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남 교수는 미국 미주리대학교(University of Missouri)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국립외교원 유럽아프리카연구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러시아 대선 결과와 정국전망

 

“푸틴은 효과적인 대선 캠페인, 야권의 분열, 안정과 강대국 지위 유지를 바라는 민심에 의해 당선”

“야권 및 시민단체들의 시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동력을 상실할 것”

 

3월 4일 실시된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Vladimir Putin)이 63.75퍼센트를 득표해 낙승을 거두었다. 작년 초부터 하락한 푸틴과 통합러시아당에 대한 지지율을 고려할 때 이러한 승리는 예상을 뛰어넘는 부분이 있다. 특히 315석의 의석을 보유하여 전체 의석 450석 가운데 70퍼센트를 차지하던 통합러시아당이 지난 12월 국가두마(하원) 선거 결과 238석(52.89퍼센트)을 확보하는 것에 그쳤다는 점, 또한 그조차도 부정 선거에 의한 득표였음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거센 비난 여론과 마주해야 했던 점을 고려할 때 푸틴의 승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푸틴의 낙승은 1) 푸틴 자신의 효과적인 대선 캠페인, 2) 야권의 분열 및 강력한 야권 후보의 부재, 그리고 3) 안정과 강대국 지위 유지를 바라는 민심 등이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푸틴은 과거와는 달리 전국 순회를 통해 유권자들과 접촉하면서 여타 후보들과는 달리 “외교, 국가안보, 사회경제적 이슈, 민주주의, 경제, 민족문제, 러시아의 도전” 등에 관한 7개 논문을 발표해 자신이 집권할 경우 추진할 국내외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반면 야당 세력의 경우, 구체적인 비전 제시보다는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정부의 실정과 푸틴의 장기집권 획책 등을 대선 이슈로 삼았으나 정강정책이 다르고 후보들의 대권 욕심 때문에 후보 단일화 등 야권 연대를 할 수 없었다.

 

러시아 공산당과 반푸틴 시민단체 등은 대선 과정에서 자행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온건 야당 세력 및 시민단체들은 푸틴이 약속한 정치•사회•경제 개혁 조치들을 신속히 추진하기를 바라고 있다. 국제 선거감시단을 수용하고 투표소에 20만개에 달하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부정선거 논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 등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는 러시아 선거사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공정성이 높은 선거였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야권 및 시민단체들의 부정선거 항의 시위 및 반 푸틴 데모는 시간이 흐르면서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의 주장도 푸틴이 약속한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요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러시아 대외정책 방향 및 동북아 정세

 

“‘강한 러시아’와 ‘국익보호’를 위한 단호하고 독자적인 정책 추진은 선거용 레토릭일 가능성 높아”

“실제로는 기존의 실용주의적 외교 노선을 유지할 것”

“남한 경사적 등거리 한반도 정책 추진, 미국과 사안별 협력과 갈등 관계 유지, 중국과 단기적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하나 중장기적으로는 견제, 일본과 영토분쟁 지속 하에 경제•에너지 협력 확대 노력”

 

푸틴은 2월 27일 발표한 언론 기고문, “러시아와 변화하는 세계”에서 ‘강한 국력과 국익’에 기반하여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독립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특히 ‘아랍의 봄’에 대한 서방세계의 개입정책을 비판하면서 국가주권의 불가침성을 보장하고 국제사회에서 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의 강화가 시급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대선 기간 강조한 ‘강한 러시아’와 ‘국익보호’를 위한 단호하고 독자적인 정책 추진은 선거용 레토릭일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는 기존의 실용주의적 외교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면한 경제현대화의 성공적 추진, 다극화된 국제질서 건설, 독립국가연합(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CIS) 국가들과의 통합 심화, 국제사회에서 역할 제고 등을 위해서는 대립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입장을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책 차원에서 러시아는 북한 핵보유국 지위 불인정 및 한반도 안정과 평화유지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남한 경사적 등거리 한반도 정책을 유지하면서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및 위상 강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는 핵확산•테러•마약 등 국제문제에 있어서는 협력을 지향할 것이나 유럽 미사일방어체제(Missile Defense: MD), 중동사태에 대한 일방적 개입, 그리고 전략적 불균형 심화에 대해서는 대립하는 사안별 협력과 갈등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는 기존 대중 정책기조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양자차원/국제차원의 전략적 협력을 더욱 심화•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이 과도하게 부상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밸런서(balancer)로서의 역할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미중러 삼각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유심히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과의 쿠릴열도(북방영토) 분쟁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푸틴 정부는 경제 현대화 및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위해서 대일 경제협력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대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기 위한 협력 사업 적극 추진해야”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안정과 평화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유도”

“통일 한국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확보를 위해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정책에 적극 참여해야”

 

한러관계는 지난 4-5년간 정상회담이 빈번하게 성사되고 한러포럼을 포함한 민간차원의 교류 협력이 강화되는 등 과거 어느 때보다도 발전했다. 이제는 2008년 9월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격상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기 위한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6자회담 조기 재개 및 러시아가 의장국으로 있는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활성화를 지원하고, 특히 남-북-러 가스관 협력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치•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가스관 연결 사업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남북 경제의존도 심화 및 정치외교적 관계 개선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협력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스관 사업이 성공하면 한반도종단철도(Trans Korean Railway: 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rans-Siberian Railway: TSR) 연결 사업, 전력연결 사업, 녹색성장 협력 사업 등의 추진도 추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경제현대화,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통일 한국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확보를 위해 러시아에 경제적 전진기지를 구축, 확대해 나가는 정부민간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2012년 9월 예정인 블라디보스톡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국 정부의 국제회의 경험을 러시아 정부와 공유하고, 러시아가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여 경제적 통합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의 ‘아시아안보이니셔티브’(Asia Security Initiative) 프로그램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동영상 인터뷰 형식의 Smart Q&A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원고는 인터뷰 내용을 김양규 연구원(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과 김하정 팀장(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이 정리한 것으로, 전문가 개인의 의견이며 동아시아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Smart Q&A를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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