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투표 약화될 것인가? 교차압력(cross-pressures)이 변수

 

 

 

본 보고서는 <월간중앙> 9월호 “서울 유권자 5%에 판세 달렸다”(8.18)를 수정보완한 것임

 

 

1.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시대의 지역투표

 

민주화 과정에서 지역주의는 유권자 투표행태를 지배한 요인이었다. 13대 대선에서는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호남 대 비호남의 지역정서가 확인되어 대부분의 지역에서 김대중 후보의 지지율이 열세였다. 그러나 14대 대선과 15대 대선을 거치면서 영남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지지율 상승을 이루었고 이는 기존의 호남 대 비호남의 지역구도는 완화되고 호남 대 영남간의 부분적 지역구도로 전환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이러한 호남 대 영남간 지역구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 영남출신의 노무현 후보가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민주화과정에서 한국유권자의 투표행태를 지배했던 ‘지역정당체제를 기반으로 한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확산되었다(강원택 2010; 이갑윤 2011; 이내영·정한울 2007). 영남에서 10% 안팎의 지지에 머물던 호남기반 정당인 ‘새천년민주당’의 후보로서 대구경북지역에서 20.0%, 부산경남지역에서 29.1%의 득표를 기록했던 것도 이러한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약화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특히 이후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완화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속속 확인된다.

 

탄핵 이후 열린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구, 부산 등 현 새누리당의 아성에서 도전하는 현 민주통합당, 진보정당 후보들이 늘어나고 실제 당선권에 근접했다. 조경태 통합민주당 후보가 부산사하구에 당선되었고, 18대 총선에서 권영길, 강기갑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가 경남에서 당선되었다. 최소한 경남 지역은 더 이상 야권의 무덤이 아님을 입증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에 출마한 민주당의 김정길 후보가 40% 이상을 득표하고, 무소속이기는 했지만 대표적인 친노인사로 분류되던 김두관 지사가 경남지사로 당선되었다. 반대로 호남에서도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새누리당 후보들이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두 자리 수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며 선전함으로써 지역주의의 약화를 실감케 했다. 그 여백을 세대투표, 이념투표에 대한 관심이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최근 대통령선거만 보면, 이렇다 할 지역주의 투표 완화현상을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지역별 투표 결과 집계를 놓고 보면 호남은 여전히 강한 지역주의 투표성향을 보여준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16대 대선에서조차 호남지역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4.9%에 불과했고, 이명박 후보가 야권 후보를 압도했던 17대 대선에서조차 이명박 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득표율은 8.9%에 불과했다. 또한 지역주의 투표를 자기 지역 출신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아닌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정당에 대한 배타적인 지지라고 정의할 경우 노무현 후보가 영남 출신이라고는 해도 호남을 대표하는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다는 점에서 호남에서의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지역주의 투표의 완화로 해석하기 쉽지 않다. 반대로 영남에서 노무현 후보의 선전에는 ‘우리지역 출신’이라는 고향 정체성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특히 16대 대선에서는 이전 선거처럼 정주영, 이인제 후보와 같은 강력한 제3후보가 없어 실제로는 여야 1:1 구도 하에서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영남지역에서의 지지율 상승은 다자대결에서 양당대결구도로 바뀐 영향도 있을 것이다.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호남에서 79.5%라는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대구경북지역 및 부산경남지역에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6대 대선에서의 노무현-이회창 후보의 득표율 격차보다 커졌다.

 

[그림1] 역대 대선에서의 현 여야 정당 후보의 지역별 (%)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대선거정보

 

실제로 1:1 가상대결시 유권자 여론을 살펴보면 지역별 편차는 역대 선거 못지않게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그림2]의 4월 총선 직후 실시한 동아시아연구원·중앙일보·SBS·한국리서치 패널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과의 가상대결에서 대구경북지역에서는 68.4% 대 26.3%,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는 58.1% 대 39.1%로 박근혜 후보가 크게 우세한 반면, 호남에서는 79.6% 대 17.9%로 안철수 원장이 우세했다.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지 않았던 서울, 인천경기, 충청권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안철수 원장이, 충청권에서는 두 후보가 박빙의 균형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지역별 지지편차를 근거로 2012년 대선에서도 지역주의 투표요인이 강화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영남지역과 강원/제주지역에서 우세, 안철수 원장은 호남과 수도권 우세를 발판으로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며, 현재 접전을 보여주고 있는 충청권 민심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국면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표1]에서 처럼 역대 대선에서 지역별 투표율은 큰 편차가 없다는 점이다. 16대 대선까지는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17대 대선에서는 큰 차이는 아니지면 대구경북지역에서 투표율이 상승했고, 지난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7월 정기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 의사층이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높았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편이다.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면 지역별 투표율 자체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할 정망이다. 이 경우 현재의 여야 세력균형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승부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듯하다.

