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환 교수는 명지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통일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역임하였다. 연구관심은 북한핵문제를 비롯한 동북아국제관계 및 안보문제이며, 다양한 논문을 발표해 왔다. 최근 논문으로는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and the North Korean Nuclear Crisis,” “Offensive Realism, Weaker States, and Windows of Opportunity: The Soviet Union and North Korea in Comparative Perspective,” “The Second Nuclear Crisis and U.S. Foreign Policy,” and “Rethinking the East Asian Balance of Power,” “전망이론을 통해 본 북한의 핵정책” 등이 있다.

 

 


 

 

초록

이 글은 선군정치가 북한의 군사전략에서 가지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군사부문의 변환전략을 제시한다. 북한 군사변환의 새로운 전략으로 이 글은 북한의 안과 밖을 동시에 변화시키는 전략을 제시한다. 국제사회나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한다고 해서 북한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북한이 선군정치를 포기하고 자체적인 개혁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의 생존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핵을 포기하고 자체적인 개혁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전략적 선택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주변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지원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 군사부문에서의 변환전략은 선군정치로 인한 과잉안보와 과잉군사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며, 그 핵심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있다. 이 전략은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북한이 새로운 후계구도의 형성과정에서 핵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개혁개방정책을 채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정권의 대내외적인 안전보장을 약속한다. 2단계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선군정치에서 선경정치로 이행하며 북한이 안보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단계이다. 3단계는 선군정치가 선경정치로 완전히 대체되어 남북한 군축이 이루어지고 북한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에 참여하는 단계이다.

 

 


 

 

1. 서론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한 후 현재까지 선군정치는 북한의 가장 중요한 통치방식이 되고 있다. 즉 선군정치는 김정일 시대 북한의 핵심적인 국가전략이자 생존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선군정치가 북한의 의도대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강력한 국가건설을 가능하게 할 효과적인 국가전략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선군정치가 북한의 국내정치적인 통제와 선전정치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급변하는 세계질서에서 북한을 생존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전략으로서는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통해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어나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부문을 강조하는 강성대국의 목표와 선군정치의 전략은 군사 이외 다른 부분의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 김일성 시대에 군사국가화된 북한은 김정일 시대에 선군정치를 채택함으로써 과잉군사와 과잉안보의 문제점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가의 거의 모든 역량을 군사부문에 집중시키고 군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 전략은 자원의 배분구조를 왜곡시켜 비효율성을 증가시킨다. 결국 선군정치는 그 의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국가전략으로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북한 스스로도 선군정치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선군정치를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정일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선군정치를 도입하였겠지만, 선군정치가 오히려 정권의 안정을 해치고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북한이 선군전략을 계속 고집할 경우 강성대국의 건설을 앞당기기는커녕 과잉안보가 대내외적인 비효율을 초래해 정권과 국가를 약화시키고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반면 선군전략을 포기하고 군사부문에서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할 경우 북한의 생존가능성이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장은 선군정치가 북한의 군사전략에서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군사부문의 변환을 통한 국가의 발전방향을 제시한다. 북한 군사변환의 새로운 전략으로 이 글은 다른 장과 마찬가지로 공진화 전략을 제시한다. 공진화 전략은 북한의 안과 밖을 동시에 변화시키는 전략이다. 국제사회나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한다고 해서 북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이나 오바마 행정부의 ‘포괄적 패키지(Comprehensive Package)’가 가지는 문제점은 북한 자체의 변화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다. 반면 북한이 선군정치를 포기하고 자체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 지도부가 중국이나 베트남식의 개혁 개방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현재 북한의 국내 상황과 한반도 주변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성공가능성은 매우 낮다. 개혁 개방 초기 국내정치적 통제력의 약화는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을 가속화시킬 것이며, 강력한 남한의 존재는 북한의 취약성을 노출시켜 지도부의 위협인식을 증가시킬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생존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핵을 포기하고 자체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전략적 선택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주변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지원해주는 공진화전략이 필요하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안과 밖을 동시에 변화시켜야 한다는 공진화전략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정책 역시 이행의 선후 문제는 있어도 북한의 변화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동시에 의도하고 있다. 6자회담에서 진행되어 온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역시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의 변화를 통해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상호간의 신뢰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러한 접근법은 매우 제한적인 형태를 띠고 있으며,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절실히 원하고 있는 체제보장을 해주고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선군전략을 포기하게 하는 보다 근본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의 체제보장과 핵포기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일견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최근 한반도 주변환경은 공진화 전략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현재 북한은 기존의 핵문제와 경제위기에 더하여 후계체제 문제까지 불거지며 3중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경제, 사회문화 등 북한의 다른 모든 부문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군이 우선시되는 선군정치가 포기되어야 하며, 새로운 전략적 결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진화 전략은 후계구도 과정에서 핵문제와 경제정책에 관한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이끌어내어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공진화 전략이 제시하는 북한의 전략적 결단은 선군先軍을 포기하고 선경先經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국내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정치체제가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제체제의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는 북한 정권의 성격이 변화하지 않으면 북한이 새로운 전략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개혁수령이 등장하는 후계구도의 과정에서 전략적 선택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군사부문에서 공진화 전략은 선군정치로 인한 과잉안보와 과잉군사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며, 그 핵심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있다. 군사부문의 공진화 전략은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북한이 새로운 후계구도의 형성과정에서 핵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개혁 개방정책을 채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정권의 대내외적인 안전보장을 약속한다. 2단계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선군정치에서 선경정치로 이행하며 북한이 안보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단계이다. 3단계는 선군정치가 선경정치로 완전히 대체되어 남북한 군축이 이루어지고 북한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에 참여하는 단계이다. 이러한 전략은 북한 입장에서는 강성대국을 건설해 나가는 새로운 접근법을 의미한다.

