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다카하라 아키오(高原明生) 도쿄대 교수는 시진핑 정권의 근린 외교에서 나타나는 유화적 언사와 강경한 행보 간 불일치 원인을 고찰하고, 한일 협력을 통한 대응 방안을 모색합니다. 중국은 주변국 관계에서 선의와 평화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근 해역에서의 군사 행동 및 자원 확보를 과격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중국의 국력이 성장하며 국익 확보를 우선시하는 행동제일주의가 대두됐고, 이것이 외교상의 언행 불일치를 초래했다고 지적합니다. 이어서 한일 양국이 안보와 경제의 이분법에서 탈피하여 중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협력 동참을 이끌어 내는 유연성을 발휘하고, 중국에 관한 상호 의견 교환을 확대하여 대중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을 제언합니다.

서론

 

한국과 일본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매우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점차 긴장을 높여 가던 미중 양국 관계는 2017년 말 이후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면서 세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경제 면에서는 전자 기기를 비롯한 기술 분야에서의 디커플링이 진행되고, 그 영향으로 공급망 재편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군사 안전 보장 면에서도 미국은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한 대중 경쟁 승리를 목표로 한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영국, 호주 안보 협력 체계인 오커스(Australi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 AUKUS)를 결성하여 호주에 원자력 잠수함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으며, 일본 및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도 여념이 없다.

 

시진핑 정권은 당초 대미 관계 안정화를 표방하며 신형대국관계의 수립을 제창했다. 신흥국과 패권국이 충돌하는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대북 정책까지 변경했다. 그러나 2017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다음 달 발표된 국가안보전략과 2018년 1월의 국방전략에서 미국은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국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수정주의 국가로 부르며 이슬람 과격주의자의 테러가 아닌 중국이야말로 미국의 최대 외부 위협이라고 간주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매우 중요한 대미 관계를 어떻게든 안정시키기 위해 대화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장기적인 전략 경쟁을 결심하게 됐으며, 이에 전념한 나머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부터 일본과 한국의 안보 정책까지 모든 것을 대미 경쟁의 시야에서 보게 됐다. 이러한 행태만 보면 중국 외교의 러시아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미중관계가 점차 긴장의 강도를 더해 가는 상황에서 시진핑 정권의 근린 외교를 다룬다. 중국은 얼핏 협조적, 유화적인 근린 외교 정책을 내놓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일방적이고 강경한 행보를 보여 왔다. 본고는 중국이 왜 이런 행보를 보이는지 여러 각도에서 복합적으로 검토한다. 이와 함께, 국력을 증대시키고 과격한 행보를 보이는 중국과 한일 양국이 어떻게 공존해 나갈 것인지 고찰한다. 중국이 제기한 일대일로와 일본이 제창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공생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갖고 일본이나 한국 등 미중 사이에 위치한 나라들이 취해야 할 대응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Ⅰ. 시진핑 정권의 근린 외교: 언행 불일치는 왜 일어나는가

 

시진핑(習近平) 근린 정책의 큰 특징은 외교적 언사와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은 온화하나 행동은 거칠고, 말과 행동 사이에 차이가 보이는 것이다. 온화한 말의 예로는 2013년 10월 ‘주변 외교공작 좌담회’에서의 시진핑의 연설을 들 수 있다(習近平 2014, 327-331). 본 연설에서 시진핑은 “주변 국가와 중국 간 정치 관계가 더 우호적으로 발전하고, 경제 유대가 더 견고해지고, 안전 협력이 더욱 심화되며, 인문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근린 외교의 기본 방침으로 “선의를 갖고 이웃 국가와 접촉하고, 이웃 국가를 동반자로 삼고 이웃과 친밀하며 이웃을 안심시키고 풍요롭게 한다”는 10년 전부터의 방침을 견지한 것과 더불어 자신이 생각한 ‘친(親), 성(誠), 혜(惠), 용(容)’이라는 이념을 발안하였다고 말했다.[1]

 

