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중국연구패널 보고서 No.9

 

저자

신종호(申鍾浩)_경기개발연구원 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및 아태지역학대학원 중국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학(北京大學)에서 국제정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국회입법조사처(NARS)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 및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외교 및 동아시아 국제관계이며, 최근 연구성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미관계와 대만문제”(2013), “국공산당 제18차 당대회와 중국의 대외정책 전망”(2012), 『한중관계 2.0 : 국가를 넘어 지방정부로』(공저, 2012), “중국의 국제위기관리 행태 및 미․중관계에 대한 함의”(2010) 외 다수가 있다.

 

 


 

 

초록

 

중국의 대외정책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권력분산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좀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의 하나로 대외정책 결정과정에 투입되고 있고, 해당 지역의 이익 창출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대외정책 추진과정에서도 중국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대리인(agent)이자 협력파트너 역할을 수행했고, 경제외교(economic diplomacy)분야에서는 중앙으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을 좀 더 많이 확보하기도 하였다. 특히 중국의 지방정부는 차세대 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이처럼 지방정부의 대외행위 추구는 중국 대외정책의 다원화와 분권화 추세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헌법상 외교업무 자체가 여전히 중앙정부의 고유 영역이라는 점, 그리고 외사업무가 기본적으로 중앙의 지방에 대한 영도(領導)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지방정부의 외사업무는 여전히 ‘제한적 권한’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좀 더 다양한 형태로 강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급변하는 글로벌환경 변화와 중국의 국내 경제사회문제의 대두 등으로 인해 중앙정부보다 빠른 정책결정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지방정부가 좀 더 많은 자율성을 갖고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이익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은 주권이나 영토문제 등 소위 ‘상위정치’ 영역에서는 중앙정부 주도 하에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대리인 혹은 협력 파트너로 활용할 것이고, ‘하위정치’ 영역인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는 지방정부에게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자율성을 보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I. 서론

 

그동안 중국의 대외정책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행위자는 공산당과 국무원 각 부(部)·위원회 및 인민해방군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정·군 이외에도 기업·시민사회·네티즌·싱크탱크 등과 같은 새로운 행위자들이 대외정책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상위정부에서 하위정부(혹은 중앙에서 지방)로 권력분산(devolution of power)이 광범위하고 전면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중국의 지방정부가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인 전통이 강한 국가이지만, 개혁개방 이후 중앙이 보유한 권력과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대외사무에 관여하는 기회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국제무대에서 해당 지역의 경제통상 촉진 활동은 물론 해외 관광객 유치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및 도시 간 사회문화교류 등을 적극적으로 주도함으로써 해당 지방정부의 국제화 수준을 제고하는 동시에 국가이익의 확대와 국가이미지 제고 등에도 기여했다. 특히 각 성(省)급 지방정부는 자신들이 보유한 자원에 대한 배분 및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이익주체로서 대외행위가 가능했다. 물론 중국에서는 여전히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외사업무가 더 많이 존재하지만, 경제외교나 문화외교와 같은 분야는 성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경우가 많아졌다.


 

중국에서 지방정부의 대외행위는 ‘비중앙외교’의 전형으로서,  서구에서 말하는 ‘국가 하위 정부(sub-national

government)’와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국가 하위 정부’로서 일정 수준의 경제력과 정치력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중앙정부보다 빠른 정책결정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외정책의 지방화(localization of foreign policy)’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이 글은 중국의 대외정책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즉, 중국에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대외정책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는지, 아니면 좀 더 자율성을 갖고 지방의 이익을 대변하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중국의 중앙-지방관계와 분권화 과정에서 지방정부 대외행위의 유형과 지방정부 외사기구 등을 살펴보고,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지방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고 유형화를 시도한다.

 

II. 중국의 분권화와 지방정부 대외행위 유형
 
1. 중앙-지방관계와 분권화

 

1949년부터 1978년까지 마오쩌둥(毛澤東) 시기 중국은 소련식 계획경제체제를 도입하고, 농업•공업•수공업 분야에서 사회주의 개조를 진행하는 등 중앙집권적이며 획일적인 정책결정 및 집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1978년 12월 개혁개방 정책 추진 결정 이후 중국은 국가경제의 활성화 및 지역경쟁력 제고를 위해 강력한 지방분권전략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국가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지방정부에게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하였고 이는 곧 지방정부의 권한 및 역할 확대로 나타났다. ‘점(点)-선(線)-면(面)’을 따라 점진적이고 전방위적으로 확대전개되었던 중국의 개방정책은 실제로는 해당 지방정부에게 상당한 수준의 자율권이 부여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중앙정부는 경제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소위 ‘권력의 하방(下方)과 이윤의 허용(放權讓利)’를 통해 지방정부에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재정과 인사관리를 포함한 여러 부문에 걸친 정책결정 권한 역시 지방정부로 이양했다.


 

개혁개방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이루어진 재정권한 중심의 분권정책이 중앙정부의 재정통제력 상실 등과 같은 문제점에 직면하자 중국정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중앙-지방관계의 재편을 통한 중앙정부의 통제력 강화와 함께 지역발전 격차 해결을 위한 중앙과 지방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중앙정부는 각종 법적 권위와 제도적 규범을 확립하는 대신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의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국가경제 전반에 걸친 통제력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정부는 지방보호주의 등 분권화의 폐단을 막고 안정적인 정책집행을 위해 성급 정부에 각종 규율성 부서를 집중 설립하는 등 소위 ‘연성적 집권화(Soft Centralization)’ 경향도 나타난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발전과정에서 중국의 지방정부는 중앙의 일원적인 지휘와 통제를 받아 중앙의 정책을 지방단위에서 집행하는 대리인(Agency)의 역할에서 점차 벗어났고, 특히 성급 정부는 지역발전과 관련된 독자적인 결정권을 다수 확보하게 되었다. 지역발전정책 추진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주요 행위자로 변모한 것이다. 특히 중앙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전략목표 달성을 위해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협력과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발전과정에서 지방정부의 독자성과 자율성은 갈수록 확대되었다.

 

이처럼 개혁시기 중국의 중앙-지방관계는 기존의 상하 수직적 관계에서 오는 갈등적 측면과 함께 국가발전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중앙과 지방의 공통적 이해관계로 인한 협력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제로섬’이 아닌 ‘집권’과 ‘분권’이 공존하는 복합적이고 상호의존적인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지방정부의 대외행위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계속)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중경쟁과 한국의 전략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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