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보고서는 <중앙선데이>에 실린 필자의 칼럼 "한나라 압승한 선거도 30대 표심은 '野性' 강해 "(No.217호. 2011.5.8)와 <주간동아>에 실린 필자의 칼럼 "'봤지, 정치 똑바로 해' 중산층 분노 폭발 " (No.785호. 2011.5.2)의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3不(불만·불신·불안) 세대의 부상과 그 정치적 함의

 

1. 역대 선거 세대별 투표 행태 : 안티 한나라당 여론의 근원지 30대

 

2002년 노무현 정부의 탄생은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간의 균열이 한국사회의 사회적 갈등축으로 등장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30세대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5060 이상 세대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면서 세대균열이 한국사회 투표행태 분석의 핵심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17대 대선에서 세대간 투표선호의 갭이 적잖이 줄었다가 지난 해 선거에서 다시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강원택 2004; 이내영 2011). 그런데 2002년 이후 현재까지 선거에서의 투표패턴을 보면 그 격차의 크기에는 변화가 있지만 30대가 보수정당 후보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경향이 두르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그림1] 참조).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세대별 득표율은 크게 대비되었다. 당시 20대에서 59.0% 대 34.9%, 30대에서 59.3% 대 34.2%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40대에선 48.1% 대 47.9%로 두 후보 득표율이 대등했다. 반면 50대에선 40.1% 대 57.9%, 60대 이상에선 34.9% 대 63.5%로 이회창 후보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5년이 지난 2007년에는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불면서 전 세대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섰다. 그러나 당시에도 젊은 세대에서는 고연령층에 비해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낮고 정 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지지율 격차의 크기는 세대별로 차이가 난다. 20대에선 24.5%P 차(45.8% 대 21.3%), 30대에선 13.1%P차(41.4% 대 28.3%), 40대에선 19.9%P차(50.0% 대 21.3%)로 이명박 후보가 우세했다. 그러나 50대에선 격차가 크게 늘어 31.6%P차(57.6% 대 26.0%), 60대 이상에서는 무려 50.7%P차(70.3% 대 19.6%)까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다.

 

18대 대선에서는 어떨까? 대선 1년 앞둔 2011년 4.27 재보궐 선거 직후 실시한 EAI·중앙일보·YTN·한국리서치 4월 조사 결과를 보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범야권 단일후보를 가정한 손학규 대표가 일대일 대결을 벌인다고 가정할 경우 20대에선 19.5%P 차(54.2% 대 34.7%), 30대에선 7.7%P차(45.7% 대 38.0%), 40대에선 10.6%P 차(48.6% 대 38.0%)로 박 전대표 우세다. 반면 50대에선 22.5%P차(53.0% 대 30.5%), 60대에선 38.5%P차(61.3% 대 22.8%)로 박전대표의 우세가 두드러진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세 선거에서 30대의 일부가 한나라당 후보 지지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티 한나라당 표심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1] 대선 세대별 지지후보 격차(%)

 

2. X세대(70년대 생), 왜 안티-한나라당인가?

 

지금까지 2002년 이후 안티 한나라당 정서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직접 대면했고 이념적 진보성이 강한 386세대의 특징으로 이해되어 온 측면이 크다(강원택 2009). 그러나 근 10년이 지나 10년 전 386세대는 40대가 되고 2002년 20대는 30대가 된 지금, 386세대나 새로 투표권을 얻은 20대 보다도 현재의 30대에서 안티 한나라당 표심이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386세대나 20대의 상대적 보수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우선 30대 자체의 정치사회적 특성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30대의 정치사회의식을 분석해보면 계층적 불만, 정치적 불신,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정치적 냉소가 주로 한국사회의 주류와 이들을 대표하는 현 집권여당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현재의 30대는 한 때 민주화와 IT혁명의 세례를 받은 혜택 받은 세대로 불리며 개인주의적 탈정치문화의 주역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 30대의 경우 1997년 IMF의 충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사회적으로 불안한 환경 속에서 청년기를 보낸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세대적 특성이 이들의 계층적 불만과 박탈감을 키운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30대, 不滿·不安·不信의 3不 세대

 

올 2월에 EAI·중앙일보·YTN·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바로미터 조사인 [그림2]에 따르면 전 세대 중에서 30대가 계층인식에서의 상대적 박탈감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나는 하위계층이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30대에서 무려 6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0대에서는 51.7%, 50대에선 52.8%였다. 은퇴세대인 60대 이상에서 40대, 50대에 비해 스스로 하층계층에 속한다고 평가하는 인식이 59.2%로 비교적 높았지만 역시 30대에는 못 미쳤다. 반면 다수가 아직 냉엄한 생업현장을 접하지 않은 20대에서만 35.5%로 가장 낮았다.

