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오승희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교수는 국제 정세상의 위협인식이 시민으로서의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전제하에 한일 각 양국의 주변국(북한, 중국, 러시아, 미국)에 대한 인식과 한일 간 상대적 인식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합니다. 저자는 미?중 전략 경쟁 하에서 한국, 일본 모두에게 있어 중국 및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이 증대되면서 한일간의 협력 필요성이 부각되어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한일 양국관계는 국제적인 맥락 내에서 구성되는 바, 양국간 관계의 양상은 두 국가의 국제적 위상의 변화로부터 기인한다고 분석합니다.

I. 서론

 

이 글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013년부터 발표해온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 국민의 주변국에 대한 인식이 한일 상호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한국과 일본의 상호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한일 관계에 대한 인식은 양자 간의 관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국제적인 맥락과 흐름과 연계되어 인식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인식에 주변국에 대한 인식과 어떠한 관계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특히 중국과 관련된 문항들을 중심으로 한일 상대 국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 양상과 어떻게 맞물려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최근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국가들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 및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를 강화해가고 있다. 국제정세와 국내정치의 변화는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를 바탕으로 자아와 타자의 구분을 통해 적과 친구 등 관계를 설정한다. 이는 상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인식, 그리고 상대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정세와 국내정세의 변수는 개개인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타국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분명 최근의 미중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윤석열 정권의 일본정책과 기시다 정부의 한국 정책은 최근의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이다(손열 외 2023). 미중 대립과 중국 위협론은 한일관계 개선의 동력으로 작용해왔다(손열 2022). 이러한 국내외적 정세의 변화가 국민의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인식으로 나타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자 한다. 개인으로서 국제관계에 대한 인식의 표현은 국가정체성의 영향도 받지만 개별적인 경험에 기반한 인식도 영향을 받는다. 이는 자아와 타자의 구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상대국에 대한 위협인식, 그리고 자신에 대한 정체성 확인의 과정을 통해 세계관과 주변국 인식으로 구성되고 표출된다.

 

위협 인식은 오랫동안 국가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갈등요인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되어왔다(Jervis 1976; Rouhana and Fiske 1995; Kemmelmeler and Winter 2000). 스티븐 월트(Stephen M. Walt)는 국가들 간의 동맹 형성 과정에서 단순한 경성 권력 뿐만이 아닌 위협 인식이 중요하게 작동함을 강조하고 위협의 균형(Balance of Threat) 개념을 제시하였다(Walt 1895).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대상이 적인가 친구인가에 따라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상대방 국가와 자국 국가의 관계의 정체성이 위협인식과 연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국제정세와 국내정세의 다양한 변화들이 한국과 일본 국민의 호감도, 위협인식 등에 대한 항목에 반영되고 있다는 전제하에, 주변국에 대한 인식과 한일 간의 인식 사이에 나타나는 상관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10년간의 여론조사 데이터 중 주변국에 대한 인식 조사 항목에 주목하여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한일 간 상호 인식의 변화 양상을 설명한다.

 

II. 한일 양국 국민의 주변국 인식

 

1. 한국과 일본 국민의 주변국 위협인식

 

EAI는 한국과 일본 국민의 주변국 위협인식을 조사해왔다. 우선, ‘군사적 위협이라고 느끼는 국가나 지역이 있는지’를 먼저 묻고, 그렇다고 대답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군사적 위협이라고 느끼는 나라와 지역’에 대해 물어보았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의 추세를 살펴보면, 코로나 전후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중국과 북한, 일본에 대한 위협이 높게 인식되어 왔으며, 일본의 경우 중국, 북한,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 높게 나타난다.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위협인식은 2020년 30.7%에서 2021년 62.2%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는데 이는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직접적인 충돌이 있기 전부터 러시아에 대한 우려가 높게 나타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매우 낮았던 한국과 극명하게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중국과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은 한일 양국 모두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은 북한(89.7%), 중국(57.9%)로, 일본은 북한(80%), 중국(68%)로 위협인식 1순위 2순위가 북한, 중국 순으로 나타났다. 특기할 만한 점은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위협인식이 28.9%로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국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낮게 나타난다. 한일관계에서 한국은 일본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고,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점은 중요하다. 위협인식은 자아에 대한 대응기제를 형성하며 타자화를 구축하기 때문에 자아 정체성 형성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이 미치는 영향이 상호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도별 위협인식의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 모두 북한과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이 높게 나타난다. 러시아에 대한 위협인식은 일본에서 특히 높게 나타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인식은 한국과 일본 모두 가장 낮게 나타났다.