 

[그림2] 박근혜-안철수, 박근혜-문재인 1:1 대결 구도

 

자료: 동아시아연구원·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공동 <2012 총선대선패널조사>2차 조사(4.12-15일, 1666명 조사)

 

[표1] 민주화 이후 역대선거 지역별 투표율과 18대 대선 적극적 투표 의사층(7월)

 

자료: 역대 투표율은 <선거관리위원회> 역대선거정보, 18대 적극적 투표의사층 비율은 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 공동 매월 정기조사(7월 28일, 800명 조사)

 

 

2. 지역주의 투표의 완충지역 : 수도권 스윙투표 유권자

 

현재 지역투표와 관련하여 전통적인 지역균열 축인 호남과 영남 특히, 야권 후보 지지율이 역대 선거에 비해 높은 부산경남지역의 표심변화에 주목하거나 캐스팅 보팅 역할을 해온 충청권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별 투표성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역은 충청권과 함께 스윙보터 지역인 수도권이다. [그림3]에서 지난해 안철수 현상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9월부터 2012년 7월까지 1:1 가상 대결의 지역별 변화 추이이다.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호남, TK, PK 지역의 경우 안철수 현상이 집중되었던 9월부터 올 총선 전까지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이 급상승 했던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호남에서는 안철수 원장이, 영남 지역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다.

 

한 때 박근혜 후보가 호남에서 20% 이상의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호남의 선택이 안철수로 기울어지면서 10%중후반대에서 안정되고 있다. TK의 지역은 반대로 박근혜 후보가 지지격차를 벌려나가면서 박 후보가 60% 후반대, 안원장이 10%후반대~20% 초반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PK 지역의 경우 초기에는 큰 변동이 있었지만, 이제 안철수 원장이 주로 젊은 층과 진보층의 지지를 중심으로 35-40%까지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안철수 원장의 PK 지역에서의 선전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에 비해 서울, 경기, 충청 등 스윙투표 지역의 경우 박후보의 리더십 검증과정과 안풍의 진화과정에 따라 지속적으로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이다. 결국 양 후보의 지지율 변화는 이들 지역에서의 지지율변화에 따라 변동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그 변화의 폭도 15%포인트 이상 변했던 안풍 초기와 달리 10%포인트 내에서 근접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도권 유권자의 변화가 관건이다. 대전충청지역에서의 지지율 변동은 크지만 [표2]의 19대 총선기준 선거인 구성비를 보면 전체 유권자의 10.1%인 406만표 정도 규모로서 실제 선거결과는 투표율에 따라 실제 투표자는 이보다 적을 수밖에 없으며 그 내에서의 지지율 변동으로 발생할 표의 절대적 규모가 적다. 그러나 수도권 중 서울은 838만표, 경기/인천 지역은 1144만표 정도로 전체 유권자의 49.4%로 절반에 가깝다. 한편 호남 및 대구경북지역 유권자가 충청유권자 수와 비슷하게 각각 411만표, 415만표로 전체 유권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산울산경남지역 유권자 수는 636만표로 전체 유권자의 15% 수준이다. 대구경북지역과 합하면 전체 유권자의 25% 수준으로 호남 유권자에 비해 2.5배 되는 수준이다. 결국 박대표와 한나라당은 영남권에서의 격차를 통해 수도권에서의 열세를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며, 반대로 안원장은 영남권에서의 열세를 수도권에서의 격차를 통해 벌려야 하는 싸움인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 각 지역에서의 투표율을 대략 지난 16대 대선보다 다소 높은 75%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수도권 경우 투표자는 1486만명 정도가 된다. 현재처럼 박 후보와 안원장의 지지율 변화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한두달 사이라도 한 후보가 지지율 5%P 늘고 다른 후보가 지지율 5%P가 감소하면 당장 이전에 비해 148만표가 왔다 갔다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호남지역 유권자 411만명 중 역시 75%가 투표한다고 가정하면 308만명이 투표하는 셈이다. 즉 서울지역에서의 지지율 ±5%P가 호남, 충청, 대구경북 지역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표심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3] 박근혜 대 안철수 1:1 지지율 변화 추이

