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 기본 방향을 동북아 전략 관계의 강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 북한의 핵확산 노력을 막기 위한 수단의 강화, 지구 비확산 체제의 역동성 유지, 6자회담의 재개라는 5중 목적의 포괄정책으로 설명했다. 니컬러스 번스 정무담당 국무차관은 11월 16일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미국의 북한 핵무기 폐기 정책을 유엔 제재와 6자회담 외교의 이중전략으로 보다 간결하게 요약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핵실험 이후 공동성명의 이행은 더 어렵고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벽하고 검증 가능한 해체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위원회(IAEA) 핵사찰 복귀가 이뤄지면 경제 지원, 관계 개선, 평화체제의 선물이 비로소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확고하게 재확인하고 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결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무리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 보유국 북한은 삶의 선물과 죽음의 선물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신다는 크리스마스 캐럴 생각이 난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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