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중국연구패널 보고서 No.6

 

저자

서봉교(徐逢敎)_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중국경제, 중국금융 담당).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삼성금융연구소 해외사업연구팀 수석연구원(중국금융 담당), L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중국 경제 담당)을 역임하였다.

 

 


 

 

Ⅰ. 서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중국은 기존과는 달라진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에 직면하였다. 위기 이전 중국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방식을 채택하면서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이런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던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위기 이후의 달라진 세계경제 환경에서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제관계 변화는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고, 미국의 역할 축소와 중국의 역할 확대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향후 두 나라의 경제관계가 어떤 형태로 변화 발전할 것인가는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보다 긴밀해지고 경제적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그와 반대로 위안화 문제 등에서 갈등관계가 심화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향후의 변화 방향성을 전망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관계 중에서도 특히 금융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국의 변화된 경제환경과 이에 대응하여 실시한 경제정책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의 변화 방향성을 전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금융분야를 크게 외환이나 통화정책 등의 거시금융 분야와 금융사들의 영업활동과 관련된 미시금융 분야로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렇게 거시적인 측면과 미시적인 측면을 나누어 살펴보는 것은 중국과 미국이 표면적으로 갈등 또는 대립 관계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내부적으로 협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석 및 전망을 제시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Ⅱ. 거시적 측면의 변화

 

1. 금융위기와 글로벌 불균형과의 관계

 

위기 이전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기본적으로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이었다. 중국정부는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토지가격 등의 생산요소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하였고 환율 등의 정책도 수출에 유리하도록 추진하면서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을 추구하였다. 80년대 말의 천안문 사태로 인해 극도로 침체되었던 국내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90년대 들면서 국제분업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편입하였고 수출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였다(스타인펠드 2011).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 공식적인 위안화 환율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동반한 단일환율 제도로의 개혁이 1994년에 단행되었고, 중국을 제조업 생산기지로 활용하려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각종 제도개혁이 추진되었다. 특히 2001년 WTO 가입 이후 중국의 수출은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국의 성장을 견인하였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000년대 들면서 20%로 높아지기도 하였다.

 

[그림1] 중국의 성장률과 수출 증가율 추이 (단위 %)

 

자료 : 통계연감

 

중국의 수출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체 수출 중 미국에 대한 수출은 20%에 달하고 있고 홍콩(15% 수준)에 대한 수출 중 상당부분도 미국과 유럽으로 재수출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선진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선진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90년대 이래 “글로벌 불균형”의 균형이라는 국제경제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저임금의 노동력과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을 바탕으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었고, 미국과의 무역흑자를 통해 대량의 달러를 확보하였다. 반면 미국은 저렴한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으로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었고,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하였기 때문에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중국의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은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유럽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수출은 급감하였고 2009년에는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40.6%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글로벌 불균형을 가능하게 했던 달러 리사이클링(還流) 구조(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유출된 달러가 경상수지 흑자국의 미국 금융자산 투자로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미국경제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신뢰가 약화되면서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였다.

 

[표1] 세계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와 수출의존도

 

자료 : KOSIS

 

2. 위기 직후 중미 거시금융 분야의 협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거시금융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은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해 상당한 수준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보이는데 하나는 글로벌 차원의 경기부양정책에 동조한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위안화 환율 절상속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 글로벌 신용경색을 완화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전세계적인 확장적 통화정책이 실시될 때 중국 역시 확장적 통화정책과 대규모 경기부양정책을 실시하였다. 이는 중국이 기존에 추진하던 긴축적 통화정책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2006년 이래 경기과열과 물가상승을 억제한다는 쌍방(雙防)정책을 채택하였고 2006년부터 예금과 대출금리를 빠르게 높이기 시작하였다. 예금금리의 경우 2.25%에서 2007년 12월 4.14%로 상향조정하였다. 이는 2006년과 2007년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12.7%와 14.2%로 과열 양상을 보였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4%대로 높아지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7월에는 경제정책 기조를 성장유지와 물가억제(一保一控)로 2008년 10월에는 다시 성장유지로 정책기조가 변화되었다. 2008년 11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는 재정정책을 온건에서 적극으로, 통화정책을 총체적 긴축에서 “적절한 느슨함”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이장규 외 2010). 이에 따라 은행금리를 하향조정하기 시작하였고, 2008년 12월에는 다시 2006년 이전 수준인 2.25%까지 인하하였다. 이자율 조정 이외에도 대규모 내수확대를 위한 경기부양 정책 이 추진되었고, 통화량(M2)도 빠르게 늘어났다...(계속)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무역·기술·에너지 질서의 미래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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