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Governance Studies Working Paper No. 3

 

저자

이곤수(李坤洙)는 동아시아연구원 거버넌스연구팀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I. 서론

 

정부신뢰는 정부의 주요 동력이며, 좋은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한 불가결의 요소이다. 복잡한 정책 환경 속에서 정부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새로운 정책을 설계하는 것보다 그 정당성을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신뢰의 상실이나 하락은 정부와 시민 간의 협력비용을 증가시키고 정책과정에 있어 장애를 초래함으로써 낮은 정책성과 혹은 정부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과 정부 간의 신뢰 구축 없이 정책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또한 부실한 정부성과나 정부실패는 다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증가시킴으로써 정부실패의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신뢰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 있다.

 

정부신뢰의 하락 문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중요한 이슈이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 20년이 경과하고 있지만, 지방정부는 심각한 ‘신뢰의 위기’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의 전횡, 비리와 부패, 비효율적 재정운영, 파산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고, 초기부터 문제가 된 지방의회의 무능과 부정은 아직까지 개선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어 심각한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지방정부에 대한 신뢰 감소는 지방자치 자체에 대한 회의론과 무용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차원에서도 정부신뢰의 문제를 체계적이고 엄밀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지만 정부신뢰에 관한 연구들은 대부분 중앙정부나 국가 수준에만 치중되어 있어 지방정부 차원의 신뢰연구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지방정부의 신뢰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경우에도 사회자본이나 로컬 거버넌스의 일부분으로 논의될 뿐이다. 이러한 문제인식 하에서 본 연구는 지방정부신뢰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정부신뢰의 원천에 주목하여, 많은 선행연구들에서 검증된 “정부신뢰는 정부성과의 함수”라는 명제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그런데 문제는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의 신뢰 원천으로서 정부성과에 대한 측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신뢰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주로 경제적 성과와 외교적 성과 등이 중앙정부의 신뢰와 지지의 기반으로 강조된다. 그렇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이와 같이 중앙정부와 같은 성과를 구분하기 쉽지 않거니와 그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과 평가를 측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경제적 성과의 경우에는 지역의 경제성과와 국가의 경제성과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지역경제성과에 대한 책임의 귀속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분산된다. 또한 지방정부 특성인 종합적 행정서비스 제공의 측면을 감안한다면, 지방정부의 성과는 특정 정책의 평가보다는 종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개별적 정책이나 행정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고객집단이나 이해집단의 차원에서는 의미를 가지지만, 전반적인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와는 괴리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특정한 영역의 정책성과보다는 지역적 차원의 종합적 성과지표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역의 ‘삶의 질’은 유용한 지방정부의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지방정부의 궁극적 목적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며, 지역의 삶의 질 여건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지방정부의 정책과 행정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평택시의 사례로 하여 ‘삶의 질’의 관점에서 지방정부의 정책성과와 정부신뢰 간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평택시의 지역적 삶의 질 여건에 대한 평택시민의 평가적 인식이 시정부에 대한 신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그 함의를 논의한다.

 

II. 이론적 배경

 

1. 삶의 질과 지방정부

 

삶의 질(Quality of Life)이라는 용어는 일상적으로 광범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학자들 간에 분명한 개념적 합의는 없는 실정이다. 그것은 삶의 질 개념 자체가 모호성과 개념화에 관련된 다양한 의문들이 존재하고, 특히 삶의 질 연구들이 대부분 엄격한 개념 정의 없이 실용적 목적으로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송건섭•권용현 2008, 87-88). 무엇보다 삶의 질이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절대개념이기 보다는 한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의 수준과 사회구성원의 가치관과 관심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상대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학자들 간에 다양한 개념정의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이영균•김동균 2007, 225). 지역연구에서는 흔히 삶의 질을 공동사회의 주민들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장소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 만족감과 행복감에 근거하는 것, ‘살기 좋음’으로 파악하며(박철민•송건섭 1999; Meyers 1987), 특정 지역이 제공하는 상황적 여건과 이를 인식하는 개인의 욕구와 기대의 결합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이해된다(Pavot and Diener 1993).