 

더구나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 붕괴 위험이 커지면서 미래의 계층상승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데, 특히 30대가 그렇다. 위의 같은 조사에서 “한국사회에서 계층상승의 기회가 열려있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0대에서 79.7%로 가장 높았다.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20대의 65.4% 보다도 높은 수치다. 중견 세대인 40대, 50대의 경우도 64.6%, 61.6%로 높았지만 30대에는 미치지 못했고, 생애주기상 계층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60대에서만 38.4%로 부정적인 응답이 낮게 나타났다.

 

30대의 계층인식에서의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정치적 불신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정부가 소수집단의 이익보다 전체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비율이 30대에선 무려 76.1%였다. 20대에서 71.3%, 40대에서 67.1%로 뒤를 이었고, 50대에선 58.2%, 60대 이상에서는 40.1%로 급감한다. 정부정책의 대표성과 형평성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30대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EAI·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제4차 패널조사에서 야권의 반 한나라당 캠페인 중“이명박 후보가 내세우는 경제는 돈 있고 땅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양육강식경제”라는 주장에 대해 30대에서 56.3%가 공감한다고 답해, 다른 세대에 비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진영의 기득권 이미지가 강했던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그림3]).

 

이렇듯 30대가 체감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비관적 현실과 이로 인한 불신이 2002년도에는 개혁에 대한 요구로 표출되면서 노풍의 주역이 되었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일부는 이명박 후보, 박근혜 후보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강한 정치적 불신은 상대적으로 기득권 이미지가 강한 현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을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림2] 세대별 정치사회계층인식의 차이(%)

 

[그림3] “이명박 후보 경제정책은 돈 있고 땅 있는 사람들만의 약육강식 경제”주장 공감도(%)

 

자료: EAI·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17대 대선4차 패널조사(2007)

 

3. 2012년 선거정국과 30대의 표심 : 정권심판론 강하지만, 야권 존재감도 약해

 

표 계산 보다 허리세대 위한 정책 경쟁 시급

 

그렇다면 2012년 30대의 표심은 어떻게 표출될 것인가? 이들의 정치 불신은 무엇보다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심판과 정권교체에 대한 요구로 표현되고 있다. 4월 조사에서“차기 대선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30대의 70.7%가 공감을 표시했다. 어제의 386 40대도 69.5%가 동의함으로써 2002년 노무현 돌풍을 만들었던 핵심 세대들이 다시 반한나라당 정권교체 여론을 주도하는 셈이다.

 

불만, 불신, 불안이 강한 30대에게 최근 심화되고 있는 물가불안, 전세대란 등으로 인한 체감경제의 급격한 악화는 사회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정권심판론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0년 9월 EAI·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국정과제”를 물어본 결과 30대에서“경제적 양극화 완화”(32.0%) 및 “삶의 질 개선”(17.0%), “경제성장”(17.0%)과 같이 국가경제 및 개인경제의 개선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아젠다가 최상위 과제로 꼽혔다. “정치개혁”이나 “국민통합”을 꼽은 응답은 각각 9.5%, 7.5%였고, “국가경쟁력 강화”(5.4%), “남북관계 개선”(5.4%), “교육개혁”(4.1%), “안보강화”(1.4%)와 같은 중요한 국가 아젠다들 조차 우선순위가 크게 밀렸다.

 

[그림4] 30대가 선호하는 국정 아젠다와 정치세력에 대한 평가(%)

 

 

주목할 점은 정권교체론에 대한 강한 지지와 양극화나 삶의 질과 같은 야당 친화적인 아젠다를 중시하는 여론이 높지만 이러한 야권에 우호적인 환경이 곧바로 야권에 대한 지지로 이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대 아젠다로 양극화 문제나 삶의 질 문제를 꼽은 응답자들에게 어느 정당이 가장 잘 해결할 거라고 보는 지 물어본 결과 보았을 때 민주당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기는 했지만 34%에 그치고 있다. 해결할 정당이 없다고 답하거나 유보한 응답이 29.8%나 되고 오히려 한나라당을 꼽은 응답도 17.0%가 된다. 결국 대안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30대에서 박근혜 전대표와 손학규 대표간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지만 여전히 박 전 대표가 우세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30대 표심이 누구에게 유리할 지의 셈법보다 한 사회의 주도세력으로 성장해나갈 허리세대인 30대에서 정치적 비관과 냉소가 크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적인 불행이다. 정치권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30대의 표를 얻기 위한 득표 경쟁보다 이들에게 정치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책임에 대한 반성과 대안모색을 위한 정책경쟁이 우선이다. 표는 그 결과물이다. 현재까지는 4.27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30대의 기대를 모으는데 부분적으로 성공한 야당이 유리하지만 야당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아직 여당에게도 30대의 정치적 대변자로 자리 잡을 기회는 있어 보인다. 30대를 위한 치열한 정책경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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