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호 교수는 동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광운대학교 국제협력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의 함의 및 교훈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충격으로 원전의존적이던 전력수급 정책에서 변화를 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 :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한 재고 필요; 원자력 발전이 필수적이라면 보다 안전한 원전 방식 개발 필요; 원전 사고와 관련한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 대두; 원전 사고 후 신속한 정보 공유와 대응 체제 구축 필요”

“기존 한국의 소비 중심적 에너지 담론의 변화 필요. 특히, 고에너지 소비 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넘는 지역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땅이 되었다. 최근 일본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 국민의 80퍼센트가 원전 사용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본이 전체 전력의 30퍼센트 정도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수급은 4퍼센트가 채 되지 않음을 기억할 때 일본의 이러한 탈원전의존 현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남긴 충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몇 가지 질문과 교훈을 남기고 있다. 1) 한국, 중국, 일본이 그동안 추진해온 원전 확대 정책을 앞으로도 지속해 나가야 하는가? 2) 원자력 발전이 필수적이라면 원전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으며, 새로운 원전 방식(예. 핵 분열이 아닌 핵융합)의 가능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3) 원전 사고 대응을 위한 지역적/국제적 경험의 공유를 어떻게 담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4) 원전 사고 후 정보의 은폐를 막고 적절한 정보의 신속한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대응체제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한국 에너지 담론에 변화가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산업발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조달하는 것에 집중하는 소비적 에너지 담론을 유지한 채 정책을 추진해 왔다. 1990년에서 2010년까지 한국의 GNP는 약 3배 성장한 것에 비해 전체 에너지 소비는 5배가 늘었고, 그 중 산업용 에너지 소비는 9배가 증가했다. 이는 한국 산업이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구조를 가지고 성장해 왔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전력의 소모를 줄이는 산업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에너지 담론도 친환경적 에너지 생산 및 에너지 소비 통제에 중점을 두고 기존의 고에너지 소비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북아 국가들의 핵안전 협력 현황 및 과제

 

“현행 한중일 원자력안전 협력은 원자력 기술에 관한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협력 단계에 머물러 있어”

“한중일 원자로 정보 공유, 사고 초기 대응 매뉴얼 확립, 원전 중대 사고 시 한중일 삼국의 즉각 협력태세 구축 등 국가들간 협력의 약속 및 제도화가 먼저 구축되어야”

 

원전 사고의 피해는 한 국가의 영역을 쉽게 벗어나는 지역적/국제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동북아 주요 국가들 간 원전 안전을 위한 협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각국의 원전 정책이 지속된다면 20년 후 한중일 삼국은 약 150기에 달하는 원전을 보유하게 됨을 상기할 때 동북아 국가들 간의 원전 안전을 위해 다자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이러한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삼국은 원자력 안전에 관한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었다. 아울러 ‘동북아 원자력안전 규제자 회의’ 형태의 협력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행 한중일 원자력안전 규제자 회의는 원자력 기술에 관한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협력을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1) 한중일 원자로 정보 공유, 2) 사고 초기 대응 매뉴얼 확립, 3) 원전 중대 사고시 한중일 삼국의 즉각 협력태세 구축 등과 같이 큰 틀에서 국가들간 협력의 약속 및 제도화가 먼저 구축되어야 하고, 이러한 제도화의 틀 안에서 원전 사고 방지를 위한 기술 개발 및 교류가 진행되어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와 한국의 과제

 

“핵안보와 핵안전 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레짐으로 핵안보정상회의를 정례화 시켜 나가야”

“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을 통해 원자력 발전소 운영 원칙에 있어 원자력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담론의 형성 및 선언이 필요”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목표로 시작되었고, 현재까지 고농축 우라늄 사용의 억제, 사용하지 않는 우라늄의 반납 및 폐기를 약속하는 국가들의 선언이 이어지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이러한 2010년 회의의 성과들을 확산시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고유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안보 상황의 변화를 의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핵테러에 의한 안보위협 보다 원전 사고에서 비롯되는 핵안전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향후 지속되기 위해서는 회원국 공동의 위협인식에 반응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핵안보와 핵안전 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레짐으로 핵안보정상회의를 정례화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서울 회의가 그러한 계기를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2012 서울 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이 개최되어 원자력 안전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지만, 원자력 산업체만이 참여하는 논의는 업계의 역할과 이익을 대변하는 논의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력 발전소 운영 주체였던 도쿄전력은 그동안 다수의 작은 사고들을 은폐해 왔고, 이러한 행보와 관행이 지난해 치명적인 원전 사고의 대응과정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피해를 더욱 키웠다. 최근 한국의 고리원전 정전사고 은폐 의혹은 한국 원자력 업계가 일본의 실패를 반복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서울 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을 계기로 원자력 발전소 운영 원칙에 있어 원자력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담론의 형성 및 선언이 필요하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의 ‘아시아안보이니셔티브’(Asia Security Initiative) 프로그램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동영상 인터뷰 형식의 Smart Q&A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원고는 인터뷰 내용을 김양규 연구원(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과 김하정 팀장(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이 정리한 것으로, 전문가 개인의 의견이며 동아시아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Smart Q&A를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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