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김용신 인하대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미중전략경쟁을 중국의 주권, 영토 등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 및 브릭스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반도체 공급망에 한국 기업을 포함시키는 탈서구화 공급망 구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은 첨단 과학기술과 핵심광물 수급 영역에서 중국의 비미국화된 공급망 구축 전략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한중간 상호 의존 관계에 대해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I. 서론

 

경제적 효율 추구가 최우선이던 신자유주의를 지나면서 전세계적으로 경제안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미국과의 전략 갈등 증대와 함께 중국 역시 새로운 안보관을 형성하고 경제 안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의와 이를 이끌어갈 영도기구를 개편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22년 제20차 당대회 보고를 통해 현재 세계의 변화, 시대의 변화, 그리고 역사의 변화는 이전에는 없던 유례없던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정의했다(习近平 2022). 이러한 전세계적인 시대적 격변기(global zeitenwende)에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은 향후 글로벌 질서 변화의 향방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미중 전략 경쟁이 여러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김상배 2022; 이승주 2019; Kim and Kim 2019 등). 그러나 미중 갈등의 주요 원인에 대한 미중 양국의 근본적인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개혁 개방 초기 중국에 대해 매우 친화적이었던 서구가 공세적 태도로 전환한 것에 대한 설명은 세력 균형 변화에 따른 필연적 변화로 미중 간 국력 격차가 좁혀지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냉전 시기 소련, 그리고 1980년대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은 도전국의 GDP가 미국의 60% 정도일 때 적극적으로 견제하였고, 이는 필연적으로 강대국 간 경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의 중국 정치 연구자인 수잔 셔크는 미중 간 경쟁은 중국의 과잉확장(overreach)에 따른 역풍(backlash)이며, 중국의 과잉 확장은 경제, 사회통제, 외교정책 등과 같은 세 가지 전선(fronts)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Shirk 2023).

 

미중 간 국력 격차의 측면에서 보건, 중국의 과잉확장 측면에서 보건 2012년 시작된 시진핑 시기는 중국의 경제, 사회통제, 외교정책, 안보 측면에서 새로운 분기점이 되었다. 이에 본 글은 II장에서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에서 핵심 안보가 어떻게 변화했고 당의 역할이 어떻게 강화되었는지 먼저 살펴본다. 이를 근거로 III장에서는 중국의 새로운 안보관인 총체적 국가 안보관 하에 중국이 경제 안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위한 영도기구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살펴본다. IV장에서는 시진핑 시기 중국의 경제 안보 상황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의 대미국 전략을 살펴본다. V장에서는 위의 내용을 정리하고 한국에 주는 함의에 대해 살펴본다.

 

II. 시진핑 시기 핵심 안보와 당의 역할 강화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큰 변화라고 한다면 중국의 정치적 정당성의 근원이었던 경제 발전 보다 안보(安全) 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9월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는 점증하는 외부 위협에 직면하면서 중국 정부의 우선 순위가 두 자리 수 이상의 경제 발전보다는 안보와 자립(self-reliance)에 있다고 보도했다(White and Yu 2023). 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안보에 대한 강조는 언론에서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연례적으로 하는 정부공작 보고에서도 확인된다. 최필수(2022)는 중국의 정부공작보고 및 주요 관련 문건들을 통해 어떤 키위드들이 강조되었는지 정리했다(아래 <표 1> 참고). 중국제조 2025의 핵심어였던 “제조강국”이라는 키워드는 2020년 정부업무보고부터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안보(安全), 산업망, 공급망 등의 어휘가 상호 결합되어 사용되고 있다.

 

<표 1> 중국 주요 정책 문건에서 주요 강조 어휘의 사용 추이

출처: 최필수(2022)

 

