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등장 이후 불과 넉 달. 노무현 정부는 이미 ‘레임덕’의 문턱을 넘었다는 냉소적 평가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참여정부는 이대로 실패한 역대정권의 전철을 되풀이할 것인가? 노무현 정부가 직면한 딜레마의 성격과 그 국면전환의 가능성을 생생한 여론조사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예측해본다.

<노무현 정부의 딜레마와 선택>은 동아시아 연구원(EAI)의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정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년에 발간된 <대통령의 성공조건Ⅰ,Ⅱ>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앞의 두 권의 책이 전직 고위 국정 담당자의 경험과 전문가 집단의 정책적 연구를 집약함으로써 역대 정권의 실패의 원인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무엇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사회 전반과 각 분야별 국민 정치의식의 실태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둔 듯하다. 주요 현안 중심의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국민들이 참여정부에 기대하는 국정운영 방향과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별 아우르는 75개 문항의 설문조사 분석결과를 제시하는 일종의 방대한 자료집이다. 특히 주요 쟁점별로 22개 공통문항을 설정하여 여론 주도층 339명을 별도로 조사한 점은 그 자체로 이 책이 담고 있는 자료적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불과 참여정부 출범 넉 달 만에 국정전반이 표류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독자들이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강원택, 김민전, 이근, 이내영, 이숙종 등 중견학자들이 예견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딜레마와 그 해결을 위해 제시하는 정책적 대안에 있다. 저자들은 국민들이 노무현정부에 대한 거는 기대의 종착지는 ‘개혁’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각 영역별, 쟁점별로 국민여론이 분화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대북정책, 한미관계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여론이 뚜렷하게 양극화되어 있는 반면, 정치개혁, 경제개혁 분야에서는 대체적으로 국민적 합의가 존재하며,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여론주도층과 일반국민 여론간의 심각한 간극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렇게 분화된 국민여론 및 여론주도층과 일반국민간 여론의 균열이야말로 참여정부가 직면하게 될 딜레마로 제시된다. 이러한 딜레마에 대해 저자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원칙적이면서도 실용적이다. 그 핵심은 국민적 합의가 존재하는 정치개혁 영역부터 과감하게 추진하는 한편, 여론의 양극화가 뚜렷한 분야에서는 신중한 정책선택과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는 동시에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라고 주문한다.

개혁과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추구되고 있는 각종 이익정치와 개혁에 대한 저항이 얽혀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현시점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국민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기대와 우려, 각종 정책들에 대한 여론의 향배를 다시금 주의 깊게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리라 본다. 이는 비단 국정을 담당하는 정책담당자나 관련 전문가 뿐 아니라 한국 정치에 관심과 기대를 갖는 일반국민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해결의 실마리와 함께 국정쇄신의 방향과 원칙을 세울 수 있다면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는 아직 막 내리지 않아도 될 듯싶다. 실패를 운운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

-보도자료 전문은 첨부 파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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