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미중 간 경성권력(hard power) 경쟁은 핵 군비와 핵 전략 경쟁을 빼놓고 논하기 어렵다. 본고는 미국과 중국의 핵 무기 체계 및 전력을 대륙간탄도탄(ICBM),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전략폭격기로 대별되는 전통적인 핵3원 체제(nuclear triad)의 틀에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간의 핵 전략과 전력 격차 또는 편차가 어떠한 함의를 가지는지에 대해 논한다. 현재까지의 전개는 중국이 과거 소련과 같이 본격적으로 미국과 핵 군비 경쟁에 돌입하는 징후나 유인은 거의 감지되지 않으며 기존의 비선제공격 원칙 및 최소억제 원칙에 기초한 방어적 핵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어떠한 원인에서든 미중 간의 갈등과 불신이 고조되면서 안보 딜레마가 표면화할 경우, 중국이 핵 전력 보강에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 핵문제, 양안 관계, 미사일방어체제(Missile Defense)의 역설적인 불안정 효과(destabilizing effect), 그리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 한국 배치는 동북아 지역에서 지속되어온 미중 간 핵 균형 혹은 핵 평화의 내구력을 시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본문

 

"조만간 중국의 국방 예산은 현재 미국 예산 6000억불의 절반에 도달하고 미국의 국방예산 축소에 따라 그 격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미국의 군사력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중국은 여전히 본토를 중심으로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태지역에서의 미중 군사력은 이미 균형에 수렴해 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점증하는 미중 군사경쟁 가운데에서도 가장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는 전략무기 분야의 경쟁은 어떠한가? 특히 전략 핵 무기와 관련한 분야의 경쟁은 어떠한가를 살펴보는 것은 미중 군사 전략 경쟁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준다."

 

"양적인 면에서 미국의 지상핵전력 감축은 핵무기의 현대화 노력과 병행되어 진행되고 있다. 적은 수의 핵무기를 보유하여 보다 안정적 핵 균형과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를 추구하면서도 그 성능을 개선하여 핵공격 및 억제 능력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1964년 10월 핵실험에 성공한 이래 “최소 억제”(Minimum deterrence) 개념에 근거한 핵 정책을 고수해 왔다. 중국은 핵무기 보유 국가 중 1964년에 첫째로 “선제불사용”(no first use: NFU) 정책을 채택하여 핵무기를 오직 중국에 가해지는 핵공격에 대항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할 것이라 천명하고 있다. 즉 중국은 다른 핵무기 보유 국가에 핵으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점과 핵무기로 공격 또는 이를 이용하여 협박하는 행위를 비핵보유국, 비핵지대에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다른 핵국가에 비해 상당히 다른 접근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핵무기의 효용에 대해 매우 제한된 입장을 가진다. 그 결과 중국은 냉전기간 동안 미소가 각자 만개가 넘는 핵탄두를 개발하며 핵 경쟁을 벌이는 동안 지금까지 250개 미만의 핵탄두를 보유하는데 그치고 있다."

 

"중국의 핵무기 정책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고 그에 대응하여 반대로 적에게 충분한 손상을 줄 수 있는 핵 반격역량에 대한 추구를 가장 우선시한다. 이러한 중국의 핵무기에 대한 최소접근은 핵무기의 절대적인 수뿐 아니라 무기체계에서도 나타난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기간 지상과 바다, 하늘에서 핵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핵 3원 체제”의 모든 분야에서 양적, 질적 핵 경쟁을 벌였다면, 중국의 핵전력은 최소규모의 지상발사 대륙간탄도탄에 주로 의지해왔다."

 

"중국은 최근까지 지상발사 중장거리 핵미사일을 핵억제의 주요수단으로 삼아왔다. 미국의 러시아의 핵 3원 체제에 비해 지상발사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1원 체제를 채택해온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중국은 추가로 잠수함발사탄도탄 개발에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중국 해군이 현재 보유한 잠수함 전력은 50대 이상의 디젤전지 추진의 공격용 잠수함, 5대의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과 함께 4대의 전략핵 잠수함으로 아시아 최대의 전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아직은 중국의 전략핵잠수함 전력이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등장할 지는 미지수이다. 중국은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핵억제 전력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며, 중국 해군에게는 인력이나 지휘통제 체제 등 전력 운용 면에서 이와 관련한 경험도 없다. 실제로 중국이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배치한다 한들 유사시 전개할 곳 역시 마땅치 않다."

