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9 EAI 장학생, 그 후!

  •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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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대한민국, 통일 시대와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준비하고 싶은 미래의 정책전문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EAI 장학생 3기 오재호입니다.

저는 올해 처음 EAI 장학생으로 선발되었습니다. 앞으로 장학생으로서 만나고 경험하게 될 사람과 시간들이 제 꿈을 이루기 위한 길에 큰 나침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환경, 공부 역전의 계기

아흔이 넘은 할머니 그리고 저. 단출한 저희 가족의 전부입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저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움으로 반응합니다. 제가 부모님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잘 자랐을 것 같았다고들 말합니다. 아마도 제가 구김살 없이 늘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생활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늘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한 글자라도 더 배워야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어려서부터 다른 것은 아니라도 공부는 꼭 열심히 해서 남들 앞에 당당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저는 현실적인 고민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형편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고등학교시기에 저를 지도해 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의 연세가 많아지면서 건강이 어려워지시는 건 당연했고, 3년간 저를 뒷바라지 하시는 일도 쉽지 않으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지낼 수 있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기회를 주는 하나고등학교를 알게 되었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나고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하나고에서의 3년간은 제게 또 한 번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똑똑한 아이들이 전부 모여 있었고, 그 사실을 말해 주기라도 하듯 신입생 학력 평가와 첫 중간고사에서의 제 성적은 아주 형편없었습니다. 저 말고 다른 아이들은 큰 걱정 없이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곱게 잘 자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별 생각이 다 들면서 하나고 진학이라는 선택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자괴감으로 잠을 못 이루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전학을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학교에 적응하는 일이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홀로 덩그러니 계실 할머니를 생각하니 가슴도 아팠습니다. 하지만 저를 믿고 응원해 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곁에 있었기에 저는 쫄지 않고 저만의 길을 찾으리라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힘이 되는 공부, 넓은 세상을 두루 살피는 공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 혼자만의 고군분투가 쉽지 만은 않았습니다. 내로라할 정도로 똑똑하고 중학교 시절 사교육을 통해 학습 능력을 갖춘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은 정말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적표에 남는 공부가 아니라 제 스스로의 삶에 남는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가는 길이 아니라 저만의 길을 만들어서 간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세상과 사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저는 교과 공부와 교실밖에 있는 살아있는 지식을 배우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수십 권이 넘는 사회과학 도서와 신문, 주간지를 읽으며 사회에 대해 조금 씩 알 수 있었고, 학교 밖에서 진행되는 인문학 강좌나 명사들의 강의를 발로 찾아다니면서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공부한 것들을 바탕으로 전국 규모의 고등학생 토론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고, 정치와 사회에 대한 두 편의 소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한국 사회만 떼어 놓고 바라보았을 때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분단으로 갈라진 북한, G2로 급부상한 중국, ‘보통국가’로 변신하고 있는 일본 등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교생의 수준에서 깊은 공부를 하기는 어려웠지만 학교에서 동아시아사와 국제법, 국제정치 수업을 들었고, 한국 청소년 평화 이니셔티브 1기로 참여하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3년간 학교생활에 늘 성실하게 임하며 제 꿈을 찾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했고 저는 2014년 한양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새내기 대학생의 생활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부하고 싶었던 사회학을 전공할 수 있게 되었고, 좋은 선배들과 동기들을 만나 우리 사회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제 역할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북 교류와 협력에 있어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해야 하는가’의 주제로 태평양시대위원회가 주최한 2030 대학생소통토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여름방학에는 고등학교 EBS 장학퀴즈 제왕전 우승 상금을 갖고 어려서부터 꿈꿨던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43일간 여행하면서 만난 유럽의 여러 도시와 나라들은 유럽 연합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묶여 있었지만 모두 각자의 매력과 품격을 지니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민박집에서 밤마다 다양한 삶의 궤적을 지닌 사람들에게 인생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마냥 즐겁기만 했던 대학 생활에 대해 돌아보고 아쉬움을 극복하고자 또 한 번의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학문의 폭이 넓은 사회학을 조금은 더 좋은 환경에서 배우고 싶었던 꿈을 위해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수시 특기자 전형에 지원했고 합격하게 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올 한해에는 사회학을 공부하기 위한 기본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타전공과 교양 수업을 두루 듣기로 마음먹고 계획들을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3, 4학년이 되어서는 사회학의 여러 분과 중에서도 특별히 정치사회학과 사회정책, 경제사회학 등에 중점을 두고 공부하며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저신뢰 사회 등의 문제들을 분석하고 대안을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정치학과 행정학 등 사회과학의 다른 학문 분야의 수업을 들으며 사회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특별히 행정학 수업 중 정책학개론, 한국정부론, 정책평가론, 정부예산론 등 미래에 정치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도움이 되는 수업을 통해 역량을 기르고 싶습니다. 학업적 노력과 더불어 다양한 곳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를 바라보는 깊고 넓은 안목을 키우고자 합니다.

꿈을 위한 디딤돌, EAI 장학금

사실 저는 이번에 EAI 장학금을 지원하면서 처음으로 막연하게만 갖고 있던 제 꿈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그려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원대한 꿈을 갖는 것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들을 찾고 노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학교를 졸업한 후에 국회의원 보좌진이나 정당의 당직자 또는 정책 싱크탱크에 들어가서 입법과 정책을 지원하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일을 하면서 행정대학원에 진학하여 정책학을 공부하면서 현장에서의 경험과 학문적 기반을 두루 갖춘 정책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도 함께할 것입니다. 제가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받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을 통해 일어설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돌려드리기 위해 저는 특별히 우리 사회의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복지와 인권과 관련된 정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당면한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통일 시대와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준비해보고 싶습니다.

그런 제게 EAI 장학금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낼 도움이 될 것이며, 장학생으로서 만나고 경험하게 될 사람과 시간들은 제 꿈을 이루기 위한 길에 큰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EAI에서 진행되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여러 이슈들과 정책에 대해 깊이 공부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장학생 선,후배와 동기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가며 그 관계를 제 삶의 일부분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 관계를 통해 제 부족함을 채우고 가진 것을 나누며 한 뼘 더 성장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9 EAI 장학생,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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