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교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지난 11월 23일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ADIZ)에 대해 미국, 일본, 한국이 모두 반발하고 있다. 12월 2-7일 바이든(Joseph Biden) 미 부통령의 일본, 중국, 한국 순방을 통해 한미일 3국의 반대의사가 더욱 분명하게 표출되고, 이에 중국이 국제법상 하자 없는 조치임을 다시 강조하고 나서면서 관련국간 입장차이가 더욱 선명해졌다. 한편, 한국 정부는 12월 8일 마라도와 홍도 남방의 영공 및 이어도 수역 상공을 포함하도록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확대 발표했다. 이 중 이어도 주변 상공은 한중일 세 나라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형태가 돼 그 운용을 둘러싸고 지역 내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동아시아연구원은 12월 10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구민교 교수를 초빙하여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동북아 국가들 사이의 갈등을 국제규범의 시각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향후 한국은 어떤 후속조치들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국제규범 맥락에서 방공식별구역의 의미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을 방위하기 위해 영공 외곽 배타적 경제 수역(EEZ) 또는 공해 상공에 설정하는 공중 구역”

“국제법상 ‘자위권’에 근거하여 일방적으로 선포되므로, 방공식별구역이 근거할 수 있는 규범도, 이를 금지할 수 있는 규범도 없어”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의 방위를 위해 영공 외곽의 배타적 경제 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 또는 공해 상공에 설정하는 공중 구역이다. 영공이 아니므로 항행의 자유가 보장된다. 다만 자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면 퇴각을 요청하거나 격추할 수 있다고 사전에 국제사회에 선포해 놓은 구역이다. 방공식별구역 내를 비행하는 모든 항공기는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위치통보를 하는 등 정해진 비행절차를 거치도록 요구받는다. 2013년 현재 20여 개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고 있으며, 러시아, 북한 등은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간 항공기의 경우 국제민간항공기구(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ICAO)가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light Information Region: FIR)에 따라 해당 FIR 관할 국가의 관제를 받기 때문에, 대체로 별도의 비행계획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며, 따라서 방공식별구역이 선포된다 하더라도 항행의 자유가 크게 제한되지 않는다. 그러나 관제를 받지 않는 외국 군용기에게는 원칙적으로 통지의무가 부과되므로 항행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EEZ에서 외국 군함에게 항행의 자유가 허용되는지에 관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상의 ‘접속수역’(接續水域, Contiguous zone)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접속공역’인 셈이다. 접속수역은 영해에 접속해 있는 수역으로 영해기준선으로부터 24해리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영토 및 영해상 관세•재정•출입국관리•보건•위생관계 규칙위반을 예방하거나 처벌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통제권을 행사하는 수역이다. 접속수역은 공해와 영해의 중간에 위치하여 그 대립을 완화시켜 주는 기능을 발휘한다.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공군이 국가 안보를 위해 국제법상 ‘자위권’에 근거하여 일방적으로 설정•선포한다. 접속수역은 <유엔해양법협약>의 규정에 따라 24해리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설정하게 되어 있지만, 방공식별구역의 한계에 관한 명확한 국제규범은 없기 때문에 보다 넓은 구역을 선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까지는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때 근거할 수 있는 규범도, 이를 금지할 수 있는 규범도 없다.

 

관련국 행보에 대한 국제규범적 평가

 

“중국의 이번 행보를 국제규범 차원에서 문제 있는 조치였다고 보기는 어려워”

“‘중국 위협론’에 대해 중국은 이를 축소해서, 미•일은 이를 확대해서 보는 인식격차 때문에 이번 방공식별구역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봐야”

 

방공식별구역(ADIZ)은 일본의 진주만 습격을 계기로 미국이 처음 도입한 것이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또한 한국전쟁 당시 서해와 남해상으로 중국 군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군 주도 하 일방적으로 선포된 것이다.

 

중국이 이번에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하며 보인 행보를 국제규범 차원에서 문제 있는 조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영공 밖에서 ADIZ를 선포하는 것에 관한 뚜렷한 국제규범이 없다. 둘째, 미국과 일본의 ADIZ 또한 중국과 협조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언되었다. 셋째, ADIZ는 그 속성상 본래 영공 밖 공역(公域) 상 항행의 자유와 충돌하기 때문에 CADIZ만 특별히 더 항행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CADIZ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위협인식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번 방공식별구역 논란은 해양경계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CADIZ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제1, 2, 3 도련(島鍊)에 대한 고려에서 비롯되어 궁극적으로는 해양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과거 중국은 해공군력 차원의 제한된 역량 때문에 지역 내 영해, 접속수역, EEZ 등 해양경계문제와 관련하여 수세적인 모습을 보여왔으나, 2010년 이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세를 펼치며 해양대국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CADIZ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다소 과장된 우려는 최근 중국이 해양경계문제와 관련해 보인 공세적 행보에서 기인한다.

