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멜리센(Jan Melissen) 소장은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University of Groningen)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네덜란드 국제관계연구소 "클링겐델" (Netherlands Institute of International Relations “Clingendael”) 연구소의 리서치 책임자 및 벨기에 안트워프 대학(University of Antwerp) 외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변화하는 세계질서와 공공외교

 

“9.11사태 이후 공공외교 논의는 기존 외교 전반에 변화 야기 : ① 네트워크 중심, ② 다양한 행위자에 관여, ③ 국가 중심성 감소”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국가이익에 기여하는 공공외교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 증대”

“최근 소셜미디어의 역할 증대에 따라 공공외교의 영역이 더욱 확대”

 

공공외교가 정부와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1년 9.11 사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공공외교에 대한 학계의 이론적 논의가 부족하고,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만 해도 150개가 넘을 만큼 아직까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지만 공공외교의 부상은 기존 외교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즉,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 비정부 행위자들에 대한 관여 강화, 국가 중심성 약화 등의 현상이 국가들의 외교 행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외교가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넘어 보다 폭넓은 사회 대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러한 외교 행태의 변화는 민주주의 국가들뿐 아니라 권위주의 국가들에게서도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공공외교는 이제 전지구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를 계기로 각 국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공공외교의 활용방안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위기 국면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공공외교가 어떻게 국가이익 제고에 기여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국가 대외이미지 개선을 통해 국제 무역수지에서 흑자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공공외교를 추진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최근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공공외교의 영역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블로그나 트위터 등을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가 쉽게 공유되는 시대를 맞이함으로 인해 대사관 중심으로 공공외교를 추진해야 했던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다른 나라 개개 시민들과 보다 쉽게, 보다 친밀하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공공외교

 

“미중 모두 공공외교에 대규모로 투자하나 권위주의 정부 속성상 중국의 노력은 반드시 한계에 부딪칠 것”

“중견국은 지역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공공외교 강화를 추구해야”

“동아시아 공공외교의 특징 : ① 우호적 관계 구축에 집중, ② 포괄적 네트워크 구축, ③ 아이디어의 전파와 공유”

 

공공외교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들은 미국,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이다. 그런데 권위주의 정부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중국의 공공외교 강화 노력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공공외교에서 정부 못지 않게 중요한 행위자가 시민사회 그룹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각국 엘리트 관료들끼리 추는 뻣뻣한 ‘왈츠’ 댄스가 아닌 다양한 비정부 행위자들이 각자 역할을 담당하며 참여하는 즉흥적인 ‘재즈’ 댄스가 공공외교의 작동 방식이며, 이러한 다양한 행위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공공외교의 신뢰성 및 정당성 제고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맥락에서 시민사회 그룹의 자발적 참여라는 요소가 결여된 중국의 공공외교는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중국 이야기”(China Story)가 무엇인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경제 발전 이외에 정치개혁, 인권 등의 요소가 결여된 중국의 경험으로는 초국가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중견국은 강대국과 구별되는 나름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강대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공외교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투명한(transparent) 지역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중견국은 연대세력을 형성하여 자국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발리 민주주의 포럼(Bali Democracy Forum)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공공외교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보인다. 첫째, 서구 국가들이 공공외교를 통해 긍정적인 자국 이미지를 제시하고 홍보하는데 치중해 온 것과 달리 동아시아 국가들은 상대 국가와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공공외교를 추구해 왔다.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공공외교의 핵심임을 기억할 때, 이러한 점은 서구 국가들이 동아시아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동아시아는 권력, 정치체계 등의 차원에서 다양한 수준의 국가들이 모여있는 지역이므로 다른 지역들 보다 네트워크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본질적으로 포괄성(inclusiveness)을 토대로 구축되므로, 배타적인(exclusive) 클럽의 개념으로 국제기구를 운영해 왔던 서구 국가들보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공외교를 적절히 구사해 나갈 수 있다. 셋째, 한국을 비롯하여 동아시아 국가들은 아이디어의 제안과 공유를 토대로 공공외교를 강화해 나가려는 특징을 보인다.

 

한국의 공공외교

 

“동아시아와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역할 제고 : ① 창의적인 아이디어 제안, ② 매력적인 문화적 유산 활용, ③ 신중한 중개자 역할”

“공공외교 강화를 위한 국내정치적 노력 : ① 정부-시민사회간 쌍방향 소통 강화, ② 국민들의 자신감 제고”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한국 등 브릭스(Brazil, Russia, India, China: BRICs) 국가들 다음에 새롭게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G20에 포함된 국가들은 공공외교를 통하여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이 동아시아와 세계적인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중요하다. 첫째, 지식외교를 바탕으로 개발협력, 환경, 비확산 등의 글로벌 이슈에 대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노력을 통해 글로벌 아이디어 네트워크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 둘째, 한류열풍에서 보듯 한국은 오랜 역사에서 비롯되는 매력적인 문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화력이 한국의 소프트파워 증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한국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정에서 중개자나 브로커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할 때, 중견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지역 내 강대국들에게 ‘공세적’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공외교를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정치적인 차원에서도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공공외교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사회 역할이 중요하므로, 국가의 대외정책 프로젝트에 시민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민사회 그룹과 쌍방향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둘째, 국민들의 자신감을 제고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자국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한국이 이제까지 일궈낸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발전에 대해 좀 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의 ‘아시아안보이니셔티브’(Asia Security Initiative) 프로그램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동영상 인터뷰 형식의 Smart Q&A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원고는 인터뷰 내용을 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 김양규 연구원과 스티븐 레인저(Stephen Ranger) 연구원이 정리한 것으로, 전문가 개인의 의견이며 동아시아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Smart Q&A를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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