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1대 총선 이후 선명해진 보수 균열 현상과 보수가 직면한 과제를 분석한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의 워킹페이퍼가 발간되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에서 저자는 총선 기간 내내 보수가 내세웠던 ‘정권심판론’이 왜 유권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야당심판론이 작동했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을 진행합니다. 저자는 코로나19 사태와 공천파동으로 대변되는 야당의 명백해 보이는 패인보다 2016년 총선과 촛불/탄핵국면에서 등장한 이탈 보수층의 복원을 어렵게 한 딜레마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저자는 보수가 예전의 경쟁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정권심판론’의 이분법적 접근법에서 탈피하여 자성과 혁신을 통해 이탈보수층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합니다.

 


※ 아래는 본 워킹페이퍼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하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I.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21대 총선

21대 총선 결과는 무엇보다 정가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던 “정권심판론”의 도식이 사실 현실적 근거가 없는 허상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역대 총선에서 야당은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견제론(balancing)’을 내세우거나 정부여당의 실정을 처벌하자는 ‘정권심판론(punishment)’을 전면에 내세워왔다. 반면 여당의 캠페인은 주로 정권심판론의 점화를 차단하기 위해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안정론을 내세우거나, 지역발전론으로 맞서왔다...21대 총선도 국정안정론을 내세운 여당과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제1야당 간의 양당 구도로 치러졌다...결과는 야당이 기대했던 정권심판론 대신 국정 안정을 선택한 여론이 다수였고, 제1야당이 심판받는 결과를 낳았다.

 

II. 왜 정권심판론은 점화되지 않았나?

1. 임기 중 선거=중간평가=정권심판론 도식은 착시 

선거 2~3일을 앞두고 ‘여당의 개헌선 저지’를 위한 읍소전략으로 캠페인 노선을 수정하기 전까지 제1야당은 물론 일부 언론에서는 ‘중간평가=정권심판론’ 도식을 맹신했다. 일종의 철의 법칙처럼 작동하는 묻지마 현상으로 이해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이후 총선 결과를 보면 중간평가=정권심판론 도식은 역사적 근거가 없는 착시의 결과다...역대 선거사례를 보면 정권심판론 도식은 총선보다는 지방선거 결과를 설명하는 데 적합한 설명모델이다...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임기 중반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작동한다는 믿음은 지방선거에서 누적된 정권심판의 기억이 확증편향으로 작동하여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귀결된 결과로 볼 수 있다.

2. 21대 총선의 구도: 이전 여야 동시심판론 야당심판론 급증, 제3당의 고전

21대 총선에서 ‘야당심판론’이 유례없이 압도했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권력을 쥔 여당이 캠페인 전략으로서 야당심판론을 주장하는 것은 어폐가 있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정권을 심판할지, 밀어줄지의 문제와 별개로 야당을 심판할지, 밀어줄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 “정권심판 찬성=야당 지지”로 등치 해온 기존의 이분법적 분석틀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이미 한국 유권자의 상당수가 정부여당에 대한 판단과 야당에 대한 판단을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여야를 모두 심판해야 한다는 동시심판론이 제3당 돌풍을 만들었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정권에 대한 심판보다 야당에 대한 심판을 우선하는 일방적 야당심판론이 우세한 결과 여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는 것이다. 

3. 야당심판론이 작동한 핵심 원인: 스윙 보수의 복원 실패

사실 여당 우위의 선거구도가 유지되고 야당심판론이 작동한 것은 미래통합당 스스로 자초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미래통합당의 기대대로 정권심판론이 점화되지 못한 데에는 선거 경쟁의 기본적인 힘의 분포를 보여주는 정당 지지율에서의 열세가 작동했다. 보수정당의 열세는 과거 35~40%를 오갔던 소위 ‘콘크리트 보수층’이 촛불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 새누리당 지지자 중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 지지로 잔류했던 ‘잔류보수(consistent conservatives: CC)’와 ‘이탈보수(swing conservatives: SC)’로 균열한 데에서 비롯된다. 탄핵을 거치며 10%대에 머물던 보수정당 지지율이 문재인 정부 들어와 일부 복원되어 20%대까지는 상승하였지만, 과거 콘크리트 보수정당 지지층을 온전히 복원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III. 보수정당의 복원 과제와 딜레마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불면 스윙보수층의 결집은 물론 중도층의 동참까지 내심 기대했겠지만, 샤이 보수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과 자기 혁신 없는 맹목적 정권심판론만으로는 보수의 ‘온전한’ 재결집은 어렵다는 것이 재차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미래통합당의 보수복원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안보이념 기반의 선명성 노선에서 탈피하여 탄핵 포지셔닝을 분명히 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태극기 부대와의 명확한 관계설정이 필요하다. 셋째, 대안세력으로서의 품격을 회복하기 위해 ‘발목잡기’, ‘이념과잉’, ‘막말정치’의 3대 이미지에서 탈패해야 한다. 결국 이탈 보수층이 이탈했던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이에 대한 변신 노력을 통해 이들이 돌아올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IV. 맺으며: 기로에 선 보수정당과 선택

이번 총선 과정에서 미래통합당의 패인으로 지적되는 ① 반대를 위한 반대 정당 이미지 ② 자기 혁신보다 통합 우선 ③ 거친 막말 파동 등의 모습은 이번에 압승한 여당이 야당 시절 총선에서 연패하는 과정에서 보였던 모습들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현 집권세력도 한 때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고, “반새누리당 연대/통합”에만 매달리면서 정작 신뢰할만한 대안정당 이미지 구축에 실패하면서 2012년의 경우에는 60~70%가 넘는 유권자들이 MB정권 심판론에 동의했지만 정권교체에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집권당의 흑역사로 치부되지만, 사실 불과 10년도 안 된 이야기다. 2년 후 보수정당이 어떤 모습으로 대선에 임하고 있을까? 반면 현 보수정당은 2004년 탄핵 역풍 과정에서 당을 혁신하고 흩어진 지지층을 재결집하며 보수 복원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04년 보여준 자신들의 위기극복 모델을 되살리는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상대 당이 ‘패배하는 야당’에 익숙해졌던 야당 시절의 전철을 밟을지 그 선택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저자: 정한울_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전문위원.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외교안보센터 부소장, 사무국장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선거와 세대정치, 국가정체성과 안보인식, CSR 분야 조사연구 등이다. 주요 논저로는 《20대 남자》, 《보편적 기본소득제에 대한 한국인의 정책선호》, 《한국인의 ‘신안보’ 인식: 변화와 지속성》, 《한국 사회의 ‘갑질’ 문화에 대한 경험적 연구》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윤준일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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