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추석 선물' 열어보기
| 2006-10-05
하영선
북한의 추석 선물이 도착했다. 화려한 포장 안에 진짜 핵 시한폭탄이 들었는지, 아니면 핵 공갈폭탄이 감춰져 있는지를 몰라서 모두 궁금해 하고 있다. 또 정말 핵 시한폭탄이 들었다면 결국 이 폭탄은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두 궁금해 하고 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터지고 나면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북한 스스로도 궁금해 할 것이다.
북한의 추석 선물이 도착했다. 화려한 포장 안에 진짜 핵 시한폭탄이 들었는지, 아니면 핵 공갈폭탄이 감춰져 있는지를 몰라서 모두 궁금해 하고 있다. 또 정말 핵 시한폭탄이 들었다면 결국 이 폭탄은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두 궁금해 하고 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터지고 나면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북한 스스로도 궁금해 할 것이다.
첫 번째 궁금증부터 조심스럽게 풀어 보자. 과연 포장 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문제는 포장을 뜯지 않고 선물의 내용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다. 생각만큼 어려운 퀴즈는 아니다. 우리가 철저한 현실분석 없이 공동의 다자적 접근에 골몰하고 있는 동안 북한과 미국이 무엇에 골몰하고 있었는지를 제대로 읽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7월 5일의 미사일 발사는 6월 1일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행동에 옮긴 것이다. 미국이 강조하는 선핵포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동시행동 논의를 위해 미국의 힐 차관보를 평양에 초청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금융제재를 계속하면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힐 차관보는 평양에 가지 않았다. 북한이 선핵포기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1994년 1차 핵위기 협상 전략을 반복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한 "강경 조치"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10월 3일 핵실험을 예고하는 북한의 외무성 성명은 8월 26일 미국의 금융제재 확대에 대해 모든 대응 조치를 다 강구하겠다는 담화 이후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다. 7월의 미사일 발사와 비교하면 핵실험 예고라는 징검다리를 마련함으로써 대응 조치를 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고 상대방 응수를 타진하고 있다. 북한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의 기본 모양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이 6월처럼 기대대로 응수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막판 초읽기에 몰릴 위험성이 크다.
그러면 이 핵 시한폭탄은 결국 폭발할 것인가. 북한은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면 폭탄에 장치된 시계의 초침을 멈추게 하고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이러한 위협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9월 12일 미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에서 재무부의 경제안보 활동에 관한 청문회가 있었다. 재무부의 테러리즘과 재정정보 담당 차관보인 대니얼 글레이저는 재무부가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테러 지원국들의 불법 경제행위에 대한 국가안보 활동에서 얼마나 중요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증언한 다음 가장 대표적 성공 사례로 북한의 핵 확산 관련 업체와 불법 돈세탁 관련 금융업체들을 겨냥한 금융제재를 들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단순히 북.미 간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를 21세기 국가안보의 최대 문제인 반대량살상무기 테러전의 최일선 전투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승리하고 있는 최전방에서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결국 핵실험의 마지막 단계에서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시도하면서 일단 6자회담에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핵포기의 전략적 결심을 하지 않은 북한 수령체제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생사의 기로에 봉착할 것이다.
역사는 반드시 합리적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북한이 미국의 응수에 지나친 기대를 갖고 밀어붙이다가 마지막 순간에 시곗바늘을 멈추지 못하거나 98년 파키스탄의 선례를 지나치게 믿고 핵실험 후의 정치적 폭풍을 과소 평가해 핵실험을 강행하는 비극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파키스탄의 길을 걷기는 불가능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재의 금융제재는 지구 전체의 포괄적 제재로 이른 시간 안에 확산될 것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중국이 이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으므로 북한의 정치 주도세력은 불가피하게 변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수령체제의 옹호를 위해 결행된 핵실험은 결국 수령체제의 붕괴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라도 정신 차려 북핵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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