 

“중국 위협론”(China threat theory)에 대해 중국은 이를 축소해서, 미일은 이를 확대해서 보는 경향이 있고, 이들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주변국이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해 가지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상대적으로 덜 기울이고 있고, 주변국은 중국의 행보가 지나치게 공세적인 의도를 가진 것으로만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방공식별구역이 동북아지역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한 것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측의 인식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동아시아지역 방공식별구역문제 전망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지역에서 이론적으로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IR)은 한중일이 모두 따르고 있고 중첩되는 구역도 없어 향후 방공식별구역과 비행정보구역을 일치시키는 방향이 문제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인접국과 방공식별구역의 경계선이 겹치는 경우, 결국 쟁점은 ‘군용기’이다. 만약 미국이나 일본의 군용기가 사전 동의 없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에 진입할 경우, 양국의 전투기가 모두 출격하여 감시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고, 이때 양국 전투기는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상대국 전투기의 퇴각을 요구 또는 요격을 경고하게 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양국 전투기가 공중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은 군용기를 운용할 때 과거에도 다른 나라의 ADIZ를 인정하지 않았고, 현재도 이에 구애되지 않는다.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또한 사전 통보 없이 타국의 ADIZ 지역에서 군용기를 띄워 초계비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적으로 방공식별구역 중첩 지역에서 관련국 간 무력 충돌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군 정찰기가 중국 영공 근처를 비행하고 이를 경계하기 위해 중국 전투기가 출격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중국이 CADIZ를 선포하기 이전에도 중국의 EEZ 상공에서 미군 항공기가 뜨면 중국도 전투기를 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에서의 신경전이 실제 공중전으로 비화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일례로, 2001년 발생한 미중 군용기 추락 사고를 들 수 있다. 당시 미 해군 EP-3 정찰기가 하이난(海南)섬 부근 중국의 EEZ 상공에서 정찰 비행을 하자 중국은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중국 전투기들이 근접비행을 하며 미 EP-3 정찰기에 대해 퇴각 명령과 함께 요격 위협을 가하던 중, 기체가 큰 EP-3 정찰기의 기류에 중국 전투기 한 대가 휘말리면서 전투기는 추락했고 정찰기는 기체 일부가 부서져 하이난 섬에 비상 착륙하게 되었다. 1999년 주유고슬라비아 중국대사관에 대한 미군의 오폭 사건으로 인해 2000년대 초 미중관계는 상당히 악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중국 내 민족주의자들은 중국 전투기를 추락시킨 미국을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정치엘리트들은 모두 신중하게 군용기 추락 사고를 풀어냈다. 정찰기 기체를 반환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긴 했으나 중국 정부는 미 정찰기 승무원들을 빠른 시일 내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처럼 경계수역이나 공역에서 미중 양국의 군함이나 군용기가 동시에 출격하여 서로를 견제한 사례는 많지만 이것이 전면적인 군사대치로 확대된 적은 없었다. 1996년 대만해협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간 것은 대만문제의 특이성에서 비롯된 예외적 사례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한중일 간 중첩되는 ADIZ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 어렵다. 이를 조정할만한 국제법이 부재할 뿐 아니라, 설령 원칙으로 삼을 만한 규범이 있다 해도 동아시아지역 내 경계획정의 문제는 현재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중일 간 중첩되는 EEZ 문제의 경우, <유엔해양법협약>이라는 공인된 국제규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규범이 인정하는 두 개의 원칙이 병존함으로 인해 도리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은 ‘등거리’(equi-distance)원칙을 내세워 중첩 EEZ에 대한 중간선을 기준으로 하여 중국과 일본의 EEZ를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형평한 해결’(equitable solution)원칙에 입각해 대륙붕의 자연적 연장(natural prolongation)을 기준으로 삼아 중국이 일본보다 넓은 EEZ를 가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바다의 경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하늘의 경계문제가 풀리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 시점에서 최선은 서로의 ADIZ를 묵인하며 추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정도일 것이다.

 

향후 방공식별구역 문제 해결을 위한 규범을 마련하고자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것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IR)이다. FIR은 한중일 세 국가 모두 따르고 있는 규범일 뿐 아니라 서로 중첩되는 구역도 없다. 따라서, 향후 각국의 ADIZ를 FIR과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원칙을 세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응방향

 

“이번 사태를 계기로 KADIZ와 인천 FIR을 일치시켜 이어도 상공의 관할권 문제를 해결한 것은 매우 잘 된 일”

“현재의 외교적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중국과 EEZ 협상을 풀어 가면 한국으로서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

 

중국의 CADIZ 선포는 오히려 한국에게 일본의 협조 거부로 오랫동안 미뤄져 왔던 인천 FIR과 KADIZ를 일치시킬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 측면이 있다. 그간 한국 정부는 이어도 상공이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포함된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와 협상을 벌이려 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에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무의사결정(non-decision making)을 하거나 오히려 독도 상공을 JADIZ에 포함시키겠다고 엄포를 놓는 방식으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CADIZ가 동중국해 분쟁지역을 중심으로 JADIZ와 상당 부분 중첩됨으로 인해 중국과 전면전을 펼쳐야 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이에 비교해 볼 때 매우 협소한 구역에 불과한 이어도 상공 문제로 한국과도 마찰을 빚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이어도 상공까지 KADIZ를 확대하며 일본의 지지를 얻어낸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성과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긴 외교적 레버리지(leverage)를 활용하여 중국과 EEZ 논의를 잘 풀어가면 한국으로서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어도 해상은 한중 간의 경계가 중첩되어 외교적인 갈등이 내재돼 왔던 곳이다. 2000년 한중어업협정에는 이어도 관련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양국 정부는 이어도를 “한중공동조업수역”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는 “양국 간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현행조업 질서가 유지되는 수역”을 뜻한다. 오랜 기간 한국 정부는 한중 EEZ 중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게 협상을 요구해 왔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고, 이 때문에 아직까지 양국은 EEZ 경계획정 문제에 대해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번 중국의 CADIZ 선포 문제를 통해 한국이 선점한 외교적 우위를 한중 EEZ 문제에서 중국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데 사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해당 구역에서 한국의 국익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경계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이다. 바로 이 기본적인 제도 문제에서조차 동아시아 국가들은 원만한 타협안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며, 이것이 지역 내 수많은 문제들을 야기하는 배경이 된다. 동아시아지역 협력 논의를 경계획정의 문제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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