 

<그림 1> 일본과 한국의 주변국에 대한 위협인식(2014-2023, %)

 

 

한국에게 오랫동안 위협으로 인식되어 온 국가는 북한, 중국, 일본으로 타자화 대상이 되어왔다. 북한은 특히 가장 강력한 위협으로 존재했으며, 2018-2019년에는 상대적으로 한국의 북한 위협이 낮아졌다. 이는 남북 화해모드로 전환되었던 국내정세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은 최고조로 달했다.

 

2014-2015년 기간에는 중국보다 일본이 한국에게 더 큰 위협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후에는 일본보다 중국이 위협으로 인식되고 특히 2021년 이후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위협인식은 2015년 높게 나타났고, 2020년에도 높아졌다.

 

일본에게 오랫동안 위협으로 인식되어 온 국가는 북한, 중국, 러시아다.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 한국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되어 왔다. 중국에 대한 위협은 2017-2019년 상당히 완화되어 나타났던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시진핑과 아베 시기 새로운 중일관계 구축을 위한 우호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후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이 급증하였고, 2022년 현재 북한과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위협인식은 낮게 나타나는데, 2017-2018년 기간 중에는 미국에 대한 위협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 상당히 낮게 나타났으나,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위협 인식이 높아졌다.

 

2023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북한에 대한 한국 국민의 위협이 89.7%로 조사기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고, 러시아에 대한 위협도 16.5%에서 19.9%로 증가하였다. 반면 중국과 일본에 대한 한국의 위협인식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여전히 한국에게 위협적인 국가는 북한, 중국, 일본 순으로 일본이 한국에 중요한 위협으로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위협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2023년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이 다소 감소하고,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이 80%로 높게 나타났다. 일본에게 위협적인 국가는 북한, 중국, 러시아 순으로 나타나고 있고, 한국에 대한 위협인식은 2022년 9.4%에서 더욱 감소한 5.8%로 나타났다.

 

<그림 2> 한국과 일본의 주변국 위협인식(2022-2023)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에 대한 위협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2022년 3.3%에서 6.2%로 88% 증가하였고, 일본에서 미국에 대한 위협인식은 7.4%에서 10.8%로 46% 증가했다. 수치 자체는 낮지만, 증가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변화양상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한 위협인식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더욱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부담이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장에서 미중 경쟁 속 한국과 일본의 인식 변화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2. 미중 경쟁 속 한국과 일본의 주변국 인식 변화

 

2016년부터 2020년 조사된 ‘한국의 미래를 고려했을 때 중요한 국가나 지역’에 대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미국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게 나타나면서 중국에 대한 답변이 급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 한국에 중요한 국가/지역(2016-2023)

 

 

2016년에는 미국(40%)보다 중국(47.2%)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지만 이후에는 감소하여 30%대로 낮아졌고 미국에 대한 응답이 50%대로 나타났다. 2023년 중국에 대한 중요성 응답이 9.5%로 급감한 반면, 미국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78.1%까지 높아져 어느때보다 높은 미국 중심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중요성 인식은 2-3%대로 낮게 나타났지만, 2019년 1.3%로 최저점을 찍고 2020년 4.4%로 급증한 후 2023년 3.1%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미국에 대한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2022년 56.2%에서 2023년 28.9%로 감소했다. 미중 양국에 모두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13.4%에서 18.3%로 증가했고, 모르겠다는 응답도 증가했다. 한국과 일본의 미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림 4> 미국과 중국에 대한 친근감 비교

 

 

 

<그림 5> 상대국에 대한 우호국 인식

 

 

 

이러한 추세는 자국과 중요한 관계를 지닌 국가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미국이 74.9%에서 78.1%로 증가했으나, 일본에서는 미국에 대한 인식이 62.2%에서 53.5%로 감소했다. 대신 ASEAN과 인도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한 중요성 인식은 한일 모두 감소했고, 한국과 일본의 상호 중요성 인식은 2022년보다 2023년에 증가했다.

 

III. 한중관계와 한일관계의 비교

 

1. 한국: 한중에서 한일로 우호적 인식의 역전

 

10년 전인 2013년 동아시아연구원 설문 자료에는 일본과 중국에 대한 중요성과 호감도를 비교하는 항목이 있다. 일본과 중국 중 한국의 맹방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 한국인의 응답 결과가 일본 25.2%, 중국 72.8%로 중국에 대해 더욱 친근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6> 일본과 중국 중 한국의 맹방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2013, 한국)

 

 

‘중국의 부상은 한국에게 위협이 되기보다는 기회’라는 응답도 52.6%로 그 반대 응답인 47.3%보다 높게 나타났다. 10년 전 조사에서는 일본보다는 중국에 대한 인식이 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났는데, 중국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21년으로 조사 전반기,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일본과 중국 중 한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국가’를 조사했을 때 2013년 조사부터 2020년 조사까지 두 국가 모두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답변이 높게 나타나는 가운데, 한 국가만 선택한 응답으로는 한일관계보다는 한중관계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020년 기준 한일관계 5.7%, 한중관계 38%, 둘다 47.3%, 둘다 아님 9%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13.6%로 급증하였고, 한중관계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23.7%로 급감했다.

