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가 종료되고 트럼프 정부가 등장하면서 향후 미국의 군사력 정도와 군사전략, 더 나아가 미국의 세계전략을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군사비 지출의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군사비는 동아시아의 군사질서에 핵심적 요소이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재정적 뒷받침 여부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부터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을 주장하며 국방비 삭감에 반대하고, 병력 수와 무기 현대화 등 전력 강화를 강하게 주장하여 왔으나 전반적으로 미국의 지구적 개입전략은 유지될 전망이다.


자동예산삭감조치 등 예산안 통과 과정의 난관과 우여곡절 속에 결정된 5,850억 달러의 국방예산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활동, 이슬람국가의 증강, 에볼라에 대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점증하는 사이버 안보 위협, 중국의 부상, 그리고 우주 영역에서의 군사적 도전에 대응하는 것 또한 주요 과제로 삼아 전력누수 최소화 및 우위 유지를 위해 고심한 결과물이었다. 6,187억 달러 규모의 2017년 예산 역시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이란, 이슬람국가를 미국의 5대 위협으로 상정하고 큰 틀에서 전년도 예산과 비슷하되 이들 위협에 대한 대응 및 기수 개발 예산을 증액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구체적으로는 해, 공군력의 기술적, 수적 우위 유지, 육군의 기동성 극대화, 우주 및 미사일 전력 강화, 지구적 정보전 및 정찰전 역량 강화, 반테러 전쟁 수행 역량 강화 등으로 세분해볼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재균형전략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리적 배분, 작전 능력, 정치적 지속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괌을 전략적 허브로 삼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위협, 남중국해 우발사태 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중요성도 밝히고 있다. 남중국해 관련해서는 동남아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해양 안보 이니셔티브(Maritime Security Initiative)를 향후 5년 간에 걸쳐 시행하며, 4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을 할당한다고 계획하고 있다.

 

트럼프의 동아시아 안보전략과 대중 전략을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취임 이후 현재까지는 그 골자에는 변함이 없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지속되고 있고, 미국은 한편으로는 경제회복 전략을 수행하겠지만 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구적, 지역적 차원의 미국의 군사력 투사는 비단 안보의 측면에서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측면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트럼프 정부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안보전략에서 소극성을 띨 수도 있지만 향후 경제회복 추세에 따라 다시 적극적인 대외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전략을 논하고 있고, 이슬람국가나 북한, 그리고 중국 등 주요 위협과 경쟁 상대에 대해 적극적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전략에 중요한 변수는 미중 간의 군사력 균형이고, 미중 양국의 군사비 지출과 주요 예산 활용 방향은 미중 전략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양국의 군사비 추세와 전략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양국의 군사경쟁에서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미국의 국방비는 2015년 기준 전 세계 국방비의 36%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에 이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영국, 인도, 프랑스, 일본이 따라오는데 2위부터 9위까지의 국방비를 다 합쳐도 미국보다 여전히 작은 액수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10위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방비의 증가율로 보면 중국이 가장 빠른 국방비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미국에서는 재정적자로 인해 지속적으로 국방비를 감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그러나 액수로 보면 여전히 미국이 중국의 두 배 이상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군사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미국의 국방비는 중동에서 전쟁 수행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기본 예산 역시 전 세계에 걸쳐 있어 동아시아만 놓고 보면 미중 군사비 격차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9.11 테러 이후에는 국방예산 중 기본 예산은 레이건 시대의 최대 지출 수준으로 상승하는데 반해 전력규모는 그만큼 증가하지는 않는다. 육군과 해병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 전투를 위해 2000년대 말 증가하기는 하지만 해공군이 축소되면서 전체 전력규모에 큰 변화는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전력규모는 유지된 채, 2010년도부터는 예산은 점차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소규모 군대의 효율적 군비 마련에 치중하는 기술집약적 군대를 위한 예산지출의 형태를 띠게 된다. 현재 미국 국방비 지출의 중요한 원칙은 최대한 예산 증가세를 완화시키되 소규모 전력의 효율적 전투력 확보 및 장비 개발에 치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2016년 국방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정학적 도전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활동, 이슬람국가의 증강, 에볼라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점증하는 사이버 안보 위협, 중국의 부상, 그리고 우주 영역에서의 군사적 도전도 함께 적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 국방태세의 문제점을 들고 있는데, 1) 미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유지하고 있는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 2) 과거와 같이 모든 영역에 걸친 군사대비태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 3) 국방부 개혁에 대해 의회의 반대가 증가했다는 점, 4) 미래 자원 동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점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부터 미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고 미국의 군대를 다시 강한 군대로 만들겠다고 선언해온 만큼 국방비 증가 노력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함, 군대규모, 핵무기 등 다양한 부분에서 국방비 증가를 주장해왔고 오바마 대통령이 시작한 1조 달러 규모의 군 현대화 계획도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277척인 해군 함정 수도 350척으로 증강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군 전투기도 현재보다 100대 증가한 1천200대로 증가시키는 한편, 50년 이상 배치 기간이 초과한 노후기를 현대화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병력 규모 역시 현재의 47만 5천명에서 54만 명 수준으로 증대하겠다고 밝혔고, 해병대 역시 1만 명을 늘려 36개의 대대로 확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의 안보전략에 중요한 변수는 미중 간의 군사력 균형이고, 미중 양국의 군사비 지출과 주요 예산 활용 방향은 미중 전략을 반영할 것이다. 미국의 행정부는 국방비 감축 압박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병력 감축 경향을 상쇄하기 위해 무기와 장비 현대화, 최첨단 기술 확보를 추구했다. 이 가운데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해공군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이고, 이 가운데 미중 간의 군사기술 격차는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발전에 따라 중국의 군사비 증가 추세가 지속될 수 있고, 중국의 군사전략이 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지구적 안정을 유지하려고 하는 미국과의 경쟁 결과는 여전히 지켜보아야 할 바이다.

 

 

 

 

저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시아연구원(EAI)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2006, 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2012), 《동아시아 국제정치-역사에서 이론으로》(2011) 등이 있다.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국가안보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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