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중국연구패널 보고서 No.7

 

저자

한석희(韓碩熙)_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하고 미국 Fletcher School of Law and Diplomacy, Tufts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하였다. 중국사회과학원 아•태 연구소 객원연구원, 중국 베이징 대학교 정부관리학원 강의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주요 저술로는《후진타오 시대의 중국 대외관계》, “중국의 다극화전략, 다자주의외교, 그리고 동북아시아 안보”, “6자회담의 침체와 중국의 딜레마”, “Alliance fatigue amid asymmetrical interdependence: Sino-North Korean relations in flux” 등이 있다.

 

 


 

 

I. 서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Global Financial Crisis)는 중미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는 사건이었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부실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 Inc.) 등 세계적 금융사의 부실 도산으로 이어졌고,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 부족과 신용경색을 유발시키면서 전 세계 실물경기 침체로 확산되어 갔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해오던 미국은 세계금융위기로 자국의 경제역량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발전을 위한 포괄적 리더십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 반면,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자국의 국가역량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 영향력과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부상(rise)과 미국의 쇠퇴(decline)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왔으며, 특히 국제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을 미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G2" 또는 차이메리카(Chimerica) 라는 개념으로 발전되어 왔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양국 간의 협력 및 상호의존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갈등과 경쟁을 심화시켜오고 있다. 그 예로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2009년 11월) 이후부터 중미 양국은 다양한 이슈를 대상으로 상호간의 힘겨루기를 시도해 오고 있으며, 이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 기후변화협약, 인민폐 평가절상 및 남중국해 지역갈등,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갈등과 경쟁의 결과로 나타난 미국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II)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회귀”(return to Asia) 전략(2011년 11월)은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자극하고 있으며 이러한 양국 간의 갈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 서구의 학자 및 언론들은 이러한 양국 간의 갈등원인을 “중국의 反서구적 反외세적 민족주의” 또는 “중국의 외교적 자만(overconfidence)과 국내적 불안이 결합된 오판(miscalculation)”에서 찾고 있는 반면, 중국의 매체에서는 대부분(55%)의 중국인들이 현재의 중미관계를 “‘신 냉전’의 전조”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몇몇 학자들을 인용하여 중국에 대한 미국의 행위를 응징해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논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Sheridan 2010; Pomfret 2010; Nye 2010;〈环球网〉2010/02/02).

 

물론 탈냉전기 중미관계가 협력과 갈등의 교차적 동시적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왔다는 점을 놓고 볼 때, 현재의 중 미관계도 표면적으로는 협력-갈등의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위에 나열했던 중미간의 다양한 갈등이슈들도 지난 30년간의 양국관계를 검토해 볼 때, 새롭게 나타나는 이슈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나타나고 있는 중미관계에 관심이 집중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국관계가 향후 국제질서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속적인 부상과 좀 약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세계의 패권국으로 남아있는 미국과의 관계는 확실히 미래 세계질서 형성의 핵심요소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중미관계에 관심이 집중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재의 중미관계를 과거와 비교해 볼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변화가 중국의 상대적 국력신장에 따른 중국의 대미인식 변화와 중국의 대미태도의 변화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자국의 강대국화에 따른 자신감을 반영하여 대내적으로는 중국공산당 지도력의 정당성을 재확인하고 대외적으로는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강화해 오고 있다. 중국의 국력신장에 따른 이러한 태도변화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의 패권이 침체를 겪으면서 보다 명확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갈등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갈등 관계를 분석하고 향후 국제질서 형성에 핵심적인 요소인 양국관계 설정에 대하여 이론적인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II. 중미관계에 대한 이론적 접근

 