또한, 남중국해에 접한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같은 2013년 10월에 인도네시아 국회에서 연설하였다(習近平 2014, 324). “중국과 동남아 일부 국가 사이에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 측면에서 존재하는 이견과 분쟁을, 양측이 항상 평화적 방법으로 평등한 대화와 우호적 협의를 통해 적절히 처리해 양측의 관계와 지역 안정이라는 판국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렇게 천명한 원칙에 따라 중국이 행동한다면 누구도 아무런 불평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행동은 상당히 과격하다. 중국은 2013년 11월 동중국해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발표했다. 물론 방공식별구역은 일본이나 한국 등도 이미 설정하고 있어 중국이 이를 설정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으나,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은 일본이나 한국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고 일본과 다툼이 있는 센카쿠 제도(댜오위다오), 그리고 한국과 문제가 있는 이어도(소암초) 상공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중국 국방부는 중국 영공을 향해 비행하지 않는 비행기에도 비행 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중국 당국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무력으로 방어적인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의 행위로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外務省 2013).

 

또한 남중국해에서는 2014년 5월 선박 수십 척의 호위를 받으며 시사 군도 앞바다로 대형 굴레를 끌고 가 석유 시추를 시작했다. 또 대규모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 인공섬 건설을 7개소에서 실시해 활주로 등의 시설을 구축했다. 2016년 7월에는 헤이그 중재재판소가 판결을 내려 남중국해에서의 영토와 권익에 관한 중국의 주장을 거의 전면 부인했다. 중국도 가입한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중재 재판소 결정은 최종적이며 분쟁 당사국을 법적으로 구속한다. 하지만 중국은 중재 절차가 무효라고 일관되게 주장했고, 결정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언행 불일치를 초래하는 원인은 이른바 행동제일주의의 대두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외교부는 비교적 우호적인 반면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당의 중앙 선전부는 대외 강경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그리고 최근 대외정책에 빈번하게 관여하는 인민해방군이나 일본의 해상보안청에 해당하는 해경, 나아가 석유 부문이나 어업 부문 등에서 외교를 무시하고 이익 확보를 위해 기정 사실화 전략 수행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행동이 먼저고, 외교는 그 다음이다. 즉 행동이 우선시되고 그로 인해 생긴 문제를 나중에 처리하는 것이 외교의 역할이 된다.

 

동중국해에서 행동 제일주의는 센카쿠 제도에 감시선을 빈번하게 파견함으로써 나타나고 있다.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 제도의 3개 섬을 지권자로부터 매입했을 때부터 중국 감시선이 자주 센카쿠 제도 주변 영해에 침입하게 됐고, 2013년에는 중국 해군 구축함이 해상자위대 구축함에 대해 화기 관제 레이더를 조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2022년에도 감시선 여러 대가 거의 매일 센카쿠 제도 주변 접속 수역에 들어와 한 달에 몇 번씩 영해까지 침입했다.[2]

 

행동 제일주의의 원인으로 우선 국력 신장을 들 수 있다. 덩샤오핑은 과거 능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라는 공조 외교를 주창했다(일명 ‘도광양회’ 정책). 하지만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에서 일찌감치 탈출해 세계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하게 된 중국은 국력과 국제적 위상의 고조에 자신감을 높였다. 그리고 해외에서 권익을 보호하고 확장하기 위해 군사적 투사 능력을 높여 적극적으로 자국의 주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었다. 시진핑 정권에서는 ‘분발유위’(기분을 북돋워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방침)로 바뀌고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로 시진핑 개인의 특성을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16년 7월, 앞서 설명한 헤이그 중재재판소 판결 일주일 후 시진핑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화민족의 능력은 너무 오랫동안 억압돼 왔다. 이를 발산해 위대한 중국의 꿈을 이뤄야 한다.”[3] 이 발언은 지방을 방문해 공장을 시찰할 때 종업원을 격려하기 위해 발언한 것이지 해군 해경 어업 부문에 내려진 명령이 아니다. 하지만 각 부문은 최고지도자의 말을 자신들에게 편리하게 해석하며, 중국의 한 국제정치학자는 시진핑의 발언을 인용해 2018년 이후 남중국해나 대만 해협에서 군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논하기도 했다(金燦栄 2016).