 

자료 : 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 <정기조사>, 18대 동아시아연구원·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공동 <2012 총선대선패널조사>

 

[표2] 16대-18대 지역별 선거인수와 유권자 구성비 변화

 

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대선거정보를 재구성. 18대 총선 유권자 수는 19대 총선당시의 유권자 구성비로서 18대 대선 선거인수와 구성비와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음.

 

 

3. 2012 지역주의 투표의 약화 요인 : 교차압력(cross-pressures)

 

교차압력은 선거이론의 효시인 라자스펠드 외 등의 미국 콜럼비아학파가 확산시킨 개념이다(Lewis-Beck et al. 2008). 한 개인이 다른 정치적 특성을 가진 집단에 이중으로 소속되어 그 정체성을 공유할 때 단일한 정치적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심리적 태도갈등을 유발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일관되게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출신은 호남출신이지만 이념적으로는 보수성향이 강한 군집단에 속한 사람이 대표적으로 교차압력에 노출된 사람이며, 이 경우 호남출신이 보이는 정치적 성향과 다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본 연구에서 다루는 지역투표의 완충요인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며 2012 대선 예측을 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글에서는 수도권 거주자 중 거주지와 출신지의 불일치에서 오는 지역적 교차압력, 거주지와 이념 정체성, 거주지와 세대정체성의 교차압력이 어떤 투표성향을 낳는지 살펴본다.

 

1) 지역 교차압력 : 수도권 거주 호남/영남 출신자의 이탈

 

수도권 민심은 지역주의 투표와 무관할까? 그렇지는 않다. 수도권 거주 유권자의 상당수는 타지역 출신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출신지(고향)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체성은 유권자의 정치적 태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거주지역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출신지역민으로서의 정체성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며 거주지역의 정체성이 투표행태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그 중 상당수는 여전히 거주지역민의 정치적 특성보다 출신지역민의 정치적 특성을 유지할 것이다. 수도권 지역 유권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호남출신, 영남출신, 충청출신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을 해당 지역 거주자와 비교해보자.

 

우선, 호남출신자들의 경우 16대 대선에서는 호남에서 거주하는 사람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의 구별 없이 노무현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지만, 17대 총선 이후로는 적지 않은 차이가 발생한다. 즉 호남출신자로서 호남에 거주자는 이명박 후보 지지가 13.8%, 정동영 후보 지지 79.6%로 강한 지역투표 성향을 보여주었지만, 수도권 거주 호남유권자들은 27.9%나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고, 정동영 후보지지는 50.0% 수준에 그쳤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호남지역 거주자 중에서는 18.5%만이 박근혜 후보를 찍겠다고 답했지만, 수도권 거주 호남출신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과 비슷한 28.1%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남출신 유권자들도 동일한 패턴을 보여주는 데 16대 대선에서는 영남에 거주하는 경우 61.3%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고, 수도권 거주 영남출신자는 48.5%만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 17대 대선에서는 오히려 수도권 거주 영남출신자들이 영남거주 영남출신자보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비율이 높아 이색적이었지만, 이번 18대 대선에서는 다시 영남거주자의 64.5%가 박근혜 후보라르, 32.5%가 안철수 원장을 찍겠다고 답했다. 반면 수도권 거주자는 55.3%만이 박근혜 후보를, 40.7%만이 안철수 원장을 찍겠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충청출신 유권자들이다. 충청거주자들은 대표적인 스윙보터들 답게 16대에서는 노무현 후보를, 17대에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았고, 18대에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53.4%로 높았다. 수도권 거주자들 역시 이러한 패턴은 동일한데 가장 큰 차이는 대체로 수도권 거주 충청출신자들이 충청거주자에 비해 야권 후보보다는 여당 후보를 상대적으로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16대의 경우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충청거주자에 비해 높은 38.0%, 노무현 후보 지지율은 54.4%로 더 낮았다. 17대 역시 수도권 거주 충청출신자들의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62.8%로 충청출신자들의 지지율에 비해 크게 높았고, 현재도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은 충청거주자들에 비해 4.2%p 높은 57.8%였지만 안철수 원장 지지율은 6.7%p 낮은 35.3%에 불과하다. 각 정당, 후보 진영에서 수도권 유권자 지지확대 전략을 고려할 때 이러한 출신지와 수도권 거주자들의 특성 차이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표3] 출신지-거주지 정체성 교차/일치시 대선지지 차이(%)

