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주민들 마음 사로잡으려면 하드파워보다 소프트파워 필요”
| 2008-02-17
최지영기자
소프트 파워’ 개념을 주창한 석학 조셉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2일 열린 방한 강연회에서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하드 파워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소프트 파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 교수는 경제 제재 같은 하드 파워는 중국이, 소프트 파워는 한국이 행사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 내한 강연 - 중앙일보·EAI·국제교류재단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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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조셉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의 강연 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현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나이 교수, 이홍구 전 국무총리, 가즈오 오구라 일본 국제교류기금 이사장, 에번스 리비어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 [사진=김성룡 기자]
‘소프트 파워’ 개념을 주창한 석학 조셉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2일 열린 방한 강연회에서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하드 파워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소프트 파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 교수는 경제 제재 같은 하드 파워는 중국이, 소프트 파워는 한국이 행사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 교수는 이날 동아시아연구원(EAI)·국제교류재단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소프트 파워가 미래다’ 강연회에서 이같이 역설했다. 나이 교수는 국제 사회에서 전통적인 군사력이나 경제제재 등 ‘하드 파워’와 대치되는 개념으로 문화·아이디어·가치·대외 원조·국제 교류 등을 ‘소프트 파워’라고 개념화했다. 다음은 나이 교수의 강연과 일문일답 요지.
◇강연 요지=차기 미국 대통령은 부시 현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 용어나 개념을 물려받아서는 안 된다. 미국의 전통적 가치인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증진은 군사력이나 제재 같은 하드 파워보다는 소프트 파워로 달성하기가 쉽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내가 의장을 맡았던 ‘스마트 파워 위원회’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하나로 묶는 종합 전략을 짰다. 이를 ‘스마트 파워’ 전략이라 하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조직·조정·예산 같은 모든 부분에서 전략적 재평가를 해야 한다. 이제는 미국이 공포보다 희망을 수출해야 한다.
-한·미·일 3국 정부에 대북 정책에 관해 조언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조율이다. 북한이 지난 수년간 골칫거리로 떠올랐던 이유는 3국 간 조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를 결합해 잘 활용하는 나라는.
“노르웨이는 인구 500만 명의 소국에 유럽연합(EU) 회원국도 아니다. 하지만 스리랑카·중동 등에서 평화 중재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GDP의 1%를 대외 원조로 주는 정책으로 국력보다 훨씬 큰 발언권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동의 소국 카타르도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만들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중국이 최근 표방하고 있는 ‘매력 외교(Charm Diplomacy)’를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중국은 최근 외국에 200개의 공자학교 설립, 외국인 학생의 중국 유학 지원, 동남아시아 외교에서 다자주의 강조 같은 흥미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을 검열해서는 완전한 잠재력과 소프트 파워가 발휘될 수 없다.”
-한국이 어떻게 스마트 파워를 구축할 수 있는가.
“한국은 북한의 군대에 맞설 수 있고 스스로를 방어할 만한 하드 파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군사력이라는 하드 파워와 경제라는 소프트 파워를 결합하고 특히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훌륭한 스마트 파워가 될 것이다. 한국은 성공적인 발전을 이뤘고 동시에 한국만의 문화를 보존했으며 민주주의도 함께 성취했다. 다른 국가에 모범이 될 만한 사례다. 숭례문이 불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다음에 방한할 때쯤이면 복원이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재건과 복원은 한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조셉 나이(Joseph Nye·70)=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겸 국제정치학과 교수. 미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국가정보위원회 회장을 지냈다. 그가 처음 소개한 ‘소프트 파워’ 개념은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90년대 초반부터 실리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2004년 같은 이름의 책도 펴냈다.
◇소프트 파워(soft power)=문화나 가치 확산, 국제 교류 등 비강제적인 힘을 통해 행사하는 영향력을 말한다. 군사력이나 경제 제재 등 물리적·강제적 힘인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를 적절히 결합한 ‘스마트 파워(smart power)’도 국제정치의 새로운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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