 

세 번째 원인은 자국에 유리하지 않다면 국제법을 무시하는 강대국들의 나쁜 버릇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사실 국내 질서도 법 지배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의 압도적 힘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뜻을 지닌 ‘팍스 커뮤니스타(공산당의 평화)’라는 질서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즉 일부 중국인이 동아시아에서 구상하는 ‘팍스 시니카(중국 평화)’는 법의 지배가 결여된 ‘팍스 커뮤니스타’의 단순한 연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 행동의 결과로 다른 나라와 충돌하더라도 시진핑에게 두려운 것은 국내의 비판이지 해외의 비판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국가들과 약간의 마찰이 있는 편이 국내 반대 목소리를 정리하고 리더십의 구심력을 높이기 위해서 유리하다는 생각도 있다. 과격한 민족주의적 언행을 하는 이른바 전랑(戰狼) 외교관으로 유명한 인물 중 중국의 주 프랑스 대사인 루사예(盧沙野)가 있다. 루사예는 “서양인들은 외교 의례에 어긋난다고 우리를 비판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은 외국인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가가 아니다. 국내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우리 나라와 인민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지, 우리 인민이 만족하는지 불만족하는지, 받아들여 줄지이다. […] 다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할지 아닐지가 아니다.” (「观察者」 2021) 하지만 국내 민족주의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으면 가장 큰 과제인 사회 안정 유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 단합과 안정 유지를 위한 민족주의의 조절은 매우 어렵다.

 

다섯 번째로 꼽는 행동 우선의 원인은 자국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대국 증후군이다. 앞서 설명한 ‘주변 외교공작 좌담회’라는 회의 명칭에 나타나 있듯 중국은 이웃 국가와의 외교를 근린 외교가 아닌 주변 외교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그것은 자신을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의식의 표현이라고 중국인에게 지적하면, 대부분은 놀라고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기에 “표현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한다. 또 시진핑은 중화민족에게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패권을 장악할 DNA는 없다는 문구를 연설에서 자주 사용하며,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경우도 있다. 과거 저우언라이는 키신저에게 중국도 한때 베트남, 버마, 조선을 침략한 팽창주의 전통을 갖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毛里和子、増田弘 2004). 이와 비교하면 지금은 의심 없이 대국 증후군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근대화의 한복판에 있는 중국은 ‘부민강국’(부국강병)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전통을 지키려다 반서양적, 전통 회귀적 사고를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전통 회귀 측면에서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위계에 의거한 질서관[階統秩序観]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국 중국이 지역의 중심이고, 다른 나라는 중국을 우러러보며 그 의사와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가 눈에 띄게 증가됐다. 2010년 7월 아세안지역포럼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보를 비판하자 양제츠 외교부장은 “중국은 강대국이고 당신들은 소국이다. 이것이 사실이다”라며 싱가포르의 외무상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Landler et al. 2010). 그리고 그 무렵부터, “중국의 발전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이제 중국이 일본보다 위라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등 국가 간의 관계를 상하 관계로 의식해 강자에 대한 경의를 요구하는 발언이 중국 고위 관료 수준에서도 자주 등장한다(天児慧 2022).

 

물론 중국의 근린 외교가 레토릭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예로는 마스크나 백신 공여, 심지어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인근 국가에 가져다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한편으로 이른바 살라미 전술처럼 서서히 행동을 확대하여 상대를 압도하려는 방식을 일관되게 채택해 왔다. 그 근간이 되는 것이 힘과 돈을 신봉하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현실주의이고 그것을 말솜씨 좋게 에둘러 표현해 온 것이 선전력이다. 노동자와 농민의 동맹을 기초로 하는 정권을 자처하는 겉모습과 실태의 괴리는 중국의 대외 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Ⅱ. 일본의 대중 정책과 한일 협력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중국을 안보상 위협으로 여기지 않았지만, 중국의 해양 진출이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2010년 센카쿠 해역 어선 충돌 사건과 2012년 일본 정부의 센카쿠 제도 구입에 대한 중국 측의 격렬한 반응 이후, 10년 연속 감소했던 방위비는 2013년 이후 증가세로 바뀌었다(防衛省 n.d.). 2012년 이후 중국 비행기를 대상으로 한 항공자위대의 긴급 출격(scramble) 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読売新聞」 2022). 최근 안보법 정비나 미일동맹 강화가 중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일본에게 중국은 매우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기도 하다. 2021년 중일 무역은 총액이 약 38조 엔(수출 약 18조 엔, 수입 약 20조 엔)에 달해 약 24조 엔(수출 약 15조 엔, 수입 약 9조 엔)에 그친 미일 무역을 크게 웃돌았다. 한편, 미중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어 첨단 기술 분야의 디커플링에 일본이나 한국 등의 기업이 말려드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의 대중 무역은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다. 2021년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5,766억 달러, 대중 수출액은 33% 증가한 1,795억 달러에 달해 수출입액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JETRO 2022).