그렇다면 중국에서 강조되고 있는 안보는 어떤 안보를 의미하는 것일까? 베이츠 길에 의하면, 시진핑 시기 중국의 안보 및 외교 정책의 핵심 목표는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과 생존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Gill 2022). 중국 공산당의 생존과 정당성이라는 외교 정책의 핵심 목표는 전통적인 국제정치에서 개별 국가의 외교 정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과는 매우 상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최고 정책결정자에게 있어 국가 간 경쟁이나 국력 극대화 등의 요인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공산당의 생존과 권력 강화가 보다 핵심적인 요인이다. 이는 당의 생존이라는 당의 이익(party interest)이 국익은 물론 외교적 이익에 우선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 외교 정책은 어떤 특징을 보일까? 우선 시진핑 집권 이전까지 당과 정의 역할 분담을 의미하던 당정분리(党政分开)는 당이 모든 것을 지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17년 공산당 당장(党章)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당, 정부, 군대, 민간, 학교,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 당은 모든 것을 영도한다(“党政军民学,东西南北中,党是领导一切的”)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둘째, 2018년 시진핑 외교 사상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외교사상(习近平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外交思想)을 외교 지침으로 지정하였다. 또한 2020년에는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내에 시진핑외교사상연구센터(习近平外交思想研究中心)를 설립했다. 셋째, 2018년 공산당의 중국 국가에 대한 지도를 명시하기 위해 헌법에 공산당의 지도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고유한 특성임을 명시했다. 넷째, 당의 국무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과거 국무원 직속 기관으로 국가공무원 재교육을 담당했던 국가행정학원(国家行政学院)이 2018년 공산당 간부 양성기관인 중앙당교(中央党校)로 편입되었다. 마지막으로, 시진핑 집권 이후 현재 정세를 백년이래 없던 대변화의 국면(百年未有之大变局, great changes not seen in a century)으로 정의하고, 대담하게 투쟁하고, 용감하게 승리할 것(敢于斗争, 敢于胜利; Dare to struggle, dare to win)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전투의 대오에서 당의 경제, 사회, 군사 등 모든 영역에서의 통제와 조율은 강화되고 있다.

 

III. 경제안보의 중국식 정의와 영도기구

 

1. 총체적 국가안보관과 경제 안보

 

시진핑 총서기의 집권 이후 중국에서 경제안보(安全)에 대한 논의는 시진핑 시기의 국가안보관을 의미하는 총체적 국가안보관과 연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1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시진핑은 2014년 4월 중앙국가안전위원회 1차회의에서 처음으로 총체적 국가안보관의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후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에서 총체적 국가안보관을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기본 방침으로 정하고 당장에 삽입하였다. 이는 중국 공산당 역사상 국가 안보 이론이 당대회 보고에서 언급되고, 당의 지도 사상의 중요 내용으로 삽입된 첫 번째 사례이다. 2022년 10월 20차 당대회에서 국가 안보 체계 및 역량의 현대화, 경제 안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안보 상황에서 새로운 발전 상황에 대한 보장을 강조하는 등 그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총체적 국가안보관은 전통 안보 영역뿐만 아니라 비전통, 신흥 안보 영역을 포함하여 총 16가지의 방향 [2] 을 제시하고 있다. 총체적 국가안보관은 5대 요소와 5대 관계로 귀결되는데, 5대 요소는 인민안보를 종지(宗旨)로, 정치안보를 근본으로, 경제안보를 기초로, 군사안보·문화안보·사회안보를 보장(保障)으로, 국제안보를 지주(支柱)로 중국 특색의 안보의 길을 걸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총체적 안보관을 실현하기 위해 5대 관계 [3] 역시 중시 된다.

 

총체적 안보관은 중국 특색의 안보 노선을 강조하면서 또한 다음 5항을 견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공산당의 안보업무에 대한 “절대적 영도”를 견지하고, 국가 이익을 최고로 견지하며, 인민 안보를 종지로 하여 공동안보를 견지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촉진을 견지한다. 그 중 “당의 절대적 영도”가 가장 중요하며 국가 안보의 근본적 정치적 원칙이다. 중앙국가안전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예속 기구이며, 시진핑은 국가 안보 업무를 통일적으로 지도한다(유동원 2019).

 

결국 시진핑을 정점으로 당의 절대적 영도하에 경제 안보는 국가 안보의 전반적 이념을 확고히 한 총체적 안보의 기초로 간주되었다. 중국 중앙당교의 천위쉬에 등은 중국에서 경제 안보의 광의의 함의에 대해 다음과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 번째, 나라의 경제주권과 경제생명선을 확고히 틀어쥐고 자체의 경제체제와 발전전략, 천연자원이용과 주요경제를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활동을 수행할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둘째, 경제발전이 국내외 요인에 의해 위협받거나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지속가능한 발전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국가는 강력한 경제적 경쟁력, 자원 및 에너지 안보 능력, 위기 관리 능력, 국제 경제 규칙 수립에 참여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陈宇学, 许彩慧 2023).

