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 (2007년),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 (2012년) 프로젝트를 통해 5년마다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17년 대선의 해를 맞아, EAI는 2016년 3월 14일 김상협 우리들의 미래 이사장(KAIST 경영대학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을 초청해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2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무엇이 대통령의 성공조건인가? 불분명한 정의

 

지지율이 높은 대통령, 인기가 많은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인가? 업적과 인기가 비례한다면 좋은 잣대가 될 텐데 과연 그런 것일까? 당장은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미래를 내다보고 일을 한 대통령은, 그래서 지지와 인기를 잃어버린 대통령은 과연 실패한 지도자일까? ‘어젠다 2010’을 통해 인기 없는 정책을 고수하다가 선거에는 지고 말았지만 ‘독일병’을 고친 것으로 평가되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과연 실패한 대통령일까? 의외로 대통령의 성공을 정의하는 기준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권력의 물리적 측면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각축과 갈등에 초점을 두어온 언론과 일부 학계의 속성 때문이다.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일을 과연 얼마나 성취했으며, 이것이 나라와 국민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 성취가 해당 정권의 임기에 그치지 않고 계승되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느냐가 평가의 기준으로 추가되어야 한다. 이른바 역사적 유산으로 공공재를 남겼느냐의 여부로 대통령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성공을 가로막는 5가지 장애물

 

대통령의 성공을 어렵게 만드는 외부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을 권력자로 보려는 시각이 만연해 있다. 야당, 언론,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목격하고 체험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밖에서 보듯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막강하지 않았다. 인사권이나 예산편성, 국가 의제 설정 등에 대통령이 행사하는 권력도 실제로는 수많은 견제와 압력 속에서 이뤄졌다.
둘째,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허구적 레토릭이다. 노무현 정부 이래 대통령직(presidency)의 권위는 실추한 반면 국회권력은 제왕적 국회(imperial congress)라고 불릴 정도로 커졌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특히 야당에 대한 협상능력을 상실한 현직 대통령이 입법처리를 호소하며 ‘서명정치’로 거리에 나서게 하는 촌극을 만들었다. 관료와 이해집단의 힘은 조용하지만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셋째, 시한부 정권의 한계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단임제적 속성은 경제기획원의 폐지와 함께 필연적으로 국가정책의 ‘단기주의’를 불러왔다. ‘과객정권’의 한계를 간파한 정치권과 관료집단, 재벌과 노동계 사이에 현상유지에 관한 묘한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이다. 국정운영에 관한 학습과 축적, 계승발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와 선거 주기의 불일치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연임에는 제한이 없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는 세 번 연임에 12년이 보장되어 있다. 이로 인해 대통령과 여권 정치세력의 안정적 제휴는 제도적으로 방해 받고 있으며, 선거 유불리에 따라 오히려 집권세력에게 원심력을 부추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과를 불문하고 직전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 차별화 혹은 폄하 신드롬이 대통령의 성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심지어 처벌의 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전직 대통령의 활동공간을 봉쇄하거나 무시함으로써 대통령직 자체에 대한 존중을 차단하고 국정운영의 경륜을 사장시킨다. 결국 현직 대통령이 재직기간 중 ‘임기 후’를 염두에 두게 함으로써, 국정에 매진하는 노력을 분산시킨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인색한 평가, WHY?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다만 국제사회의 평가보다 국내 평가가 인색한 것은 사실이다. 취임 첫 해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성과도 국내에서는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알다시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이다. 대통령에 취임해서도 국정운영보다 국가경영이라는 표현을 내심 선호했다. 기업가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한다. 일에 몰두해 난관을 뚫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 기업가의 덕목이다. 다만 ‘웨스트 윙’(West Wing) 의 대사에 나오듯, 정치에는 ‘사실 그대로의 세계’ (what it is)와 ‘그렇게 보이는 해석의 세계’(what it looks like)가 엄존한다. 이명박 정부는 후자 측면의 국정운영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기업가적 정치 수완의 필연적 결과일지 모르겠으나, 결과에 치중하다 보니 프로세스 관리에 미흡했다는 자성이 든다

 

소통을 통한 협치 거버넌스 부재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4대강 사업은 그 규모나 중요성에 비해 사업목적과 방법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의견수렵 과정이 부족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완료 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듯이, 4대강 사업도 완료된 후에는 국민들이 이를 제대로 평가할 것이라는 결과지향적 사고가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공권력이 지배하던 시절은 효율과 결과가 모든 것을 압도했지만, 87년 체제 이후 이른바 절차적 민주주의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이른바 소통의 문제로 지불한 비용은 실로 컸다. 홍보를 열심히 했지만 일방에 그쳤다. 경청과 협치의 거버넌스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수위 당시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국정홍보처를 폐지하고 청와대 출범 초기에 시민사회 담당조직을 별도로 두지 않은 것은 이 점에서 뼈아픈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재등용을 통한 정치적 저변구축 미흡

 

이명박 정부가 성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렇게 보이는 해석의 세계’를 위한 정치적 저변 구축이 상대적으로 미흡했기 때문이다. 즉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적 인적 자산 양성을 등한시했다. 국회야말로 대통령의 성공을 돕거나 방해하는 가장 막강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는 국회에서 활동할 인재를 키우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대통령이 일을 열심히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설득과 옹호의 인프라 구축도 그만큼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이명박정부는 해석 혹은 평가의 세계에서 불리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미래전략과 정책의 지속성: 녹색성장의 경우

 

직접 담당했던 일을 사례로 정책의 지속성 문제를 얘기하고자 한다. 국정기획수석실 미래비전비서관으로 내게 부여된 본격적 임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국가비전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건국60주년 기념사업단 설치와 더불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를 설립하고 글로벌 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당시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고질적 문제는 대략 세 가지로 집약되었다.
첫째, ‘한강의 기적’이 끝난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둘째, 정파간 갈등의 심화 속에 단임제가 고착화되면서 단기 업적주의에 편승해 중장기 미래전략의 토대가 실종되었다는 점, 셋째, 공산품 수출을 비롯해 한국의 하드파워는 상당 수준에 올랐지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과 입지는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 새로운 국정운영의 기술(statecraft)이 필요했는데 동시대 최고의 도전으로 다가온 기후변화는 이를 위한 절호의 소재로 인식되었다. 기후변화는 분명 커다란 위기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 좌우를 가리지 않는 초당적 이슈이며 중장기적 대책을 필요로 한다는 점,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한다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 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기후변화라는 네거티브 어젠다를 녹색성장이라는 포지티브 어젠다로 전환해 국정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린 배경이다.
국제사회의 트렌드는 녹색성장이다. 하지만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바뀌면서 녹색성장은 금기어 비슷한 존재가 되었다. 녹색성장 추진의 요체인 녹색성장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에서 총리실 소속으로 격하되어 유명무실해졌다. 미국 외교협회(CFR) 한국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현 정부에 의해 격하되고 있는 점을 들어 “이전 정권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은 거미줄을 치게 될 운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국정의 축적은커녕 단절을 제도화한 현재의 국가 거버넌스 체제가 계속되는 한 역사에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성공한 대통령은 불가능하다.

 


 

김상협 사단법인 우리들의 미래 이사장(KAIST 경영대학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은 SBS 미래부장,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공동단장, 대통령실 미래비서관,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을 거쳐 대통령실 녹색성장기획관을 역임했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토론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김재일 단국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박원호 서울대 교수
박형준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성균관대 교수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한규섭 서울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한정훈 서울대 교수
배진석 EAI 수석연구원
김보미 EAI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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