 

미일동맹 및 한미동맹과 중국이 전략적 경쟁 관계에 빠져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는 협력과 상호 의존이 깊어져 가고 있다. 일본, 한국, 미국, 중국 모두 고도의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간단히 답이 나오지는 않지만 가지 말아야 하는 방향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즉 안보와 경제 어느 한쪽을 위해 다른 쪽을 희생하는 선택은 피해야 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하고 일본 주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함선 및 군용기가 공동 행동을 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안보 긴장의 고조에 직면한 일본이 방위비를 추가 증액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경제의 안정적 발전이 중요한 과제이고, 중요한 경제 파트너와의 경제 교류 제한이 국익 차원에서 유리한 정책이 아님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의 ‘펫 프로젝트(pet project)’의 일환으로 인프라 정비를 통해 동아시아 경제권과 유럽 경제권을 연결하는 일대일로 구상을 내놓고 있다. 2017년 6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개방성, 투명성과 경제성, 프로젝트 실시국의 재정 건전성 확보와 같은 조건을 달면서 이 구상을 평가하고 일본의 협력 가능성을 표명했다(首相官邸 2017). 한편 2016년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구상을 제기했다. ‘일대일로’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모두 그 자체는 실체가 없는 개념일 뿐이다. 비유하면 별자리와 같은 것으로 그 실태는 별, 즉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별자리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그것이 자국이 내세운 조건을 충족할 때 협력하면 된다. 하나의 별을 두 별자리가 공유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물론 일대일로 구상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같이 경제 협력 외에 안보라는 또 다른 측면을 갖는다. 안보 영역에서는 협력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경제 협력 측면에 주목하면 중국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협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아베가 2017년 일대일로 협력을 말한 것에 대하여 중국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협력할 수 있다고 적절한 시점에 시진핑이 말할 수 있다면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2022년 2월 4일 푸틴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발표된 중러 공동 성명에는 인도-태평양이 등장한다(President of Russia 2022). 여기에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매우 경계한다고 적혀 있다. 즉 경계의 대상은 안보에 중점을 둔 미국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일 뿐, 중국은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과의 협력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막대한 인프라 건설 수요를 감안할 때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고 일본과 한국이 프로젝트를 형성하여 함께 운영한다면 많은 나라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를 위해 안보를 희생하고 방어 체제를 훼손하는 것은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또한 중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공통 과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일 간에 심각한 견해 차이나 의사소통의 차질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방이 단독적으로 행동하고 그로 인해 다른 한쪽은 곤란해지는 사태를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레벨에서 빈번한 의견 교환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상당한 인식 격차가 있으며, 그것은 중대한 정보의 차이에 근거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매우 많은 문제들을 지적할 수 있지만, 예컨대 일본이 중국과의 전쟁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큰 오해는 중국 정부 내 고위급 인사나 식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다. 2007년 4월 일본에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는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 정부와 일본 지도자들은 여러 차례 역사 문제에 대해 태도를 표명하고 침략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으며, 피해국에 대해 깊은 반성과 사과를 표명했다. 이를 중국 정부와 인민은 적극 평가하고 있다”고 말해 일본 측의 사과를 받아들임으로써 화해를 향한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中華人民共和国駐日本国大使館 2007).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인식은 매일 접하는 정보에 의해 형성된다. 사실과 다른 정보를 날마다 접하다 보면 반드시 오해가 생기고 그 정도가 더 심각해진다. 대중국 정책 차원에서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기 위해, 한일은 우선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인식의 격차와 정보 격차를 메우는 노력을 하여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동남아시아에 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중국의 부상과 해양 진출로 동아시아에서는 규칙에 근거한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법에 의한 지배를 유지하고 동아시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한일 양국의 국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얀마 군사 쿠데타의 사례를 보더라도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권력 남용을 제한하고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민주주의 체제의 확립이 결국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가 침체되고 사회가 불안정해지는 사태가 확산되면 강력한 권력에 의한 지배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일은 동남아시아의 사회 개발에 관한 협의와 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毛里和子、増田弘 (翻訳). 2004. 『周恩来キッシンジャー機密会談録』. 東京: 岩波書店. 38.