 

<그림 7> 한국: 한일관계와 중일관계의 중요성 비교)

 

 

 

<그림 8> 한국: 일본과 중국에 대한 친근감 비교

 

 

또한 ‘일본과 중국 중 친근감을 느끼는 국가’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면, 2020년까지는 중국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더욱 높게 나타났다. 2020년 기준으로 일본에 친근감 느낀다가 14.2%, 중국에 친근감을 느낀다가 24.4%, 둘다 6.3, 둘다 아님이 34.6%로 나타났다. 그런데 2022년과 2023년 조사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대한 호감도 인식의 역전이 나타났다. 일본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답변이 중국을 상회했다. 동시에 일본과 중국 둘 다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도 40%대로 어느때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 다 호감도를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해당 문항은 2021년 조사에서는 실시되지 않았는데,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2021년 중국에 대한 인상의 응답을 살펴보면, 중국에 대한 인상이 좋다(10.7%)보다 좋지 않은 인상이다가 73.8%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중국에 대한 인상이 나쁜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의 강압적 행동 때문에(65.2%)”와 “한국을 존중하지 않는다”(43.8%)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1+2순위 복수응답 결과 기준). 국가 간의 관계는 상호적인 것으로,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일본: 10년 전 우호적 인식 수준으로 회복중?

 

일본에서는 미래를 위해 한국과 중국 중 어느 국가와의 관계가 더 중요한지를 묻는 설문에 대해 둘 다 중요하다는 응답이 매번 가장 높은 가운데, 한일관계보다는 중일관계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조사기간 동안 매번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한국에서 역시 한일관계보다는 중일관계를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일본의 중요성이 최근 급증한 반면, 일본에서는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2015년 이전 시기에 더욱 높게 나타났으며, 아직 2015년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2019년 이후 다소 중요성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2015년 이전 수준이상의 중요성 인식이 나타날지 그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림 9> 일본: 한일관계와 중일관계의 중요성 비교

 

 

 

<그림 10> 일본: 일본과 중국에 대한 친근감 비교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10년 전인 2013년에 4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14년 37.2%, 2015년 23%로 감소한 후 다시 2013년의 친근감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다만 2020년 이후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증가하고 있고 2023년 35.8%로 2015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호감도 증가의 추세 속에서 2013년 시점의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았던 2020년 조사에서 중국에 비해 한국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최저 수준인 20.3%로 나타났고, 중국과 한국 모두에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41.7%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중일관계는 한일관계보다 항상 더욱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호감도는 한일관계가 중일관계보다는 항상 높았다. 중국과의 비교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한국에서는 중국과 일본 모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중국에 대한 인식이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IV. 한일 상대 국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

 

지난 10년간 한국과 일본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인상을 살펴보면, 양국 모두 호감보다는 비호감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가운데 2020년의 최악의 관계 이후 점차 호감도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3년 좋은 인상이 37.4%, 좋지 않은 인상이 32.8%로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상회했다.

 

<그림 11> 상대국에 대한 인상(2013-2023)

 

 

 

<그림 12> 한일관계의 중요성(2013-2023)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한국에서 일본을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중요성을 한국에 비해서는 낮게 인식하고 있다. 다만 2022년에는 이전까지의 하락 추세와 달리 한국에 대한 중요성이 46.6%에서 56.5%로 약 21% 상승하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022년에는 한국과 일본 모두 상대국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한일관계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2023년에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중요도 인식이 61.8%로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 요인은 무엇인가? 2023년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은 상대국가를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공동의 안보이익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대중 포위망’으로 상대국가가 필요하다는 항목에 대한 응답이 증가했다. 강대국 간 갈등 속에서 한일협력은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는 응답도 등장했다. 미중 경쟁이라는 국제정세와 주변국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역할과 이익에 대한 인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3> 한일관계가 중요한 이유

 

 

보다 직접적으로 한일 양국이 상대국가를 ‘우호국’으로 생각하는가에 대한 2021년과 2023년 설문 결과를 비교해보면, 한국에서 새롭게 우호국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응답이 16.9%로 급증하였고, 우호국이 아니라고 한 답변이 17.2%p 급감하였다. 일본에서도 우호적으로 인식하는 응답이 30.9%(A+B)로 우호국가로서의 인식이 양국 모두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4> 상대국에 대한 우호국 인식

 

 

또한 국제사회에서 한일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대중국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인식(한국 22.6%, 일본 20.7%)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파트너’ 관계로서 세계적 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한국 26.4%, 일본 19.7%), 우호국으로 관계설정(한국 16.4%, 일본 19.7%)라는 응답에서 한일 간 관계의 긍정적 인식의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양국 간 관계를 ‘라이벌’로 규정하는 인식은 한국 6.9%, 일본 1.4%로 나타난다.