현재의 중미관계는 미래의 국제질서를 결정짓는데 가장 핵심적인 결정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중미관계는 평가자의 입장과 견해에 따라 다양하게 분석되고 있으며, 따라서 미래의 국제질서도 상당한 불확실성 속에서 예견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 속에서 좀 더 명확하고 현실적인 분석을 위해서는 이론적 접근법을 수용하는 것이 낙관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많은 학자들과 분석가들이 양국관계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또 그 방향에 가장 중추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과 주장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론적 분석은 현실을 보다 더 적실성 있게 설명해줄 수 하나의 도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관계를 설명하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이론적 분석은 현실주의(realism), 자유주의(liberalism), 그리고 구성주의(constructivism)로 나누어볼 수 있으며, 이를 중 미관계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적용시켜 보았을 때, 각 각의 이론적 접근은 나름대로의 영역에서 미래의 중미관계에 대하여 서로 다른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각 각의 이론에 향후 중미관계에 대한 낙관적 예측과 비관적 예측이라는 2개의 변수를 적용시켰을 때, 중미관계의 미래를 분석하는 이론적 설명은 다음의 6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비관적 현실주의(realist pessimists); 낙관적 현실주의(realist optimists); 비관적 자유주의(liberal pessimists); 낙관적 자유주의(liberal optimists); 비관적 구성주의(constructivist pessimists); 낙관적 구성주의(constructivist optimists). 프리드버그(Friedberg, Aaron L.) 교수는 이 6개의 변수를 가지고 중미관계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바 있다. 이 글은 프리드버그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중미관계의 미래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현실주의적 접근(realist approach)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모든 국가는 국제사회를 무정부 상태(anarchy)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의 공통된 목표는 생존(survival)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모든 국가들은 힘(power)을 추구하며 그 힘만이 자국의 생존을 지켜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중미관계에 적용시켜보면, 비관적 현실주의자(realist pessimists)들은 중국의 부상(rising)이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향후 중미관계가 심각한 안보경쟁에 휘말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전쟁 발발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부상하면서 주변국과의 국력격차를 더욱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중심의 지배권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안보딜레마를 기반으로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의 지배권을 구축한 상태에서 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이 지역에서 퇴각시키려고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낙관적 현실주의자(realist optimists)들은 전제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비관적 현실주의와는 달리 중국이 자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힘이 제약되어 있고 패권의지도 약하여 상대방의 진의를 의심하면서 군비를 확대하는 안보딜레마가 심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이 강조하는 점은 인식적 오인(misperception)에 의한 갈등유발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선 탈냉전기 동아시아 국제관계는 필연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양극체제이고, 이들 국가들은 모두 핵 보유국이며, 동아시아의 특수한 지정학적 요인 등이 모두 안보딜레마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Goldstein 1997, 70). 왈츠(Kenneth N. Waltz)에 의하면 양극체제일 때가 가장 안정적인 체제라고 알려지고 있으며, 핵 전쟁은 그 성격상 공도동망(共倒同亡)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쟁 발발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특성상 미국은 해양세력이고 중국은 대륙세력이기 때문에 각자의 영향권이 겹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따라서 상대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중국의 국력에 대하여 저력은 있으나 아직까지 미국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즉 이들은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하여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높지 않은 주장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중국 사회 내부의 불안정성 및 정치적 비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따라서 중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 또는 팽창은 이러한 사회 정치적 요인에 의하여 방해를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부상하는 중국의 발전목표가 국제질서의 틀을 바꾸려는 혁명적인 성격이라기보다는 현존 국제체제 내에서 자국의 역량 및 영향력을 제고시키려는 의도가 강한 수정주의적(revisionist) 성격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즉 이들은 중미관계에서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세력전이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중국을 현존체제 유지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2. 자유주의적 접근(liberal approach)

 

자유주의적 접근은 중미관계를 경제적 상호의존(economic interdependence), 국제체제를 통한 제도주의(international institutions), 민주화(democratization) 이라는 변수를 통하여 접근하는 이론적 틀로서 상호의존적 경제발전이 중국을 보다 협력적인 국가로 변화시키고 양국관계를 평화적으로 지속시킬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양국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낙관적 자유주의자들(liberal optimists)은 중국과 미국이 국제체제를 통한 접촉을 증가해 감에 따라 양국 간의 상호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고 신뢰감이 증진되며, 상호간의 오해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자들은 민주화는 평화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민주화와 관련하여 낙관적 자유주의자들은 중국의 향후 민주화에 대하여 낙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법치주의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발전은 결국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결국 중국의 정치자유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중국이 개혁 개방을 심화시켜감에 따라 민주화 과정도 이미 일정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개방화와 경제발전이 고도화됨에 따라 중국 내부의 중산층(middle class)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정치적 민주화의 핵심적인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중국의 근대화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중국은 반드시 민주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계속)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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