 

防衛省. (n.d.) “防衛省‧自衛隊の『ここが知りたい!』防衛関係費の現状について.” https://www.mod.go.jp/j/publication/shiritai/budget_h26/index.html

 

首相官邸. 2017. “第23回国際交流会議「アジアの未来」晩餐会 安倍内閣総理大臣スピーチ.” https://warp.ndl.go.jp/info:ndljp/pid/11095919/cache.kantei.go.jp/jp/97_abe/statement/2017/0605speech.html (검색일: 2018. 5. 1.)

 

天児慧. 2022. “権威主義的な中国と向き合う 日本は主張の明確化と経済の再生を.” 「毎日新聞」. 1월 19일. https://mainichi.jp/premier/politics/articles/20220107/pol/00m/010/053000c

 

外務省. 2013. “中国国防部による「東シナ海防空識別区」の発表について(外務大臣談話).” 11월 24일. https://www.mofa.go.jp/mofaj/press/page4_000293.html

 

「読売新聞」. 2022. “空自のスクランブル1004回、対中国機が7割…昨年度は情報収集機‧哨戒機の飛行増える.” 4월 15일. https://www.yomiuri.co.jp/national/20220415-OYT1T50263/

 

中華人民共和国駐日本国大使館. 2007. “日本国国会における温家宝総理の演説 「友情と協力のために」.” 4월 12일. https://worldjpn.net/documents/texts/JPCH/20070412.S1J.html

 

JETRO. 2022. “2021年の米中貿易、輸出入額ともに過去最高、半導体の輸入も増加.” 3월 29일. https://www.jetro.go.jp/biz/areareports/2022/8f530d7e9147b49a.html

 

金燦栄. 2016. “中米戦略哲学.” 7월 23일. http://cn3.uscnpm.org/model_item.html?action=view&table=article&id=11268

 

習近平. 2014. 『習近平 国政運営を語る』. 北京: 外文出版社.

 

「新华网」. 2016. “习近平在宁夏考察.” 7월 19일.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16-07/19/c_1119245499_4.htm

 

「观察者」. 2021. “郑若麟对话驻法大使卢沙野: “我们现在外交风格变了, 你们要适应我们的新风格”.” 6월 16일. https://www.guancha.cn/lushaye/2021_06_16_594555_s.shtml

 

Landler, Mark, Jim Yardley, and Michael Wines. 2010. “China’s Fast Rise Leads Neighbors to Join Forces.” The New York Times. October 10.

 

President of Russia. 2022. “Joint Statement of the Russian Federation and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on the International Relations Entering a New Era and the Global Sustainable Development.” February 4. http://en.kremlin.ru/supplement/5770

 


 

[1]  번역하면 ‘친밀, 성실, 호혜, 포용.’ 이것이 시진핑 자신의 발안이라는 내용은, 2014년 전직 중국 정부 관원에게서 들은 말에 의한 것이다.

 

[2]  센카쿠 제도 주변해역에서 중국 해경국에 소속된 선박 등의 동향에 대해서는 해상보안청 홈페이지 참조 (http://www.kaiho.mlit.go.jp/mission/senkaku/senkaku.html)

 

[3]  신화사의 기사에서는 보다 유한 표현으로 편집되어 있다(「新华网」 2016).

 


 

저자: 다카하라 아키오(高原明生)_도쿄대학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및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1988년 서섹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재홍콩 일본국 총영사관, 주중일본대사관, 하버드대학, 베이징대학,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 호주국립대학 등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오비린대학 및 릿쿄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아시아정경학회 회장, 신일중우호21세기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상석객원연구원, 일본국제포럼 정책위원, 국제협력기구 오가타 사다코 평화개발연구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주요 영문 저서로 The Politics of Wage Policy in Post-Revolutionary China (Macmillan, 1992), Japan-China Relations in the Modern Era (공저, Routledge, 2017), “Introduction to the special issue on the comparative study of Asian countries’ bilateral relations with China”, Journal of Contemporary East Asia Studies 10, 2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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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한일관계 재건축

세부사업

한일협력의 미래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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