 

중국의 당지도부는 경제 안보를 총체적 국가안보관이라는 보다 큰 우산 아래, 서구 국가의 경제 안보 이념을 모방하지 않으면서 중국 특색의 경제 안보에 대한 이념을 구축하고자 한다. 총체적 국가안보관에서 경제안보는 전체 안보의 기초역할인 하부구조를 담당하고 있다. 경제 안보 역시 총체적 국가안보관에서 강조하듯이 안보 영역을 담당하는 당의 핵심 지위하에 중국 특색의 국가 안보 경로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반영하듯, 2021년부터 시작된 14차 5개년 규획(2021~2025년)은 전방위적인 경제 안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첫째, 14차 5개년 규획 기간 동안 산업 체인과 공급 체인의 탄력성을 강화하고 개선할 것을 제시했다. 이는 산업사슬과 공급사슬에 존재하는 단점을 보완하고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핵심산업과 중요산업에서 보다 완전하고 효율적인 산업 및 공습 사슬을 만들어 국민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 둘째는 식량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식량안보법을 제정하며 곡물의 생산, 구매, 저장, 판매 체계와 중요 농산물의 공급 보장 메커니즘을 완비해야 한다. 셋째, 에너지 자원 안보를 강화하고 에너지 혁명을 촉진하며 에너지 생산, 공급, 저장 및 마케팅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넷째, 시스템적인 금융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금융위험 예방, 조기경보, 처분, 책임체계를 개선하며 전반적인 조정과 종합관리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포괄적이며 일관된 권한과 책임을 지닌 현대적인 금융 규제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卢委, 谢玉科 2023).

 

2. 영도기구

 

총체적 국가 안보관을 운영할 영도기구로 중국 공산당은 2013년 11월 18기 3중전회에서 “전면심화개혁과 관련하여 약간의 중대한 문제에 대한 중공중앙의 결정”을 통해 당중앙에 중국국가안전위원회 신설을 결정했다. 시진핑은 국가안보위원회 설립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人民网 2014).

 

국가안전위원회 성립의 목적은 바로 우리 국가안보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임무에 더욱 잘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집중되고 통일되며 높은 효율을 지닌 국가안보체제를 건립하여 국가안보 업무에 대한 영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허재철(2014)은 중앙국가안전위원회가 기존 국가 안보 관련 기구들과 지닌 차이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첫째, 기존 국가 안보 관련 기구들에 비해 참여단위가 확대되었다. 기존의 국가안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국가안전공작영도소조(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의 대외 명칭)는 군사, 외교, 정보, 경제, 선전 부문 등 전통적인 국가 안보와 관련한 핵심 책임자만 참여했다. 그러나 중앙국가안전위원회에는 총체적 국가 안보관에서 강조한 16가지 방향의 모든 안보 관련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둘째, 기존 안보 관련 기구들에 비해 제도적으로 안정화되었다. 기존 안보 영역을 담당하던 영도소조를 보다 정규화, 상설화시켜 안보 컨트롤 타워 기구를 제도화했다. 셋째, 국가 핵심 영도자들의 직접 참여 및 영도로 기구의 권위가 상승되었다. 중앙국가안전위윈회는 출범부터 총서기와 총리가 각각 주석과 부주석을 맡는 방식으로 기구의 권위를 높였다. 일반적으로 정치국 상무위원 한 명이 하나의 영도소조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으나, 중앙국가안전위원회는 주석과 다수의 부주석 모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3년 현재 중앙국가안전위원회는 시진핑 총서기가 주석을, 총리 리창(李强, 정치국 서열 2위), 자오러지(赵乐际, 정치국 서열 3위), 차이치(蔡奇, 정치국 서열 5위) 등이 부주석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보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고 관련 영역도 다양해지면서 안보 문제를 지휘(orchestration)할 수 있는 기구로 구성되었다.

 

IV. 시진핑 시기 중국의 경제 안보 상황에 대한 평가와 대미국 전략

 

1. 대내적, 대외적 경제 안보 상황에 대한 중국의 평가

 