 

2. 선군시대 군사전략의 내용과 평가

 

(1) 선군시대 군사전략의 내용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기본적으로 김일성 시대 무장투쟁의 선군사상과 국가전략을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정일은 “총대로 우리의 사회주의를 옹호고수하고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하려는 것은 우리 당의 변함없는 신념이며 의지”라며, 자신에게 그 어떤 변화도 바라지 말라고 강조하며 오로지 “총대에 의거하여 만난을 뚫고 나갈 단호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김일성 시대의 국가전략과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선군정치는 인민군대를 핵심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김일성이 노동계급에 주로 의존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김일성은 항일전쟁과 국가건설의 과정에서 당이나 국가, 정규군대가 없어 노동계급에 주로 의존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당과 국가가 존재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적대시 정책에 대응하고 사회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민군대를 핵심으로 하는 막강한 군사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점은 선군정치가 강조하는 ‘선군후로先軍後勞’의 용어에서 잘 드러난다. 선군후로는 사회주의 위업수행에서 군대를 노동계급보다 앞에 내세운다는 의미로서 노동계급의 역할은 강력한 군사력의 뒷받침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는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선봉적 계급인 노동계급도 강력한 군대가 없으면 노예의 운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노동계급의 혁명정신보다 군인들의 혁명정신을 더 중시하여 군대를 정치의 수단이 아니라 정치를 주도해 나가는 세력으로 보는 관점이다. 말하자면, 냉전의 종식과 사회주의의 붕괴이후 북한의 대내외적인 위협인식이 증가하면서 국가전략에서 군사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만큼 더 커진 것이다.

 

결국 선군정치는 크게 ‘군사를 제일국사로 내세우는 정치방식’과 ‘군대를 핵심, 주력으로 하는 정치방식’의 두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군사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전자는 대외적 안전보장을 위한 전략이며, 후자는 대내적 정권안정을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가. 대외적 안전보장을 위한 선군시대 군사전략

 

북한은 선군정치가 ‘군사를 제일국사로 내세우는 정치방식’라고 말하고 있다. 국가의 업무는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 다양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른 부분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군사부문을 가장 우선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북한은 선군정치가 기존의 사회주의 이론과는 차별되는 창의적인 원리라고 주장한다. 기존의 이론은 유물사관에 기초하여 생산력의 발전과 같은 경제부문을 토대로 사회주의를 건설하고 군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원리로 군사부문을 경제부문에 의존하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군정치는 주체사상의 원리에 기초하여 군대강화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는 원리를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군사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군대이기 때문에 선군정치는 인민군대를 강화하여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특히 국방공업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국방공업은 군대를 핵심으로 하는 전 인민적, 전 국가적 방위체계를 확립하여 나라의 방위력을 강화하는데 필수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선군정치가 제국주의와의 군비경쟁이나 다른 국가들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의 생존권과 자주권을 지키며 강성대국건설을 담보하기 위한 불패의 군사강국 건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선군정치는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북한의 이러한 대외안보 군사전략은 소위 ‘선군평화론’으로 이해될 수 있다. 선군평화론은 북한이 선군정치를 통해 강성대국을 이룩하여 대미억지력을 가짐으로써 한반도 주변에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의 위협요인이 자신들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특히 한반도의 핵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핵무기를 한반도로 끌어들인 냉전기 미국의 핵정책과 대북 적대시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냉전시대부터 유래한 미국의 위협에 대항하는 세력균형을 확보하여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을 종결시키고 북한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외적 안보를 확보하고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군사적 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을 통해 전쟁이 방지되고 평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현실주의 국제정치론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선군정치는 필연적으로 미사일과 핵무기의 개발과 보유를 필요로 하게 된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적인 국방력의 수단으로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핵무기를 가진 국가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전쟁을 쉽게 시작할 수도 없었다는 소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계속) 


[서장] 2032 북한선진화의 길 : 복합그물망국가 건설
[1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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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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