 

자료: 16대 <한국선거학회> 데이터(2003), 17대 동아시아연구원·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공동 <2007 대선패널조사>, 18대 동아시아연구원·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공동 <2012 총선대선패널조사> 2차 조사.

 

2) 거주지-이념정체성, 거주지-세대정체성의 교차압력

 

한편 지역주의 투표행태를 약화시킬 또 다른 교차압력으로는 거주지정체성과 이념 정체성간의 교차압력을 들 수 있다. 호남출신-보수성향 유권자, 영남출신-진보성향 유권자들이 대표적인 태도갈등을 겪게 될 유권자들이다. 실제로 호남거주자 중 진보성향 유권자는 10.5%만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데, 호남거주 보수주의자는 30.8%나 이탈한다. 영남 거주자들의 경우 이념적 교차압력이 더 커서 영남거주 보수성향 유권자는 84.1%가 박근헤 후보를 지지하는 데 영남거주 진보성향 유권자는 38.3%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안철수 원장 지지가 58.9%나 되어 영남거주자들은 이념성향에 의해 지역투표 경향을 완전히 탈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대와의 교차압력을 봐도 영남거주자 중 5060세대는 85.1%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만 2030세대는 43.8%로 떨어지고 오히려 안철수 원장 지지가 53.7%로 더 많다. 다만 호남 거주자들은 5060세대나 2030세대나 박근혜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여 지역투표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영남지역 유권자들은 이념과 세대의 교차압력에 따라 지역주의 투표성향에서 많이 이탈하고, 호남거주자들은 세대별 차이는 없었지만,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안철수 원장 대신 박근혜 후보 지지로 이탈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표4] 거주지정체성과 이념, 거주지 정체성과 세대간의 교차압력

 

 

 

 

4. 맺으며 : 지역주의 투표와 안철수 변수

 

이상에서 수도권, 충청권이 스윙투표 지역으로 2012 대선을 좌우하는 핵심 지역이 될 것이며, 특히 기존의 지역투표를 완충시키는 교차압력 요인에 주목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이념과 세대의 교차압력에 따른 지역주의 투표에서 벗어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해묵은 지역주의 동원전략으로 승리하기 보다는 거주지와 출신지간 차이, 이념과 지역, 세대와 지역간의 상충하는 태도갈등 요인에 주목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낡은 구호대신 갈등하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활동을 강화하는 정면승부를 주문하고자 했다.

 

호남 지역주의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역시 안철수 변수 때문이다. [그림2]에서 볼 수 있듯이 호남은 호남을 대표해온 민주당 후보보다 외부의 후보를 더 선호하고 있다. 안철수 원장과의 가상대결에서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10%대에 머물던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화의 대결에서는 30% 이상 지지를 받는다. 이는 노무현 후보가 부산경남지역에서 30% 지지를 받았던 것과 맘먹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안철수 원장이 나올 경우 압도적인 역대 선거와 유사한 압도적 지지 가능성이 높지만, 이미 호남에서 특정정당 후보의 배타적 지배체제는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지역주의 투표패턴이 강하게 유지되고는 있지만 기존의 지역주의는 완화될 조건과 완충요인을 가지고 있으며, 정당과 후보 진영의 과감한 지역주의 극복 노력이 결부된다면 탈지역주의 선거의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문제는 정치권의 선택이다. 안전하고 쉬운 지역주의 동원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그 약화요인을 더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정치대결 구도와 경쟁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지 그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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