그렇다면 시진핑 시기 중국 지도부는 중국의 경제 안보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을까? 중앙당교의 천위쉬에 등(陈宇学, 许彩慧 2023)의 연구를 통해 중국 지도부의 경제 안보상화에 대한 평가를 추론해볼 수 있다. 그들은 중국이 처한 외부 및 내부 환경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우선 현재 중국이 처한 외부 환경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 간의 경제 및 무역 경쟁 심화, 동남아 및 남아시아 등의 신흥 경제국의 추격, 일방주의 및 반세계화 물결, 그리고 안보 중심의 경쟁 본격화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는 첫째, 서구 선진국과 중국의 전략적 딜레마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다방면에 걸쳐 서구에 대해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산업군을 보유하고, 많은 산업 분야에서 규모 및 조율(配套)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나, 산업의 가치사슬과 수요-공급의 가치사슬에서 통제 및 영향력이 서구 선진국에 비해 미약하다. 또한 시장, 하이테크, 고급 브랜드, 핵심부품, 고급 인재 등에 대한 외국의 의존 및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국제 질서와 규칙을 정할 권리 및 발언권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 세계경제질서의 3대 축은 서방 국가들에 의해 구축되고 주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초국적 자본의 쌍방향적인 변동성에 취약하다. 총자본 흐름의 급격한 위축이나 증가는 중국의 자주혁신과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신흥개발도상국의 도전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분업구조의 변동과정에서 동남아 및 남아시아의 신흥발전국이 후발자의 우위를 보이며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30년 간 유지했던 세계의 공장이라는 전통적 지위는 후발국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예를 들면 2021년 중국과 아세안의 상품 교역액은 전년대비 27.5% 증가한 8,782억 달러 기록했다. 그 중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증가하여 중국의 대아세안 무역수지는 9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는 과거 중국이 독점적으로 담당했던 세계의 공장 역할의 상당 부분이 아세안 국가로 이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국제무역에서 일방주의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역시 매우 중요한 외부 위협 요인이다. 세계무역질서가 다자주의에서 일방주의로 이동하고, 유럽과 미국은 탈중국화(去中国化)된 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구 선진국들은 중국의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양자 또는 소다자 형태의 협정을 체결하여 중국에 대한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무역 관행을 만들고 있다. 반세계화 기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중국을 핵심으로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경제발전 경로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중국이 처한 내부 환경 변화 역시 경제 안보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경제 발전 모델의 전환 과정에서 오는 수많은 모순에 직면해 있고, 또한 과거에 축적된 모순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불안정성이 경제 및 사회적 취약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이 처한 첫 번째 내부 위협 요인은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현재 생산능력 과잉과 소비자 수요 부족이 공존하는 국내 수요 공급의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 또한 내수와 수출 수요 간 모순, 에너지 소모 방식에서 자원집약적 방식과 혁신 생산 방식의 지체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 도시와 농촌의 이원화된 구조적 모순, 지역 간 경제 격차로 인한 모순, 산업 구조 모순으로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다양한 구조적 모순을 보이고 있다. 둘째, 국내 체제의 특성상 정부와 시장 관계의 균형 문제가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 주기성(週期性) 문제 역시 중요한 국내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경기회복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생산능력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서의 공급은 부족하고, 필요치 않는 부분은 과잉 공급되는 수급 불일치가 순환적 불균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과잉생산 축소, 재고 축소, 부채 축소, 환경 규제 강화 등의 공급측 개혁 조치를 시행했는데, 어느 정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진민퇴(國進民退, 국유기업의 전면적 성장과 사영기업의 상대적 후퇴)”라는 현상이 발생하여, 사영기업의 부채부담과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 대(對)미국 전략

 

중국의 경제 안보 상황에 대한 대내, 대외적인 다양한 위협 요인 가운데 가장 강력한 위협 요인은 2018년 무역 및 통상 분쟁에서 본격화된 미중 전략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점증하고 있는 미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어떠한 대미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중국 인민대학교 야오루쿤과 진찬롱 등은 미국의 대미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姚汝焜, 金灿荣 2023). 중국은 우선 미국과 전략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의 전략적 소통 속에서 상호 간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상호 공존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국의 기본적인 대미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의 주권과 영토 등과 같은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어떠한 위협에도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중국의 구체적인 대미국 전략은 그 외교적 실천에서 다음 네 가지로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첫째, 미중 양국 간의 차이가 필연적으로 미중 갈등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3월 당시 리커창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미중 양국의 이견은 불가피하지만, 협력이 주류가 되어야하는데, 이는 세계 평화와 발전이 협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新华社 2022a). 또한 2022년 당시 외교부장 왕이는 뉴욕에서, 중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체제는 개별 국가의 국민의 선택에 따른 것이며, 중국과 미국은 서로를 대체할 수 없고 서로를 패배시킬 수 없다고 언급했다(新华社 2022b). 게다가 2022년 11월 14일 발리에서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을 때, 획일성을 강요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거나 심지어 전복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미중 간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미중 관계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고 강조했다(新华社 2022c).

 

둘째, 중국은 미중 양국간의 차이점 속에 공존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현존하는 국제질서를 변경하거나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도전할 의사가 없는 현상 유지 국가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스스로의 현상유지 의도를 강조하면서 점증하는 미중 간 갈등의 수위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미국의 냉전적 사고와 전략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22년 당시 외교부장이었던 왕이는 “개별적인 대국(个别大国)”이라는 방식으로 미국을 우회하여 지칭하면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냉전적 사고방식을 다시 이용하고, 진영 간 갈등을 조성해 혼란과 분열을 더욱 가중시켜, 이미 문제가 만연한 세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新华社 2022b).

