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은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 (2007년),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 (2012년) 프로젝트를 통해 5년마다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17년 대선의 해를 맞아, EAI는 2016년 6월 23일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를 초청해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9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국민이 주인인 새로운 시대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국가 리더십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의 관건은 선거 과정에 있다. 선거 과정에 입후보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주권자들과 계약관계를 맺느냐가 결정되는 것이 선거 공간이다. 현재까지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의 선거는 그 시대적 과제에 부응해서 지도자를 뽑았는데 이제는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지배 엘리트들이 대중을 어떻게 통치하느냐 하는 지배 방식과 체제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논의하지 말고 민주주의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민주주의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 민주주의 시대의 확고한 약속은 주권자가 주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리더의 관점에서 어떤 사태를 보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선거 과정에서 가능하면 주권자와의 더 높은 수준의 계약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용도와 기능을 약속하기보다는, 가치와 방향을 위임 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용도와 기능은 구체적인 정책 현장에서의 타협의 영역으로써 구체적인 정책 하나하나가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선출직 공직자들이 선거 공간에서 주권자들과 어떤 식의 신탁 계약을 맺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위대한 신탁이 가능하도록 민주주의의 기본 철학인 주권재민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비교정치학이나 기존 정치이론에서 나오는 것처럼 지배 엘리트와 대중과의 관계로서 선거 공간을 보지 말아야 한다. 이 역사와 삶의 현장으로서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들과 신탁을 맺으려는 노력을 하는 정치인들의 자세가 필요하다.

 

 

자치 분권의 나라

 

 

주권재민의 원리를 보다 충실하게 실천하는 방식으로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대부분 중앙집권체제 내의 공적 행정 업무 일부를 지방에 위임하는 형태로 지방자치를 하고 있다. 업무의 권한, 기획, 재정을 중앙정부가 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하청업체에게 맡기듯 지방자치단체에 일부 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국가라는 절대적 존재로부터 발생한 업무를 기관이 수행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국민들이 왜 세금을 내느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왜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국가에 내야 할까? 가장 크게는 침략당해서 목소리를 빼앗기거나, 폭력과 범죄로부터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지 않으려고 세금을 낸다. 시장의 원리나 개인의 책무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공공행정적 수요가 있기 때문에 세금을 내서 공무원을 두는 것이다. 알맞은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주주의 주권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적절한 정부 형태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국가의 주인인 주권자들이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주권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국가 행정에 대해서 주인 노릇을 하게 할 것인가의 관점으로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

 

 

장관, 한 다리 건너의 손님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지위는 약간의 입헌군주적 성격, 미국 대통령의 대표성과 국회의원의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어 굉장히 복잡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구성이 명확하지 않다. 그 중 가장 핵심은 대통령 통치력의 최고도화를 위한 수단이 청와대에 있다. 법과 제도, 의회와 민주주의 여론 정치를 뛰어 넘어서 국가 어젠다를 끌고 갈 수 있는 파워라고 하는 의미로서의 통치력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국가를 효과적으로 끌어가 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현재의 우리 대통령제를 만들어놓은 이유라 하겠다. 대통령이 어떠한 리더십을 구사할 것이냐에 따라서 청와대 비서실은 그 체제가 바뀐다. 가장 믿을만한 방안은 유능한 내각을 구성하고 장관들과 대통령이 좋은 파트너십을 형성해 청와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이상적 파트너십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지금처럼 비서들이 나서서 감시자(watchdog) 역할을 하게 된다. 청와대 비서실 문제를 보건대, 대통령이 현재의 헌법 내에서 어떠한 지위를 형성할 것이냐에 대한 본인의 리더십 성격이 청와대의 비서실의 모습을 절대적으로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파트너십을 형성하려면 내각이 정치적 파워게임의 결과에 따라 구성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통령이 어젠다에 대해서 각 부처와 맺는 관계의 방식에 있어서 각 부처 장관들과 충분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대선 때 캠프를 짜서 갑자기 정책자문단을 구성해서 몇 차례 자문을 받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어떤 정향성을 가지고 서로 간의 가치나 방향에 대해서 공유해야 한다. 이 공유하는 틀이 정당이다. 정당이 이 공유의 틀들을 통해 워싱턴의 싱크탱크나 전문가처럼 소통을 하고 호환성이 있어야 서로를 믿고 맡긴다. 그런데 이러한 네트워킹 과정이 없기 때문에, 모든 대통령의 집권은 허약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참모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몰라 답답할 때가 있다. 의중을 잘 파악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커지다 보면 청와대 비서실의 권력이 세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장관들은 한 다리 건너의 손님이 되고 내각의 수행능력, 기획능력이 저하된다.

 

 

고시제도: 공정하지 못한 사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머리 좋고 뛰어난 엘리트들이 모두 공무원시험 한 곳에 몰리고 있는 구조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그 좁은 공간에 많은 기회가 있다고 사람들은 믿고, 또 거기에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그 좁은 문에 다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력, 지연, 부와 같은 것을 통해서 사람들이 공정한 대우를 못 받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벌면 학벌을 더 얻으려고 하고, 자식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각자 자기 삶의 보람과 긍지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다 불공정으로부터 억울함을 당하지 않기 위한 출세를 먼저 생각한다. 이 구조를 깨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빈부나 계급이나 출신이나 이런 것과 상관 없이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 능력과 소질을 가지고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고 이를 담보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좁은 문에 들어가서 공무원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갖도록 공정한 사회의 길을 주어야 한다.

 

 

정당의 역량 강화

 

 

국회 사무처나 국회 스텝들의 역량이 축적되어야 한다. 정당은 정당대회를 통해서 당권 경쟁이 붙을 때마다 각료들이 바뀌고, 의원들과 스텝들의 관계는 거의 주종관계처럼 되어있다.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대통령 후보자는 자기 조직을 만들기 위해 당을 지배하거나 대한민국을 지배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캠페인 조직을 만드는 것과 당과 국가를 지배해서 자기의 조직을 만드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대통령 출마자가 집권의지와 그 포부를 위해서 자기의 모든 사재와 정치자금을 동원해서 정당을 꾸려가야 하는 것이 한국 정당의 모습이었다. 대통령 출마자는 자신의 선거 운동 베이스 캠프로서 정당을 생각한다. 정당 후보자라고 한다면, 자기의 참모조직을 만들어서 정당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일원으로서 정당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은 본인의 팔을 가지고 국가를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국가의 틀 내에 자신이 들어간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관료조직도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고, 정당 조직도 자기 나름의 뿌리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가 바뀔 때마다 정당도 바뀌는 것이다.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선캠프 사무국장, 민주당 노무현 후보 비서실 정무팀장, 민주당 최고위원을 거쳐 충청남도지사를 역임했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토론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김재일 단국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박원호 서울대 교수
박형준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성균관대 교수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한규섭 서울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한정훈 서울대 교수
배진석 EAI 수석연구원
김보미 EAI 선임연구원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민주주의 협력

대통령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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