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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등장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다. 2009년은 북한 체제에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나이를 고려하고, 이에 따른 후계구도와 세대교체가 북한의 변화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선군 체제는 이미 막을 내리기 시작하고 있다. 북한은 스탈린 체제, 유일 체제, 선군 체제로 이어지는 변화를 겪어왔다. 김정일 정권의 이양은 단순히 지도자만 바뀌는 ‘리더십 변화’가 아니라 정권의 성격마저 변하는 ‘레짐 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선군체제 막 내리기 시작 … 올해 큰 변화 시작될 것"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찰했다는 인민군 포병사령부 산하 제1489군부대에서 포사격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촬영 날짜는 최근으로만 알려졌고 5일자로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됐다.

 


 

우승지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북한 ‘밖’과 ‘안’ 함께 변하는 게 중요
생존 담보인 핵무기 쉽게 포기 못할 것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등장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다. 2009년은 북한 체제에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나이를 고려하고, 이에 따른 후계구도와 세대교체가 북한의 변화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선군 체제는 이미 막을 내리기 시작하고 있다. 북한은 스탈린 체제, 유일 체제, 선군 체제로 이어지는 변화를 겪어왔다. 김정일 정권의 이양은 단순히 지도자만 바뀌는 ‘리더십 변화’가 아니라 정권의 성격마저 변하는 ‘레짐 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변화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있다. 북한의 현재를 과거와 비교하여 평가하는 시각은 최근 들어 북한이 과거에 비해 많이 변화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을 동구·베트남·중국과 비교하여 판단하는 시각은 북한의 변화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북한과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을 동시에 비교해 보면 변화가 지속적이 아니라 간헐적이었으며, 심층적인 것이 아니라 표면적이었다.

북한의 지속적이고 심층적 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밖’과 ‘안’이 함께 변하는 ‘공진화(共進化·coevolution)’가 필요하다. 밖의 변화는 북한 주변의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지만, ‘안’의 변화는 북한 스스로 짊어져야 할 짐이다. 햇볕론은 ‘밖’의 변화를 가져왔으나, 포용정책에 따른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너무 단순하게 판단함으로써 ‘안’의 변화에 대한 전략적 사고의 부재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북한 체제는 ‘실패 국가(failed state)’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합법적 폭력의 독점이라는 면에서 국가가 기능하고 있으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면에서 국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지 않다. 북한은 부족한 자원 분배에서 주민의 복지 향상보다 정권의 안보를 더 중시하는 선군 체제 또는 ‘요새국가’의 모습을 띠고 있다. 선군 정권은 생존을 위해 핵과 유일 체제를 필요로 한다. 현 체제의 지속은 내부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다. 외부와 단절되고 세계화의 조류에 동참하지 못하는 요새국가에서 동북아시아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교통·물류·에너지로 이어주는 ‘가교국가(bridge state)’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2009년 북한의 최대 문제는 핵 포기 여부와 유일 체제의 변화 가능성이다. 두 문제는 서로 연결돼 있다. 내외의 적으로부터 체제의 수호를 제1목표로 삼고 있는 요새국가는 핵을 포기하기 어렵다. 동시에 북한은 핵무기를 품은 채 21세기 세계화·정보화·선진화의 배를 탈 수 없다. 선군 정권은 풀기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해 생존의 최종 담보인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채 협상 과정에서 최대한의 경제·정치·군사적 보상을 얻으려는 노력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선군노선에서 개혁개방노선으로의 변화는 단순한 정책노선의 변화가 아니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의미한다. 김정일 이후의 북한이 신(新)선군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탈(脫)선군 체제로 진화할지에 따라서 한반도의 정치 지형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21세기 급변하는 국제질서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북한은 번영과 평화의 벨트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선군노선의 무리한 연장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낳게 될 것이다. 북한의 성공적 개혁·개방을 위한 첫단계로서 과거지향적인 ‘21세기 강성대국론’대신 미래지향적인 ‘21세기 선진화 방안’ 을 국내외적으로 모두 함께 짜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황지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