 

<그림 15> 파트너, 우호국, 라이벌

 

 

 

 

<그림 16> 한일 양국이 대등한 관계가 되어가고 있는가

 

 

이러한 한일 간의 다양한 관계 규정은 한일 양국 간의 힘과 위상의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21년과 2022년 조사에서 제시된 “한일 양국이 대등한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 한국은 이미 그렇다,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22년에는 이미 대등한 관계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작년보다 4.1%p증가하였다. 일본에서는 ‘모르겠다’는 의견이 43.6%로 높게 나타나 한국과의 차이가 인식 차이가 크다. 양국 간 상대적 힘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향후 이에 대한 응답의 변화가 나타날지 지속 추적이 필요하다.

 

 

V. 결론

 

본 연구는 EAI의 지난 10년간 한일 상호인식조사 중 주변국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한일 간의 상호 인식 변화를 추적하였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한일 간의 상호인식은 글로벌 맥락에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한일 간의 위치와 협력 필요성 등이 부각되며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일 양국관계는 국제적인 맥락에서 인식되고 있으며,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양국 간 관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공통의 자기 인식과 중국과 북한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대한 한일 협력의 필요성 인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일 상호 간 자유 민주주의라는 공동 가치의 추구와 한국의 위상 변화에 따른 인식 변화, 중국과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 등이 공유되면서 한일 상대국에 대한 중요성 역시 변화하고 있다.

 

한일 국민 ‘상호’ 인식이라는 조사 제목에서도 나타나지만, 실제 설문 조사 내에서도 상대국이 자국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인식과 응답에서도 확인한 바 있듯이, 상대국에 대한 ‘존중’이 관계 인식에 중요한 요인이다. 중국의 위상 변화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 한국의 위상 변화에 대한 일본과 중국의 인식, 일본의 위상 변화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인식 등에 대해서도 상호 비교 검토하며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의 흐름을 추적해보면,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의 주변국과 상대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3년 조사 초기 한국에서는 일본보다 중국에 대한 중요성과 친밀감이 높게 나타났지만, 2021년경부터는 중국보다 일본에 더욱 친밀감이 높아진 인식의 역전이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중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크지 않은 가운데, 한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조사 시작 시점에서 매우 높게 나타났던 한국에 대한 호감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다시 2013년 호감도 수준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AI의 한일 양국 국민 상호인식 조사 결과가 앞으로도 정례적으로 꾸준하게 지속되어 연도별 데이터의 가치를 더욱더 높여 나가고, 이를 활용한 연구와 분석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주변국 인식에 대한 영향력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EAI의 공동 여론조사 실시 기관인 일본의 겐론NPO의 중일관계 및 미국 관련 연도별 데이터를 함께 비교 검토함으로써 한일 양국뿐만이 아니라, 한중일, 동아시아 지역인식에 대한 보다 입체적이고 심도 있는 비교 분석도 가능해지기를 기대한다. ■

 


 

 

참고 문헌

 

동아시아연구원(EAI). 2013-2023. “한일국민상호인식조사.” 동아시아연구원.

 

손열. 2022.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 정책으로 이어질까?” 『EAI 이슈브리핑』.

 

____, 김양규, 박한수. 2023. “관계 개선을 바라보는 한일 국민의 거리: 2023년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 분석.” 『EAI 이슈브리핑』.

 

Jervis, Robert. 1976. Perception and Misperception in International Politic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Kemmelmeier, M., & Winter, D. G. 2000. “Putting threat into perspective: Experimental studies on perceptual distortion in international conflict.”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6, 7.

 

Rouhana, N. N., & Fiske, S. T. 1995. “Perception of power, threat, and conflict intensity in asymmetric intergroup conflict: Arab and Jewish citizens of Israel.”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39, 1

 

Rousseau, David L and Rocio Garcia-Retamero. 2007. “Identity, Power, and Threat Perception: A Cross-National Experimental Study.” The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51, 5.

 

Walt, Stephen. 1985. “Alliance Formation and the Balance of World Power.” International Security 9, 4: 3-43.

 


 

오승희는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연구교수이다.

 


 

담당 및 편집: 오준철_EAI 연구보조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jcoh@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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