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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지구촌 주식회사’의 최대주주(株主)는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 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의 군사비를 합친 것보다 많은 군사비를 쓰고 있다. 사실상 ‘지구촌 주식회사’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韓·美외교 가장 먼저 할 일은 北核 공조체제 복원…

양국간 상호신뢰 회복 토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관계로 

‘지구촌 주식회사’의 최대주주(株主)는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 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의 군사비를 합친 것보다 많은 군사비를 쓰고 있다. 사실상 ‘지구촌 주식회사’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50여 년 전 한국은 보잘것없는 소액주주로 출발했으나 열심히 노력하여 주식 보유 순위 13위까지 성장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최대주주인 미국의 경영 행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소액주주(少額株主) 운동’을 전개한 셈이다. 다소의 효과는 있었으나 수년간 경영진과 싸우느라 보유 주식을 늘리지 못했다. 이제 한국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소액주주 운동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명실공히 대주주(大株主)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최대주주인 미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할 것인가.

정답은 후자이다. 미국을 제외한 여타 대주주 세력들(중국, 러시아, 일본)의 힘이 최대주주인 미국에 도전할 정도는 아니다. 한국의 보유 주식까지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고픈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 대주주 간의 관계를 미국이 비교적 잘 ‘관리’해오고 있다.

미국 역시 도덕적으로 완벽하진 않으나 창업 이래 한국이 보유한 주식을 탐내진 않았다. 한국으로선 최대주주와의 관계를 잘 설정하면 고급 정보와 기술을 토대로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빠른 속도로 주식을 사모아 10년 이내에 7~8위의 대주주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최대주주와 책임의식을 공유하면서 보다 나은 경영방식에 관해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회사가 많은 성과를 내도록 하여 대주주로서 보다 많은 이익배당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향후 미국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지난 수년간 축적된 상호불신을 상호신뢰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양국 모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구현하고 있는 나라로서 가치의 공감대를 갖고 있으므로 신뢰 회복을 위한 기본 요건은 충족된 상태다. 이를 토대로 한미관계의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

소액주주와 최대주주의 관계가 아니라 대주주와 최대주주의 관계, 즉 책임을 공유하는 관계로 나아간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따라서 한미양국은 한반도 차원을 넘어 동아태지역, 세계적 차원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적 차원에서 테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인간안보, 평화유지 등에 관해 주로 미국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동북아 차원에서 미국은 중·일 관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한국은 미국의 리더십 역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상호 타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차원에서는 한국이 남북화해협력, 군비통제, 평화체제 문제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한국 대미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대북 공조체제를 복원하는 일이다. 전략적 중심축을 한·미·일 관계에 두고 중국 및 러시아 등과도 잘 지낼 수 있는 ‘포지티브 실용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동북아를 동맹과 다자안보협력이 공존하는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김성한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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