 

이러한 미국에 대한 비판을 정리한 “미국의 패권·패도·집단 따돌림과 그 피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2023년 2월에 신화사가 보도했다(新华社 2023). 중국의 관영언론들이 이 보고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저자가 특정되지 않았었는데 중국 학자들조차 외교부 보고서라고 특정하고 있다. 위 보고서는 미국이 정치, 군사, 경제, 금융, 기술, 문화 분야에서 패권을 남용하고 있고, 미국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이며 퇴행적인 패권주의적 관행이 세계 평화와 안정, 그리고 모든 인민들의 안녕에 심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V. 결론 및 한국에 주는 함의

 

중국은 현정세를 과거 100년 이래 없었던 중요한 시기로 보고, 시진핑을 핵심(以习近平为核心)으로 당의 전면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면적인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시진핑 외교사상, 전면적 국가안보관 등에서 핵심 목표는 당의 핵심인 시진핑 주석 및 당의 생존과 번영에 있다. 중국의 경제 안보의 핵심 목표 역시 시진핑 및 당의 생존과 번영이라 핵심 목표 실현을 위한 물질적 기초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경제 안보 목표는 한국에 다음 세 가지 함의를 준다.

 

첫째, 시진핑 시기 중국의 중앙 집중화된 경제 안보 정책들은 첨단 과학기술부터 핵심 광물 수급 영역까지 한국이 중국과 전면적인 경쟁 관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시진핑 주석은 경제성장의 활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학 기술 혁명은 경제 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하며, 인공지능, 양자 정보, DNA 편집, 신재료, 신에너지 등과 같은 첨단 기술들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과학기술에서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习近平 2021). 과학기술에 대한 강조는 과거보다 중앙 집권화 된 방식의 혁신 드라이브를 만들어 내고 있고, 이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과 전면적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중국은 아프리카 및 브릭스(Brazil, Russia, India, China: BRICS)와의 남남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핵심 광물 가치사슬에서 지닌 높은 장악력과 남남협력의 결과로 한국 기업들의 핵심광물 확보에서 중국과의 경합이 강화될 전망이다.

 

두 번째, 미중 전략 경쟁의 2차효과(second-order effect)로 한중 간에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새로운 상호 의존 관계가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비미국화된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중국 반도체 공급망에 한국 기업이 내포(embedded)되는 것을 유도하고(김용신 2023),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를 우회할 목적으로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한국 배터리 공급망에 내포(embedded)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의 시장에 대해 의존하는 경향이 많았으나, 새로운 상황에서는 시장뿐만 아니라 자원, 기술 등에도 의존하는 복합 의존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많은 국가들과 상호의존의 노드와 정도를 심화시키고, 이를 유사시에 무기화시키려 하고 있다. 결국 한국은 새롭게 등장하는 한중간 상호 의존 관계에 대해 선제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주변국 외교와 남남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을 포위하고자 한다. 이는 마오쩌둥(毛泽东)이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하는 전략을 차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과의 일대일 대결보다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지지세력을 확대하여, 개발도상국으로 서구 선진국을 포위하고자 한다. 중국은 이런 맥락에서 중국지혜 혹은 중국 방안을 제시하는 데, 이는 서구화가 현대화의 유일한 경로가 아님을 주장한다. 중국은 주변국 외교를 통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데, 이를 위한 대(對)한국 외교 방안에 대해서도 한국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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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글에서 중국어의 안전(安全)은 한국어의 안보(安保)로 번역한다. 다만 중국 기관 등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의 경우 안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예를 들어, 시진핑 시기 이후 안보관을 나타내는 “총체적 국가안전관”은 “총체적 국가안보관”으로, 고유명사인 중앙국가안전위원회는 한자 독음 그대로 표기하였다.

 

[2] 정치, 군사, 국토, 경제, 금융, 문화, 사회, 과학기술, 사이버, 식량, 생태, 자원, 핵, 해외 이익, 우주, 심해, 극지, 생물, 인공지능, 데이터

 

[3] 5대 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발전문제와 안보문제 동시 고려, ② 외부안보와 내부안보 동시 중시, ③ 국토안보와 국민안보 동시 중시, ④ 전통안보와 비전통 안보 동시 중시, ⑤ 자신의 안보와 공동의 안보 동시 중시

 


 

김용신_인하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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