 

여기에서 삶의 질 여건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특히 행정의 최 일선에 있는 지방정부는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며,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에 각 지방정부는 지역실정에 따라 다양한 지역발전사업을 통해 지역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의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역량’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생활환경과 자연환경 등 다양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삶의 질’을 지역발전의 맥락에서 “특정 지역의 사회적•경제적•문화적•환경적 생활조건하에서 생활하는 지역주민들의 주관적 인지적 평가”로 이해하고자 한다(이영균•김동균 2007, 226). 이와 같은 지역의 삶의 질 여건에 대한 평가는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지역의 “삶의 질”은 어떻게 측정될 수 있을까? 왜 지역의 ‘삶의 질’ 여건에 대한 주민평가가 중요한가? 삶의 질에 관한 측정방법은 통상 객관적 접근과 주관적 접근으로 구분된다. 객관적 접근은 삶의 질을 인간의 만족스러운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인 삶의 조건으로 규정한다(하혜수 1996; Slottje et al. 1991). 이는 객관적 물리적 삶의 상태가 인간의 주관적 만족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한 사회환경적 지표를 기준으로 한다. 이에 반해 주관적 접근은 삶이 개인의 가치기준이나 기대수준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만족시키는 것인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송건섭•권용현 2008; Andrews and Withey 1976; Meyers 1987).

 

이러한 삶의 질에 대한 판단은 서로 상이하게 대립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기준이 더 적합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개관적 방법과 주관적 방법을 종합하여 양적으로 측정되는 객관적인 생활여건과 주관적으로 인지되는 복지의 2가지 구성요소를 통합하는 통합적 접근이 강조되기도 한다(소진광 1998). 그렇지만 많은 학자들은 삶의 질에 대해 생활환경 등의 객관적 조건보다는 주관적인 측면의 삶의 질을 강조하고 있다(성도경•이지영 2010, 755). 특히, 특정지역에 대한 개별적•주관적 접근은 지표작성과 자료획득의 제약조건이 적어 활용가능성이 높고 조사대상지역의 특성에 따라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지방정부의 정책정보로 활용가치가 크며, 또한 지방시대의 지역발전 정책이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욕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규범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장점이 있다(오영석•이곤수 2006).

 

본 연구는 ‘삶의 질’ 수준 자체를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평택지역차원의 삶의 질 여건과 시정부에 대한 지역주민의 신뢰 사이의 관계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분석의 초점은 평택시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변화된 지역의 삶의 질 여건에 대한 평택주민의 인지적 평가에 두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삶의 질의 주관적 평가지표 구성이 중요하다. 많은 선행연구들은 연구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평가지표를 제시해 오고 있다. 김태룡 외(2000)는 지방정부 차원의 삶의 질 수준 및 결정요인 분석을 위해 의•식•주, 가치관, 사회관계교육, 안전•보건•복지, 경제, 여가, 행정과 참여, 사회제반 시설, 환경의 10개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최준호 외(2003)에서도 치안관리, 재난관리, 교통, 주거생활, 환경관리, 자연환경, 교육, 복지, 문화, 주민참여의 10개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이와 달리 송인성(2004)은 인구, 소득 및 고용, 주거, 교육, 건강, 교통안전, 주민참여, 자연환경, 여가활용, 인공환경, 토지시장을 비롯한 10개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 송건섭(2007)은 건강한 생활여건, 공공안전생활여건, 편리한 생활여건, 자연환경여건, 교육여건, 여가활용 및 문화생활, 경제생활여건, 기타생활여건으로 정리하였다. 한편, Morrison Institution(2004)은 교육, 공공안전 및 범죄, 경제, 환경, 가족 및 청년, 교통과 이동, 공동체, 예술, 문화, 여가로 구분하였고, Santos 외(2007)는 환경, 도시화, 이동성, 문화, 스포츠 및 여건, 교육, 건강, 사회복지, 무역서비스, 주거생활, 도시안전, 빈곤과 소외, 사회활동 등 13개 변수를 주관적 삶의 질 지표로 제시하였다. 이와 같이 주관적 연구들에서도 강조점에 따라 삶의 질 측정변수들을 서로 다르게 구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삶의 질 관련 선행연구들을 검토하여 지방정부의 정책적 성과의 대용지표로서 지역의 삶의 질 여건을 측정할 수 있는 변수들로 구성하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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