‘북·미 회담 + 6자회담 + 북한 변화’ 있어야 북핵 해결


오바마의 당선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될 수 있을지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의 관점에서 북·미관계의 근본적 변화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종식시켜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재의 북·미 구도에서 북한의 핵 포기는 요원하며, 핵문제 해결 없이 북·미관계 정상화는 비현실적이다. 미국이 먼저냐, 북한이 먼저냐 하는 ‘닭과 달걀의 논쟁’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북핵문제와 북·미관계의 구조에는 한반도 냉전과 북한 수령체제의 경직성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선군정치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지켜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북한 정권의 비민주성이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북핵문제는 선군평화론과 민주평화론 사이에서 허둥거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핵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오바마는 ‘강력하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양자외교를 비장의 카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북·미 대화는 6자회담과 더불어 오바마 대북정책의 주요한 투톱 전술로 예상된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이 투톱이 엇박자를 내지 않고 결승점을 뽑아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클린턴 행정부가 경험했듯 직접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문제 해결의 탈출구가 막혀버릴 위험성이 크다. 반대로 부시 행정부는 직접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외교의 실패를 좌초하는 길임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북핵문제 해결의 성공전략은 북·미대화(2자)와 6자회담(6자)뿐 아니라 북한 체제 스스로의 변화(1자)까지 유도하는 트라이앵글을 완성시킬 때 가능하다. 북한 정권이 유연성을 가지면서 점진적으로 개혁·개방을 선택하고 6자회담과 북·미회담이 이를 지원할 때 ‘닭과 달걀’의 딜레마를 풀어갈 수 있다.


6자회담은 그동안 많은 합의를 이뤄냈지만, 부시 행정부의 임기 만료와 함께 다시 난관에 빠져들었다. 6자회담이 최악의 위기는 막았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지만, 북핵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반도 냉전을 뛰어넘는 북·미 간 정치적 신뢰가 아직 쌓이지 않았고 북한 체제의 경직성은 여전하다.

현재 구도에서는 6자회담이든 북·미 직접대화든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핵문제에 있어서 평양과 동상이몽의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도 6자+2자+1자가 함께 가는 새로운 판을 짜지 않으면 고난의 행군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변화를 어떻게 동시적으로 진행시킬 것인지에 대해 묘안을 짜내야 한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 협동과정 교수


북한, 개성공단을 정치적 아닌 경제적 시각서 봐야


외부 자본의 유치를 위해서는 물리적 인프라 못지않게 투자자의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 아무리 도로가 좋고 전기와 용수의 공급이 원활해도 투자 자본이 갑자기 묶이게 될지 안심이 되지 않고 내 공장에 가는 것조차 불안한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외부자본을 유치하려는 국가들은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개성공단은 거꾸로 가고 있다. ‘3통’을 더 수월하게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제한을 하고 있다. 91개 기업이 가동 중이고 39개 기업이 공장을 건축 중인데, 공단을 아예 폐쇄할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18일 김영철 북한 국방위원회 국장은 개성공단을 방문해 공단 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이라는 경제 사업에 정치 문제를 조건으로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다. 더욱이 6·15 및 10·4 선언의 이행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입주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개성공단은 북한 당국이 만든, 북한의 공단이다. 2002년 11월 20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성공업지구법’을 채택함으로써 시작된 것이다. 목적은 경제 회생을 위해 남한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1984년 합영법, 91년 나진·선봉 경제특구 등이 모두 실패한 상황에서 새로운 개방의 실험장이자 본격적 경제 도약의 근거지로 개성을 선택한 것이다. 협력 대상으로는 남한을 결정했다. 당연히 우리 정부와 기업은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북한도 개성공업지구법에서 개성공단에서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제3조)과 투자자의 권리와 이익 보호(제7조)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통행과 상주인원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스스로 자신이 만든 법을 위반한 것이다. 사실 북한 땅에 있으니 북한이 결심하면 폐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개성공단의 성공은 물론 북한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 스스로 이야기하듯 북한 경제는 현재 ‘자본주의 바다에 떠있는 작은 돛단배’다. 따라서 사회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자본주의 경제 및 기업 운영 원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경제적 시각에서 어떻게 하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지 정치적 이유로 운영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는 북한의 경제비전도 실현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익혀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자본주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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