 

"21세기 미국의 핵전략은 불량국가로의 핵확산과 테러리스트에 핵무기 및 물질이 이전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부여한다(Arbatov 2010).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미국과 세계가 핵무기 근절 목표를 위해 나아갈 것을 제시하였다. 동시에 미 국방부는 여전히 러시아, 중국과의 안정적인 핵균형에 힘쓰면서 다른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핵우산 제공과 더불어 잠재적인 지역적 위협에 대한 억제 능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동시에 대규모 핵전쟁의 가능성이 희박해진 현실에서 핵무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감축코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구소련과의 전면적인 핵전쟁 위협이 사라진 냉전 이후 지속적으로 핵무기 감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잠재적 핵경쟁자나 북한이나 이란과 같이 핵개발을 추구하거나 비확산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전의 적극적인 핵억제 정책을 추구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냉전시기 미국은 유럽에서 구소련의 막강한 재래식 전력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시, 적의 핵공격이 없더라도 핵사용을 불사하는 선제핵공격에 바탕을 둔 핵억제 전략을 채택하였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와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를 포함한 지속적인 핵 감축 노력을 통해 전략적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여전히 러시아가 가장 강력한 핵무기국가로 자신들의 핵전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개선, 현대화하는 점을 주시하고 미국도 낙후된 미국의 핵전력 보강에 새로운 투자를 할 것을 밝힌다. 주목할 것은 미국이 최근 들어 급속히 전력이 보강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 노력을 언급하면서 특히 핵전력의 양적, 질적 보강 노력과 더불어 장차 중국의 전략적 의도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미국 핵정책의 과제로 러시아와 더불어 중국과의 핵무기 전략적 안정 유지에 노력할 것이 제시되는 이유이다."

 

"중국의 핵전략은 여전히 냉전시기부터 이어진 비선제공격 원칙에 입각한 최소억제 능력의 유지 및 2차 보복 능력의 확보로 축약된다. 중국은 1964년 핵무기를 개발한 이래 외부의 핵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이른바 ‘선제불사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같은 2015년 발표된 국방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어떤 핵국가에 대해서도 1차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선제공격”(no first use: NFU) 노선에 입각한 방어적 핵전략을 견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국의 핵무기 능력과 정책방향(독트린)의 불투명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인다. 한 가지 사실은 중국이 점차 핵무기의 다양화와 근대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비선제공격 원칙을 확인한 2015년 국방백서에서 중국에 대한 핵공격이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체계를 최적화하고, 조기경보체계를 개선하며, 지휘통제, 미사일 침투, 신속대응, 생존력과 핵능력 보호 등의 핵전력 보강과 현대화를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미중 간 양적인 핵전력의 차이는 무기체계의 질적 비교를 통해 더욱 벌어진다. 우선 중국은 미국에 비해 핵 3원 체제를 갖고 있지 않다. 이는 핵억제에 가장 중요한 2차 보복능력을 위한 핵전력의 생존성이 현저히 떨어짐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막강한 전략핵잠수함 전력을 운용하여 적의 본토에 대한 선제공격에도 충분한 2차보복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중국이 최근까지도 극히 적은 수의 지상발사미사일에만 핵전력을 의지하고 있었다."

 

"수천 개의 핵무기가 서로를 겨눈 채 전면 핵전쟁을 준비하던 핵전략 경쟁이 20세기 미소간 냉전의 핵심이었다면, 21세기 미중 간의 신냉전은 적어도 핵무기 분야에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증하는 미중 간의 견제와 긴장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될 경우 핵무기 체계와 핵전략에서 미중 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적인 핵전쟁 필요성이나 그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지만, 미국의 압도적인 핵군사력이 중국의 아태지역에서의 군사안보이익 추구에 주요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다. 만일의 대만사태나 남중국해 등에서의 상황 발생 시 중국이 재래식 군사력을 투사하는 과정에 미국이 압도적인 핵위협으로 이를 저지하려는 압력을 행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핵전력 현대화 및 증가 노력은 이러한 중국의 우려를 반영한다."

 

"핵군축과 핵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가 중국의 핵전력 강화의 주요 요인이 되는 현실은 왈츠가 역설한 미사일방어의 부작용이 작동하는 사례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깰 뿐 아니라 미중의 핵경쟁을 촉발한다면 이는 남북한은 물론 미중과 동아시아 모두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이다."

 

 


 

 

저자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터프츠 대학교 플레쳐 스쿨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분야는 군사안보, 미국 외교 정책,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정세이며, 저서 및 논문으로는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2008, 공저), “Dilemma of South Korea’s Trust Diplomacy and Unification Policy”(2014, International Journal of Korea Unification Studies) 등이 있다.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국가안보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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